[미디어스=안현우 기자] 조선일보가 웬일로 정부 여당의 편을 드는 지면 칼럼을 게재했다. 아니나 다를까 야3당이 선거제도 개혁, 즉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내년 예산안 처리와 연계한 것을 두고 질타하는 내용이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사실상 반대하고 있는 민주당, 자유한국당으로서는 조선일보라는 우군을 만난 셈이다.

조선일보는 6일자 ‘야 3당의 선거법 헛발질’이라는 칼럼에서 선거제 개편은 대통령의 결단 사항이 아니며 선거제 개편의 주도권은 국회로 넘어온 상태라고 썼다. 이어 야3당을 향해 헌법이 정한 국회의 의무인 예산안 처리에 나서면서 거대 양당을 설득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

조선일보의 이 같은 주장에 일면 타당한 내용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위력이 상당한 ‘일하는 국회’ 프레임에 기대어 중요한 맥락을 감추고 있다는 판단이다. 야 3당이 도입을 주장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핵심은 국민 대표성 강화이며 이를 위해서는 의원수 확대가 동반돼야 한다는 점이다. 조선일보의 이날 칼럼은 선거제 개편 논란을 여당의 입장에서 풀어내며 “선거제 개편은 정당들 간에 의석을 놓고 벌이는 수 싸움 성격이 있다”는 해석으로 한정했다.

또한 조선일보의 이같은 칼럼은 “지난 3일에는 정개특위가 지역구 감소를 13~33석 선에서 막고, 의원 정수 증가는 20~30명 정도로 하는 ‘절충안’을 포함해 세 가지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 방안을 내놨다”고 썼다. 그러나 정개특위의 세 가지 안이 의원수 유지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았다.

한겨레는 6일자에서 정개특위 안과 관련해 “의원정수 확대 없는 ‘연동형 비례제’는 허울”이라고 썼다. “1개안은 330명으로 확대하는 것을 담았지만 그동안 평화당, 정의당과 시민사회에서 공감대를 이룬 360명 안보다 30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원들의 국민 대표성을 높이려면 의원 정수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국회의원 1명당 인구수는 17만명인데 OECD 회원국 평균 9만 7000명과 견줘 대표성이 크게 떨어진다.

그동안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침묵했던 조선일보가 모처럼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현행 유지를 주장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성한용 한겨레 기자는 지난 9월 장문의 기사를 통해 이같은 이유를 분석한 바 있다.

성 선임기자는 정치BAR <국회의원 증원, 기득권 세력은 왜 반대하나>에서 비례성을 강화하는 선거법 개정의 걸림돌로 국회의원 증원에 대한 반대여론을 꼽았다. 성 선임기자는 이러한 반대여론 형성의 기저에 기득권 세력이 퍼뜨리는 반정치주의가 있다고 분석했다. 반정치주의는 국민 대표성 강화를 뒤로하는, 조선일보의 ‘할 일하는 국회’ 프레임과 다르지 않다.

성한용 선임기자는 "거대 언론사 사주들은 기득권 세력의 핵심 구성원"이라며 "기득권 세력의 이데올로기인 반정치주의를 우리나라 언론이 끊임없이 확대재생산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성한용 선임기자는 "정리하면 현직 국회의원들의 소극적인 자세와 관료, 재벌, 언론 등 기득권 세력의 적극적인 반대로 비례성 강화 선거법 개정이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재 상황"이라며 "그러나 이들은 반정치주의와 정치혐오 뒤에 교묘히 숨어 있다. 따라서 국회의원 증원에 반대하는 여론이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