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만만 시즌2의 실패 이후 강호동이 절치부심하며 시작했던 강심장이 1년여의 시간 동 안 화요일 밤에 자리 잡을 수 있게 해준 일등공신은 역시 이승기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확신할 수 없었던 초보MC 이승기의 기대 이상의 성장과 두 진행자의 절묘한 호흡이었죠. 강호동의 밀어붙이는 집중력이 이승기의 부드러운 넉살과 어울리면서 강심장의 다소 독하고 자극적인 폭로를 적절하게 포장시키고 있거든요. 만약 애초의 기획처럼 강심장이 강호동의 단독 진행으로 출발했었다면 지금의 성공은 쉽지 않았을 겁니다.

그것은 똑똑한 청년 이승기의 개인적인 자질 덕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영역인 MC 역할에 적응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해준 강호동의 배려와 지원의 힘이 컸습니다. 프로그램 초반 강호동은 철저하게 뒤에서 물러나 이승기가 프로그램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활동의 영역을 넓혀 주었고, 때로는 그를 진행자가 아닌 게스트처럼 대하면서 이야기를 끌어내고 독한 다른 게스트들의 이야기 흐름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주었죠. 동시에 각종 상황극을 이끌어내면서 강심장의 독성을 중화시키기 위해 이승기의 호감 이미지를 충분히 활용했었죠. 독불장군 식으로 밀어붙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강호동은 프로그램과 게스트, 동료 MC들의 특성을 확실하게 파악해서 활용하는 무척이나 영리하고 기민한 진행자에요.

이런 이승기 사랑은 강심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프로그램의 초반부터 홍보의 중심은 강호동이 아닌 그의 파트너 이승기였고 자막으로도 편집으로도 그 포인트는 젊은 황제에게 맞추어져 있었습니다. 강호동의 개인사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강심장에서 이승기의 일거수일투족에는 지대한 관심을 보이며 내용 부각과 확대에 나섰었죠. 강심장이 탄생시킨 최고의 스타는 그동안 여러 폭로나 자극적인 발언으로 언론에 부각되었던 게스트들이 아닌 주목할 만한 MC로 재탄생한 이승기입니다.

하지만 그 정도를 이젠 조금 조절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이승기의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출연 때부터 시작한 이승기 부각시키기, 혹은 신민아와의 러브라인 강조하기는 이제 그만해도 괜찮을 겁니다. 이승기는 이제 혼자서도 자신의 분량을 확실하게 책임질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성장했고, 드라마는 제빵왕 김탁구와 맞서면서 나름 선전하면서 종영했고, 강심장도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으니까요. 잘나가는 출연자에게 집중하며 확실하게 재미를 뽑아내는 강호동 특유의 진행 스타일이 가지는 문제. 강심장이 독성을 중화시키기 위해 호감 덩어리를 부각시키는 정도의 문제. 과함과 지나침이 이승기를 부각시키는 과정에서도 슬슬 드러나고 있거든요.

아무리 여러 분야에서 빼어난 성공을 거두었다고 해도 20대 초반의 청년에게 황제라는 호칭도 과하기는 하지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런 찬사도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이승기의 넉살과 재치 덕분에 그런 과찬 역시도 하나의 캐릭터로 납득될 수 있었으니까요. 그렇지만 진행의 포인트마다 이승기 띄워주기를 반복하며 지자랑 타임을 가지는 강호동의 방식은 조금 조절이 필요합니다. 극진한 사랑도 지나치면 꼴사나워 질 때가 있잖아요? 지금 강심장과 강호동의 모습이 딱 그렇습니다.

굳이 지난 드라마 속 여자 주인공인 신민아와의 러브라인을 끄집어낼 필요는 없었겠죠. 키스신을 따로 편집해서 보여주며 강조하거나 그녀와 따로 연락을 하느니 마느니 하며 개인사를 끄집어내며 놀릴 것까지도 없었을 겁니다. 언제나 이어졌던 출연자와의 러브라인 만들어내기 역시 그렇죠. 강심장의 구미호 사랑이야 특집을 따로 마련할 정도였으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고, 방송국의 자사 프로그램 홍보 욕심은 언제나 노골적이었지만 강심장은 유독 유난스러워요.

그야말로 지나친 이승기 사랑. 강심장과 강호동이 주의해야할 포인트입니다. 새로 자라나는 새싹에게는 충분한 관심과 애정, 적절한 영양분 섭취가 필요하지만 이미 자랄 대로 자란 나무에 비료를 주는 것은 안하느니만 못하다는 것이죠. 그냥 이제 물이 오른 이승기가 가진 역량을 있는 그대로 뽐낼 수 있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지금 이승기 사랑에 빠진 강호동에게도, 강심장에게도 필요한 것은 무식하게 비료를 쏟아 붓는 것이 아니라 어엿하게 잘 자란 나무의 열매를 같이 나누는 것이 아닐까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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