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 호위무사의 도움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벗어나 가까스로 성균관 담을 넘은 홍벽서 재신. 하지만 관군과 대치하는 과정에서 심한 자상을 입고, 홍벽서가 성균관의 담을 넘었다는 소식을 들은 하인수의 찔금 4인방은 홍벽서를 찾아 숨바꼭질을 시작합니다.

마침 선준의 말에 상처를 입고 뛰쳐나온 윤희는 성균관 담을 넘어 쓰러진 홍벽서를 발견하고, 그 홍벽서가 재신임을 알게 됩니다. 그렇게 재신이 다친 것을 본 윤희는 일단 재신을 향관청으로 옮기고, 재신이 담을 넘은 흔적을 지워버립니다. 그리고 윤희에게 상처를 준 것이 마음에 걸려 쫓아 나온 선준은 그런 윤희를 발견하고 윤희를 쫓아 향관청으로 향하게 됩니다.

선준은 향관청에서 윤희가 재신과 함께 있는 모습을 발견합니다. 선준은 재신이 홍벽서이고 지금 상처를 입어 윤희가 돌봐주고 있는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채, 그 둘이 껴안고 있다 오해를 하고 질투심에 눈이 뒤집혀 자리를 피해버리고 맙니다. 선준은 향관청에서 나오다 동기 유생들과 마주치게 되는데요.

용하의 활약으로 찔금 4인방과의 숨바꼭질에서 벗어난 윤희는 다음날 존경각에 갔다가 재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아직 상처도 아물지 않았는데 돌아다니는 것이 걱정된 윤희는 재신에게 괜찮냐며 아직 몸을 움직이면 안 된다고 부산스럽게 합니다. 성균관 서리가 책을 잔뜩 들고 자기 쪽으로 다가오는 것도 모르고 떠드는 윤희를 재신은 부딪치지 않도록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기며 안는데요. 눈치없이 사람이 있는 곳에서 상처 이야기를 자꾸 꺼내는 윤희를 재신은 다시 끌어안으며 귀에 대고 자신이 홍벽서임을 밝힐 것이 아니라면 조용히 하라고 합니다.

이것을 본 동기 유생들은 전날 밤 선준이 향관청에서 사색이 되어 나오는 것을 떠올리고, 선준이 재신과 윤희의 남색을 목격했기 때문에 그랬던 것이라 착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지나가다 그들의 이야기를 엿들은 다른 유생들은 걸오와 대물이 남색임을 소문내게 되고, 소문은 꼬리를 물고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됩니다. 결국 이 소문은 하인수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고, 하인수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남색 추문 사건을 재회에 붙이며 재신과 윤희를 벼랑 끝으로 밀어 넣습니다. 그리고 선준에게는 그날 밤 향관청에서 재신과 윤희의 남색을 본 것을 재회 때 증언하도록 목격자로 내세우게 됩니다.

남색 추문 사건은 인터넷 악성루머를 풍자한 것일까?

그런데 성균관 스캔들에서 재신과 윤희의 남색 추문 사건을 보다가 문득 이것이,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인터넷 악성루머로 인해 피해를 받는 현상들이 오버랩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동기 유생들은 재신과 윤희가 남색하는 것을 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밤에 향관청에서 재신과 윤희가 함께 있었다는 것만으로 그 둘을 오해하고 남색으로 생각해버리게 됩니다.

그리고 향관청에서 재신과 윤희를 보고 뛰쳐나오는 선준은 실제로 남색 행위를 본 목격자로 둔갑하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평소에는 남자끼리 안는 것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가, 이제는 재신과 윤희가 껴안는 모습이 남색의 증거로 이용됩니다. 그렇게 사람과 사람의 입으로 전해지면서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재신과 윤희는 이제 완전히 남색이라고 단정 되죠.

재신과 윤희는 자신들이 남색이 아님을 이야기 하면서 믿어달라고 하지만, 그날 밤 향관청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할 수 없는 그 둘에게 유생들은 멸시의 눈빛과 모욕적인 말을 하며 소금을 뿌리고 손가락질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그 둘은 순식간에 남색으로 마녀사냥을 당하게 되는데요. 결국 남색 추문 사건은 재회까지 진행이 되면서 그 둘은 청금록에서 영구 삭제되어 과거와 출사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성균관에서 제명당할 위기에 봉작하게 됩니다.

물론 이것이 원작 소설이 존재하기 때문에, 과연 현재 우리나라 사회의 인터넷 악성루머를 풍자한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참 절묘하게도 재신과 윤희의 남색 추문 사건을 보면서,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인터넷 악성루머로 피해가 속출하는 현상들이 저절로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선준이 남색이라 자백한(?) 이유

다시 성균관 스캔들 스토리로 돌아와, 왜 재회에서 목격자로 나선 선준이 재신과 윤희의 남색 추문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않고 갑자기 자신이 남색이라고 자백한 것일까요?

일단 선준은 이번 남색 추문 사건에 대해서 재회가 진행되기 전 사형인 재신에게 반말까지 서슴지 않으며, 윤희를 걱정하는 사람이 일을 이 지경까지 만들었다고 비난했습니다. 그리고 유생들에게 소금과 손가락질을 받으며 모욕을 당하고 있는 윤희를 자신이 직접 나서서 막아주며 구해주기도 하였습니다. 결국 선준은 재회에서 목격자로 나섰지만 윤희를 위해 변호를 해줄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선준이 윤희가 남색이 아님을 증명한다는 가정 하에 그 이유를 분석해 보겠습니다.

먼저 선준은 재신과 윤희의 그날 밤 향관청에서의 일을 이야기하기 전에 자신이 남색이라 자백했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선준이 같이 죽자고 작정하고 나선 것이 아니라면 그런 자백을 할 리가 없겠지요. 또한 윤희가 남색이 아님을 주장하며 자신이 뒤집어쓰기 위해서는 어차피 남색의 상대가 있어야 하는데 걸오와의 남색을 자백하는 것이라 보기도 힘듭니다.

그렇다면 선준이 이야기하는 자신이 남색이라는 말은 실제 자신이 남색이라고 자백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유생들의 의혹이 제기되는 논리 대로라면 자신도 남색이고 모두가 남색일 수 있다는 의미에서 꺼낸 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즉 그렇게 선준은 확실치 않은 의혹으로 두 사람을 매도하여 마녀사냥을 하는 것은 잘못되었으며, 그런 식으로는 우리 중 누구도 언제든 그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인지시킨 것입니다. 그리고 재신과 윤희의 남색 추문 사건에 대해서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남색의 목격자가 되어있음을 부정하면서, 자신은 재신과 윤희가 남색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남색의 목격자가 된 경로를 역추적하면서 그 의혹의 시발점을 찾고, 그 과정에서 어떤 오해와 살들이 더 붙어 재신과 윤희가 남색으로 단정된 것인지 증명하게 되겠지요. 그렇게 선준은 재신과 윤희의 남색 추문 사건에 대한 의혹을 논리적으로 설득시키며 남색이 아님을 밝혀내게 될 것 같습니다.


하인수가 상의를 벗으라고 한 이유

그런데 15회를 예고하는 장면에서 재회 도중 하인수는 재신과 윤희에게 상의를 벗으라고 하는 장면이 나왔는데요. 갑자기 하인수는 왜 그 둘에게 상의를 벗으라고 한 것일까요?

먼저 선준이 재신과 윤희의 남색이 진실이 아님을 밝혀낸다고 해도, 그날 밤 향관청에서 그 둘이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의혹까지 해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향관청에 재신과 윤희가 왜 있었으며 무엇을 했는지 밝히지 못하는 이상, 남색에 대한 혐의는 벗었다하나 그 둘 중 한 명이 홍벽서일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인수 역시 여림과의 대화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서 자신은 홍벽서에 대한 것이든 남색에 대한 것이든 둘 중 어떤 것으로 되어도 상관없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즉 하인수는 선준에 의해 남색으로 그 죄를 묻는 것이 불가능해지게 됨에 따라, 이번에는 홍벽서가 상처를 입고 성균관 담을 넘은 것을 가지고 재신과 윤희를 압박하려고 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당시 홍벽서는 관군에 의해 자상을 입고 성균관을 넘어왔기 때문에, 재신과 윤희 중 홍벽서가 있다면 분명 몸에 그 자상의 흔적이 남아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하인수는 재신과 윤희에게 상의를 벗어 자신들이 홍벽서가 아님을 증명하라고 하는 것 같은데요.

재신은 자신이 홍벽서라 자상의 흔적이 있어 상의를 벗을 수 없고, 윤희는 여자임이 밝혀지기 때문에 상의를 벗을 수 없습니다. 정말 산 넘어 산인데요. 과연 이 위기는 또 어떻게 넘기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아마도 선준은 재신이 홍벽서라는 것과 윤희가 여자라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이번에는 이 둘의 비밀을 모두 알고 있는 용하에 의해 위기를 넘기게 되지 않을까요?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skagns.tistory.com 을 운영하고 있다. 3차원적인 시선으로 문화연예 전반에 담긴 그 의미를 분석하고 숨겨진 진의를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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