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1일 MBC 'W'의 한 장면이다.

새해를 맞아 달력을 살펴보며 마음이 설레는 사람들이 많을 때다. 학생이라면 방학, 직장인이라면 휴가를 활용해 여행을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어디로' 떠나느냐 보다, '어떤' 여행을 할지를 먼저 고민해 보는건 어떨까?

11일 'W'는 '아프리카를 위한 아프리카 여행'이라는 제목의 코너에서 '윤리적 여행'을 소개했다. 과연 여행을 '윤리적', '비윤리적'으로 나눌 수 있을까? 논쟁이 생길 법한 주제이다. 관광객이 아닌, 주민이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공감이 갈만한 대목이 많다.

방송 내용을 보자. 지난 5년간 아프리카를 찾은 관광객수가 약 4천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여기서 발생한 관광수입도 20억 달러를 넘었다. 특히 탄자니아가 인기다. 넓은 초원과 야생동물을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이 온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곳에 살고 있는 현지 주민도 그만큼 수입이 많아지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탄자니아의 현실은 이런 상식을 깬다. 대부분의 수입은 대형 여행사나 고급호텔 등으로 흘러들어가 버린다. 원주민들은 그래서 여전히 가난하고, 관광객들 때문에 소외감만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란다.

이런 고민을 풀어줄 수 있는게 '윤리적 여행'이다. '윤리적 여행' 혹은 '책임 여행' 등으로 불리는 이 용어는 최근 여행계의 화두 중의 하나이다. 현지의 문화를 존중하고, 보존하며, 현지인에게 도움이 되는 여행을 하자는 일종의 운동이다.

탄자니아의 사례는 이렇다. 주민들이 직접 탄자니아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관광 프로그램을 짠다. 주민들과 함께 만든 음식을 먹고, 탄자니아 문화에 관한 설명을 듣는다. 잠도 주민들이 만들어둔 텐트에서 잘 수 있다. 관광객은 프로그램 이용료를 주민들에게 바로 지불한다. 이렇게 모인 돈은 개인 수익으로만 쓰는 게 아니다. 어린이 보호시설이나 학교, 병원을 만들어 지역에 새로은 활력을 넣는다. 탄자니아는 에이즈로 부모를 잃은 어린이들이 많아 이런 시설들이 필수적이다.

방송에서 탄자니아 음토와음부(Mto Wa Mbu)의 가이드 '에브라' 씨는 "여러분의 방문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었습니다. 여러분은 우리 음토와음부 지역사회의 발전을 도운 것입니다"라는 말을 했다.

관광객의 입장에서는 이런 프로그램이 어떨까? 값이 저렴하고, 현지의 문화를 익힐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불편함도 감수해야 한다. 사파리를 타고 초원을 달린 후, 호텔에서 편하게 휴식을 취하는 달콤함을 포기해야 한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이런 불편함을 오히려 즐기겠다는 여행가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방송에서는 모두 설명하지 않았지만 이런 '윤리적 여행'을 실천하는 방식은 매우 다양하다. 미국의 '윤리적 여행자'(www.ethicaltraveler.org)라는 시민단체가 만든 지침도 있다. 지역에 있는 가게를 이용하라, 값을 흥정할 때도 상대를 무시하지 마라, 방문국의 역사와 금기를 존중하라, 특정 국가나 인종에 대한 편견은 집에 놔두고 떠나라 등 10여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일반적인 여행에서도 누구든지 실천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최근에는 비행기 여행을 줄이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지구 환경을 최대한 보호할 수 있는 여행을 떠나자는 말이다.

지난해 EBS <스페이스 공감>에 출연했던 가수 이상은은 인터뷰에서 팬들에게 많은 여행을 떠나보길 권했다. 그러면서 이상은은 "여행을 떠나서 돈으로 자신을 보호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윤리적 여행'은 무엇보다 자신에게 가장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모르겠다.

방송은 홈페이지(http://service.imbc.com/broad/tv/culture/w/w_main.asp)에서 다시 볼 수 있다. 500원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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