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국회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논의에 본격 돌입한다. 야당은 대체로 일명 '언론장악방지법'으로 불렸던 박홍근안에 공감대를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당은 발의된 법안을 모두 따져보겠다는 계획이다. 언론시민사회는 정치권이 공영방송에서 손을 떼는 방안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오는 12월 3일 열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제2법안소위(정보방송통신)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을 담은 19개 방송관련법 개정안이 다뤄질 예정이다. 현재 발의돼 있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은 박홍근안, 강효상안, 이재정안, 추혜선안 등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연합뉴스)

박홍근안은 지난 2016년 당시 야당의원 162명의 동의를 받아 발의한 법안으로, 공영방송 이사회를 여야 추천 7대6으로 하고, 사장 추천시 이사 2/3 이상의 동의를 받는 것을 골자로 한다. KBS 이사회는 여야 7대4,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는 여야 6대3으로 구성돼 정부여당 편향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안이다.

당시 박홍근안은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의 반대에 막혀 논의에 어려움을 겪었다. 새누리당은 박홍근안을 '노조의 방송장악법'으로 규정하고 협상을 거부했다. 그러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문재인 정권이 출범하면서 한국당은 박홍근안 처리로 입장을 바꿨다.

언론시민사회는 정치권이 공영방송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방통위 업무보고에서 "최선은 물론 차선도 아닌 기계적 중립을 지키는 사람을 공영방송 사장으로 뽑는 것이 도움이 되겠는가"라는 의견을 제시해 시민사회와 결을 함께 했다. 이후 여권 관계자들도 "그 법(박홍근안)의 취지는 김재철, 안광한 같은 최악의 사장을 못 오게 하는 법"이라며 "최선에 가까운 사람들이 사장이 될 가능성이 적다"며 폭넓은 논의를 주장했다.

이러한 취지에서 강효상안, 이재정안, 추혜선안 등이 새롭게 제기됐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안은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에 정치권이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안이다. 공영방송 이사 추천시 지역, 성별, 연령 등을 고려해 200여명의 '이사추천국민위원회'를 구성해 추천을 받는다. 국민위원회의 추천을 방송통신위원회가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공영방송 사장은 국민위원회가 추천한 이사 13명이 사장을 선출하며 이사회 2/3 이상 찬성을 받아 의결한다.

이재정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안은 공영방송 이사를 11명에서 9명으로 줄이고 방통위가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다만 전체 이사회 1/3 이상이 공영방송 구성원과 방송 관련 학계가 추천하는 사람으로 구성돼야 한다. 사장 선출시 사장후보자를 추천하기 위해 100명 이상의 홀수 위원으로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추천을 받는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의한 안은 공영방송 이사회를 추천하는 방통위가 여야 3대2 비율로 맞춰져 있다는 점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따라 방통위가 아닌 시도지사협의회와 방송언론 관련 단체, 학회, 법조계, 학계 등에서 추천받은 인사로 구성된 이사회를 구성하고, 사장 임면시에는 광역자치단체장, 언론계, 학계 등 공신력 있는 단체에서 추천받은 자와 전임 공영방송 사장을 역임한 자로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했다.

과방위 야당은 대체로 박홍근안을 합의 가능한 안으로 보고 있는 분위기다. 정용기 자유한국당 간사는 "박홍근안으로 합의해야 한다"며 "민주당이 냈던 안"이라고 말했다. 정 간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브레이크를 걸었었지만 지금은 여야정 협의체에서 브레이크가 풀렸으니, (박홍근안을) 그대로 가자는 입장"이라며 "3일 법안소위에서 압축해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은 "당의 입장이 특별히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2016년 민주당이 공동발의했던 안을 빨리 통과시키는 게 가장 합리적이라고 본다"며 "더 이상 현실적으로 타협 가능한 안이 나오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른미래당도 박홍근안에 찬성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우리당은 계속해서 박홍근안 통과를 주장해왔고, 빠른 시일 내에 이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당인 민주당은 여러 안건을 모두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성수 민주당 간사는 "과방위에서 제대로 논의가 됐던 안은 박홍근안 밖에 없다"며 "강효상안, 이재정안, 추혜선안 등은 한 번도 과방위에서 논의가 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 간사는 "이번 소위에서 여러 안들을 살펴보고 향후 방법, 일정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