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IPTV가 출범 10주년을 맞았다. 지난 2008년 출범한 IPTV는 이동통신 3사의 자본력과 통신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급속히 성장했고, 올해는 케이블TV의 가입자 수까지 추월했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방송정보통신 수석전문위원은 정책보고서를 발간해 IPTV 출범 10년을 평가했다. 안 수석전문위원은 IPTV 3사가 방송을 통신상품의 '미끼상품'으로 전락시키면서 통신시장 지배력의 유료방송시장 전이와 방송의 공적책무 약화 등을 문제점을 유발했다고 지적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6일 민주당 정책위원회 안정상 방송정보통신 수석전문위원이 작성한 <IPTV 10년 영향의 명암과 과제에 관한 고찰> 정책리포트가 발간됐다. 안 수석전문위원은 IPTV가 ▲유료방송시장 내 플레이어간 경쟁 활성화 ▲이용자의 상품 선택의 폭 확대 ▲이용자 방송시청 환경의 질적 향상 ▲경쟁사업자의 방송 인프라 및 서비스 고도화 투자 확대 유도 ▲이용자 편의를 고려한 UI/UX 개선 노력 등을 이끌어내는 등 전체 방송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도모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아날로그 방송 중심의 시장을 디지털 방송 중심의 시장으로 본격 재편하고, 케이블TV의 지역독점 복점화로 유료방송 가입 시 선택의 폭이 좁았던 이용자들의 선택 폭 확장을 만들어낸 것은 IPTV 10년의 대표적 순기능이란 평가다.

그러나 안정상 수석전문위원은 IPTV의 역기능이 만만치 않다고 평가했다. 방송서비스 산업은 공적기능이 강조되는 '공공재'의 특성을 우선시하고 이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윤 추구가 이뤄져야 하는데, IPTV 3사는 방송을 이윤추구 수단으로 전락시켰다는 지적이다. IPTV 3사가 방송상품을 '이동통신 서비스의 미끼상품'으로 전락시키면서, 유료방송의 저가 요금 구조를 고착화시키는 요인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동통신사의 지배력을 유료방송시장으로 전이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016년 말 기준으로 통신3사와 SO들의 전체 결합상품 계약건수는 1675만 건이다. 그 중 IPTV 결합상품의 비중은 84.6%에 달한다.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중 방송-통신 결합상품 가입자 수 비중은 2013년 37%에서 2014년 39.6%, 2015년 42.1%, 2016년 42.2%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사업자별 점유율로 살펴보면 2016년 방송통신 결합상품 가입자의 사업자별 점유율은 KT 35.4%(448만), SK군 24.4%(308만), LG유플러스 20.2%(255만) 등으로 IPTV 전체 점유율이 79.9%다. 이러한 사실에 비춰봤을 때 결합상품이 IPTV의 점유율 확대를 견인했다.

이러한 IPTV 쏠림 현상은 IPTV와 SO의 공정한 경쟁의 결과로 보기 어렵다. 막강한 자본력과 마케팅 능력, 유선시장 및 무선시장에서의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통신 3사가 IPTV 사업을 영위한 결과로 볼 여지가 많다. 이들이 보유한 시장 지배력이 방송통신 결합상품을 통해 그대로 방송시장에 전이됐고, 방송시장 점유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것이다. 과점체제인 이동통신 시장에서 이용자는 이동통신 상품을 기준으로 결합상품을 선택하게 됐으며, 그 결과 유료방송상품까지 SO에서 IPTV로 전환되는 경향이 확대되고 있다.

IPTV 도입 당시 조기 시장 안착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니 케이블TV와 일반 PP 등 기존 사업자들의 위축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있다. IPTV가 결합상품 등의 무기를 동원해 경쟁적으로 시장지배력을 확보해 나가면서, 유료방송 시장의 경쟁 구도가 사업자 간 서비스 경쟁, 콘텐츠 경쟁 활성화가 아니라 가격 경쟁, 가입자 확보 경쟁으로 변질 됐다는 지적이다.

또한 IPTV가 일반 PP에 낮은 프로그램 사용료를 지급하는 것도 문제다. IPTV사업자는 방송사업 부문의 매출 적자 구조 등을 사유로 일반 PP에 대해 낮은 프로그램을 지급하고 있다. 실제로 SO에 비해 낮은 수준의 사용료를 지급하고 있다. IPTV는 기본채널수신료 매출액은 1조3627억 원 가운데 일반PP 사용료로 2045억 원을 지급해 15%의 지급비율을 보이고 있다. 반면 SO는 5951억 원 중 PP 사용료로 2529억 원을 지급해 42.5%의 지급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근본적으로 IPTV 3사가 방송을 저가상품으로 고착화 시키면서 PP의 콘텐츠 제작 및 투자를 위한 재원 감소로 이어졌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결국 프로그램의 질적 향상 도모가 어려워지면서 종국에는 시청자가 양질의 콘텐츠를 향유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당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안정상 수석전문위원은 "과도한 모바일 결합판매 확산 및 경품 지급으로 인해 방송서비스 요금 및 ARPU 저가화가 심화되고 있다"며 "최소한 유무선 상품과 방송 상품 분리 판매, 현금 경품 지급 금지 등을 포함해 유료방송시장의 공정경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 수석전문위원은 "정부의 시장 개입은 최소화돼야 하나 이용자 차별을 유발하는 과도한 마케팅 비용 지출을 규제하는 등 건전한 시장경쟁 질서를 확보하기 위한 정책 시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정상 수석전문위원은 IPTV가 외형적 성장에 걸맞는 프로그램 사용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수석전문위원은 "각종 통계자료와 PP업계에 따르면 IPTV사업자의 경우 프로그램사용료를 적정수준에 못 미치게 지급해왔다"며 "IPTV가 더 적극적이고 선도적으로 PP에 대한 프로그램사용료 지급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정상 수석전문위원은 '유료방송 플랫폼-PP균형발전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안 수석전문위원은 "지상파 재송신료, 종편PP 프로그램 사용료, PP프로그램 사용료는 동일한 성격의 콘텐츠 사용료임에도 각각 별도의 협상을 통해 산정 기준 없이 결정되는 구조"라며 "따라서 콘텐츠 사용료에 대한 통합 대가 산정 기준을 마련해 플랫폼사업자의 예측가능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7년을 기점으로 IPTV 사업자는 케이블TV 사업자의 전체 방송사업 매출액과 총 가입자 수를 추월했고, 최근에는 M&A 논의까지 이뤄지고 있다. 거대 통신기업이 방송시장을 잠식하면 독과점에 따른 폐해, 방송의 공공성 훼손, 유료방송사간 방송 콘텐츠 획일화 등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IPTV 사업자들이 콘텐츠 제작, 프로그램 편성, 방송 송출에 대한 수직계열화를 진행할 경우 ▲과도한 상업화에 따른 공적 정보에 대한 통제 ▲서비스 품질 제고를 위한 투자 축소 ▲신규사업자의 시장진입 제한 ▲PP사업자·시청자와의 거래 관계에서 협상력 우위에 기초한 불공정거래 행위 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안정상 수석전문위원은 "방송법의 목적을 고려할 때, 방송 규제의 1차적인 목적은 공익성 실현을 통한 민주적 여론형성이고, 방송을 통한 민주적 여론 형성의 기본 전제는 특정사업자가 과도한 여론 지배력을 소유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