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가는 시기에 장르물이 등장했다. 김선아와 이이경 조합이 얼마나 효과적일지 아직 의문이기는 하지만, 천편일률적인 드라마 시장에서 범죄 수사물이 다시 돌아왔다는 것만으로도 시선이 집중된다.

<붉은 달 푸른 해>에는 아동이 등장한다. 아동학대와 살인이라는 자극적인 소재가 전면에 노출된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여기에 연쇄살인까지 더해지며 음침하고 우울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그만큼 무거운 주제의식으로 자칫 외면당할 수도 있다는 점이 약점이다.

약점은 장점이 될 수 있다. 무거운 주제에 강렬한 이미지,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풀어가는 과정은 장르물 특유의 재미로 다가온다. 가벼움이 넘쳐 휘발되는 이야기들과 달리, 전통 범죄수사 장르는 장르물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MBC 새 수목 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

<품위 있는 그녀> 박복자를 통해 새로운 존재감을 드러냈던 김선아가 돌아왔다. 로맨스를 거쳐 범죄극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 김선아에 대한 기대치는 높다. 차우경이란 이름의 아동 상담사로 ‘녹색 옷을 입은 아이’를 보면서 벌어지는 그녀의 이야기는 극의 중심에 선다.

남부러울 것 없는 가족. 모든 것을 다 가진 듯한 그녀 앞에 어느 날 등장한 녹색 옷을 입은 아이의 환영은 그녀를 깊은 수렁 속으로 몰아넣기 시작한다. 현실인지 환상인지 쉽게 확인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녹색 옷을 입은 아이 곁에는 죽음이 존재한다.

사고 후 일시적 문제라 생각했지만 녹색 옷을 입은 아이로 인해 평온하기만 했던 그녀의 삶은 송두리째 흔들리기 시작한다. 완벽해 보이는 그녀의 가족에게도 비밀은 존재한다. 그저 보이는 것과 다른 진실은 서서히 드러나고 그 가족의 실체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MBC 새 수목 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

범죄와는 전혀 상관없었던 아동 상담사가 살인사건과 연결되기 시작한다. 연쇄살인사건 담당인 강지헌 형사는 차우경과 함께 극을 이끄는 핵심인물이다. 강력계 형사로 우직하고 원칙에 집착하는 강지헌의 존재감에 따라 극 전체의 분위기가 바뀔 수도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김선아가 연기하는 차우경은 믿고 봐도 좋을 것이다. 그만큼 연기로 증명해왔기 때문이다. 한편. 차우경과 전혀 다른 지점에서 강한 힘으로 받쳐줘야 하는 강지헌 형사 역의 이이경이 얼마나 그 역할을 해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연쇄 살인사건을 담당하는 형사와 현장에 항상 등장하는 여성. 그 연결고리는 자연스럽게 의문을 품게 만든다. 그리고 그 의문을 풀려가며 두 사람은 한 팀이 되어 사건을 해결하기 시작한다. 새롭지는 않지만 그런 전형적인 방식이 장르를 구축하기에 오히려 강렬하게 다가온다.

<붉은 달 푸른 해>를 기대하게 하는 이유는 김선아나 이이경 등이 출연하기 때문이 아니다. 도현정 작가의 신작이기 때문이다. 문근영, 육성재, 온주완, 장희진 등이 출연했던 그녀의 전작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이 보여준 재미에 기인한다. 전작을 봤던 이들이라면 도현정 작가의 신작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MBC 새 수목 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

전작에도 아이가 등장한다. 아동 폭력에 노출되었던 아이가 성장한 후 벌어진 사건의 행태와 방식이 <붉은 달 푸른 해>와 궤를 같이 한다. 장르극의 경우 작가주의로 읽을 수 있는 대목이 된다. 사건을 만들고 풀어가는 방식이나 소재가 유사한 측면이 분명 존재한다.

자기복제가 아닌 작가 특유의 색깔이라면 이는 당연히 반가운 일이다. 물론 아직 방영 전이기 때문에 어떤 것이라 단정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지만, 전작과 달리 형사의 무게감이 묵직하고 중요하게 등장한다는 점에서 많은 부분이 다를 것으로 보인다.

아동학대와 그에 관련된 인물들의 죽음. 그 죽음들이 이어지며 연쇄살인 사건이 된다. 운명처럼 그 사건에 개입하게 되는 평범한 아동 상담사와 그런 그녀가 이상한 강력반 형사의 이야기 그리고 살인사건 속에 항상 등장하는 시. 의문투성이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갈 <붉은 달 푸른 해>는 그래서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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