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일곱 달만의 수사발표였다. 길고긴 수사 끝에 마침내 결과가 나왔고, 그 내용은 혜경궁 김씨 계정을 고발한 3,245명의 시민들의 예측대로였다. 경찰은 ‘혜경궁 김씨’로 불린 트위터 계정(@08__hkkim) 소유주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부인 김혜경 씨라는 수사결과를 밝혔다. 경찰은 결과발표와 함께 김혜경 씨를 기소의견으로 19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반발했다. 다만 이번 경우에는 언론과의 직접 접촉이 아닌 페이스북을 통한 피력이었다. 언론과 일체 접촉을 단절한 이 지사는 SNS를 통해 경찰이 “수사를 하지 않고 B급 정치”를 하고 있다고 원색적인 비난도 아끼지 않았다. 또한 경찰이 내세운 근거들에 대해서도 “허접한 스모킹건”이라고 폄하했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부인 김혜경 씨가 2일 오후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의 소유주 논란과 관련 피고발인 신분 조사를 마친 뒤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을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경찰은 “김씨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고, 추후 법정공방이 예상되는 점을 고려해서 세부적인 판단결과는 언론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는 입장이다. 결국 아직은 경찰이 혜경궁 김씨를 이 지사의 아내로 판단한 결정적인 스모킹건은 알려지지 않은 셈이다. 또한 이 지사의 스모킹건 운운에 대해서 시민들의 집단고발을 대리한 이정렬 변호사는 트위터에 “스모킹건은 따로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아직은 경찰의 기소의견일 뿐 기소가 확정된 것도 아니고,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무죄추정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말도 없지 않다. 그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이번 경찰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꼭 따져볼 부분이 있다. 불과 한 달 전, 혜경궁 김씨는 50대 남자이다, 이 지사의 성남시장 시절 운전기사다 등의 주장을 사실인 양 보도한 일부 언론의 태도에 대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대표적으로 한겨레신문에 대한 실망감은 매우 컸다. 한겨레신문은 지난달인 10월 14일 [단독] “트위터 혜경궁 김씨, 이재명 지사 부인 아니다”라고 하더니, 다음 날에도 역시 [단독] "이재명 팬카페 운영자 “혜경궁 김씨는 이 지사의 전 운전기사"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냈다. 혜경궁 김씨에 대한 고발이 공소시효 탓에 어쨌든 경찰의 수사결과 발표가 임박한 시점이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홈페이지 갈무리

그리고 라디오 청취율 1위를 자랑하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김어준 역시도 한겨레신문의 보도 내용을 거들었다. 김어준은 뉴스공장 진행 중에 “제가 취재한 바로는 혜경궁 김씨 계정주는 50대 남성이다. 자신이 계정주라는 걸 수사 과정에 수차례 밝힌 바 있다”고 했다. 한겨레신문의 보도와 크게 다른 점이 없었다. 이번 경찰의 수사발표로 인해 두 매체의 혜경궁 김씨 관련 보도는 일단 사실이 아니었음이 공식적으로 밝혀진 셈이다.

한겨레신문의 연이은 단독보도는 경찰의 수사내용이 아닌 이재명 지사 팬카페 운영자의 진술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한 것이라는 데 문제가 컸었다. 또한 김어준의 “경찰 쪽 소스” 발언에 대해서도 혜경궁 김씨를 고발한 이정렬 변호사의 반발이 있었다. 이 변호사는 고발인 쪽에는 아무 정보도 주지 않았던 경찰이 김어준에게 정보를 제공했다는 점에 대해 고발을 했다. 해당 사건은 오는 20일 수원지검의 고발인 조사를 앞두고 있다.

상황이 이쯤 되니 한겨레신문이나 김어준이 독자와 청취자, 더 나아가 혜경궁 김씨를 고발한 이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혜경궁 김씨는 50대 남성”을 주장했던 것은 가짜뉴스였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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