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과 거리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예능은 특별하다. 퀴즈 프로그램을 과감하게 거리로 가지고 나와 소통 방식으로 택했다는 점에서도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특별한 방송이다. 퀴즈라는 형식을 차용했지만, 우리네 삶을 이야기하는 데 방점을 둔 프로그램이었다.

사람 사는 이야기;
격식 내던지고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소통한 유일무이한 프로그램

유재석과 조세호가 거리로 나서 시민들과 만나 퀴즈를 푼다. 정해진 분량을 모두 풀며 현장에서 현금 100만 원을 지급한다. 파격적이다. 첫 회 외국인 노동자가 몇 년 만에 남편을 보러 온 아내 앞에서 첫 우승자가 된 장면은 극적이었다. 의도적으로 만들어내기도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풀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 퀴즈 프로그램의 핵심이다. 많은 도전자들은 그렇게 풀기 어려운 문제들에 도전하고 어렵게 승자가 된다. 대부분 퀴즈 프로그램은 유사한 방식이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제발 퀴즈를 모두 풀 수 있기를 요구한다.

가능하다면 모두가 퀴즈 우승자가 되어 100만 원을 받아가기 바라는 프로그램은 그래서 신기하다. 모든 이들이 우승하기 바라고 상금을 주고 싶어 하는 제작진과 MC들의 모습은 새로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퀴즈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

퀴즈는 형식이 될 수밖에 없다. 마치 길거리에서 만나 방송에 나온 이들에게 출연료를 주듯 말이다. 지역을 선택하고 두 사람은 거리를 걷는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거리’에 있다. 거리를 걷는 그 과정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마치 함께 산책하듯 거리를 걷는 그 과정만으로도 흥미롭다.

거리를 걷다 만나는 동네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그 과정에서 퀴즈를 제안하고 푸는 방식이 전부다. 단순한 방식이지만 그 안에 모든 것이 담겨 있다. 퀴즈 전에 나누는 이야기가 핵심이다.

사람들 사는 이야기는 제각각이다. 모두가 다른 삶을 사는 만큼 만나는 모든 이들이 곧 역사다. 유재석의 친근함과 조세호의 엉뚱함이 하나가 되어 시민들과 만나 나누는 이야기는 흥미롭다. 그들이 살아가는 삶이 다른 만큼 같은 주제를 언급해도 새로운 이야기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 두 사람의 전혀 다른 성향이 주는 이야기들 역시 흥미롭고 재미있다.

도심에서 혹은 거대 도시의 작은 골목길에서 나누는 사람들과 이야기는 날 것 그대로 이야기라는 점에서 특별할 수밖에 없다. 유재석이기에 가능한 토크 프로그램일 수밖에 없음은 명확하다. 사전에 소통이 전혀 되지 않은 사람들과 거리에서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끌어내고 나누는 행위는 쉬워 보여도 쉽지 않다.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

상대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상대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힘은 유재석이기에 가능한 장점이다.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에 능한 유재석이 없었다면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낯선 거리에서 우연하게 만난 그곳에 사는 사람들. 아무런 거리낌 없이 다가가고 서로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은 흔하지 않다. 대부분 스튜디오나 특정한 틀 속에서 준비된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이었던 것과 비교해보면 이 프로그램은 특별하다.

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이 주인공이 되고 그렇게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서로 나누는 과정이 모두 방송 소재가 된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퀴즈에 도전하지만 미용실에서 우연하게 만났던 할머니 분의 명쾌한 한 마디는 모두를 웃게 만들었다.

퀴즈를 거부한 이 할머니의 호쾌함은 어쩌면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장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모두가 당연하듯 퀴즈를 푸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거절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과감하게 퀴즈를 거부한 할머니는 그렇게 현금에 대한 도전 대신 전설이 되었다.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

길거리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하는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12회로 시즌 1이 종영되었다.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과정에서 예능은 가끔 드라마가 되기도 했다. 낯선 그렇지만 익숙해질 수밖에 없는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 자체가 영화이기도 하고 드라마로 다가오기도 했다.

가식 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편하게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 유명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동네 사람들과 산책 나와 이야기 나누듯 하는 그 모든 형식이 참 반갑고 고맙게 다가온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새로운 기준을 남기고 시즌 1을 마감하게 되었다.

토크 프로그램의 의미가 무엇인지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많은 이들에게 근본적 질문을 던졌으니 말이다. 날 것 그대로 상태에서 사람 사는 이야기를 가감 없이 듣고 전한다는 점에서 말 그대로 '토크쇼의 끝판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면 시즌 2로 찾아오기 바라는 마음은 그래서 더욱 간절하다.

특별한 누군가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동네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그 안에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유 퀴즈 온더 블럭>의 12주의 실험과 도전은 충분히 가치 있었다. 그 가치가 한 번이 아니라 다시 시즌 2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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