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전원책 변호사를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에서 해촉한 것을 신호탄으로 친박의 결집이 진행되는 모양새다. 김병준 비대위는 친박의 거센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친박이 집결하자 비박도 세를 모으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또 다시 친박·비박 당권투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조강특위 해촉 관련 기자회견에서 말 아낀 전원책, 하지만

14일 오후 2시 여의도 모처에서 전원책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 변호사는 전당대회 시기를 두고 김병준 비대위와 대립한 끝에 해촉된 바 있다. 전 변호사는 내년 6~7월 전당대회를 주장했고, 김병준 비대위는 내년 2월 말 전당대회를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혀왔다.

▲14일 오후 2시 여의도에서 전원책 변호사가 한국당 조강특위 해촉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원책 변호사는 "전권을 가진 조강특위 위원을 수락한 것은 무너진 보수를 재건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러나 그 꿈은 사라졌다. 국민을 감동시킬 자기 희생이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면 제가 할 일은 없다"고 밝혔다.

전원책 변호사는 "저는 2월 전당대회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해왔다"며 "(2월 전대는)어떤 청산도 하지 말라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전 변호사는 "더욱이 예산심의 의결 기간이자 정개특위 활동 기간"이라며 "그래서 한두 달이라도 전대를 늦춰야 한다고 한 것인데 제 의견을 월권이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전원책 변호사는 김병준 비대위에 대한 직접적인 의혹 제기 등은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각에서 제기된 김병준 비대위의 조강특위 인사청탁 의혹에 대해 "여러분도 아실만한 분을 그분들이 제게 요구했고 저는 응하지 않았다. 사심을 사전에 차단하고 엄정하게 모셨다"면서도 "그 이후 뒷 얘기는 세월이 좀 지나면 말씀드리겠다"고 물리쳤다.

전원책 변호사는 "그 문제는 서로 돌을 던지는 이야기가 될 것이고, 지금 김병준 위원장도 얼마나 어렵겠느냐"며 "서로를 이해해야 한다. 나는 잘났고 깨끗하고, 이런 식의 발언은 제 얼굴에도 침을 뱉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원책 해촉 도구 삼아 집결하는 친박

전원책 변호사 해촉 후 김병준 비대위에 대한 한국당 친박의 비토는 연일 이어지고 있다. 친박 당권주자들은 내년 2월 말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조기에 개최하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사실상 친박이 김병준 비대위와 '전면전'을 선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지리멸렬했던 한국당의 주료 친박이 다시 힘을 모으는 기류가 감지된다.

▲13일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열린 우파재건회의. 왼쪽부터 정우택 의원, 김문수 전 경기지사, 김진태, 심재철, 조경태, 유기준 의원. (연합뉴스)

13일 구본철 전 의원의 주재로 열린 '우파재건회의'에는 친박 당권주자들이 대거 집결했다. 이 자리에서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사퇴해야 한다"며 "노무현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 위원장이 한국당 비대위원장을 하는 게 잘못됐다. 또 전원책 해촉 소동을 통해 한국당 위상을 실추시켰다"고 비난했다.

김진태 의원은 "비대위원장님 그 동안 고생 많으셨다"고 비꼬았다. 김 의원은 "이제 빨리 비대위 활동을 마무리하고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요구한다"며 "하루라도 빨리 전당대회를 열어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조기 전당대회는 당의 주인인 당원의 뜻을 물어 당이 어떻게 갈지 결정하자는 것"이라며 "조속한 시일 내에 공정한 룰로 전당대회를 열자"고 요구했다.

정우택 의원은 전원책 해촉 사태를 거론하며 "일련의 사태를 봤을 때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정치적 실책을 범했다고 본다"며 "앞으로 비대위가 동력을 상실해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지금 비대위는 빠른 시일 내에 전당대회를 치러 건강한 리더가 뽑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박 대표로 원내대표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알려진 유기준 의원은 "여전히 당 지지율이 답보상태이고 국민의 사랑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전당대회를 빨리 열어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본철 전 의원은 12일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만났다고 전하기도 했다. 구 전 의원은 "황 전 총리가 '우파통합과 재건에 뜻을 같이 모으고, 이 모임이 국민 대다수를 아우르는 혁신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병준, 친박의 조기전대 주장 일축했지만…초·재선까지 나서 압박

14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김병준 위원장은 "나가라는 이야기는 제가 비대위원장 들어서는 순간부터 (있었다)"며 "어제 서셨던 분들 중에 몇 분은 비대위 구성 자체를 반대한 분들이고 처음부터 끝까지 나가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 이야기에 어떻게 제가 일일이 답을 하겠느냐"고 잘라 말했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

김병준 위원장은 "이제 전원책 변호사 일이 있으니까 힘을 좀 더 얻어서 말씀을 하시는 것"이라며 "그러나 지금 제가 여기에 대해서 답을 하고 할 정도의 그렇게 만만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병준 위원장은 친박이 주장하는 조기전당대회에 대해 "조기 전대를 치러봐야 전대가 40~50일 정도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결국 2달"이라며 "그 두 달을 이때까지 그렇게 참아오셨는데 두 달을 못 지켜보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김병준 비대위에 대한 반발은 거세지는 모양새다. 14일 오전 진행된 자유한국당 초재선 의원 모임 '통합과 전진'에서 박대출 의원은 "국민들은 한국당을 지지할 마음이 생겼는데 당이 준비가 돼있지 않은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준비를 하려면 최근 보이는 우려스러운 모습이 불식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져야 할 분들이 정치생명 연장을 위해 움직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박계 의원들을 겨냥했다.

정용기 의원은 "전원책 변호사에게 전권을 준다는 등 하며 영입해 온 분들이 사태가 그렇게 됐으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상처를 헤집어 놓고 오히려 상처가 덧나는 상황으로 가는 것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정용기 의원은 "보수대통합을 해야 한다는 대명제는 반대하는 사람이 없다"며 "전원책 변호사의 해촉도 보수대통합을 전대로 7월에 하느냐, 2월에 우리끼리 하느냐 의견차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 의원은 "보수 분열을 야기한 책임 있는 분들이 보수대통합이란 미명을 걸고 통합의 주체로 역할을 하겠다는 건 당원과 국민을 속이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완수 의원은 "김병준 위원장이 그동안 비대위에서 한 성과를 당원과 의원들 앞에 공개해야 한다"며 "그것을 당원이 수용하면 2월까지 마무리해도 괜찮지만, 수용하지 못하면 2월까지 갈게 아니라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압박했다.

친박에 질세라 비박도 세 불리기…또 '친박vs비박'

비박도 세를 불리는 모양새다. 13일 오전 비박 좌장 김무성 의원과 정진석 의원이 공동 주최하는 '열린 토론, 미래' 토론회가 열렸다. 열린 토론 미래는 2017년 바른정당 소속이었던 김무성 의원과 한국당 정진석 의원 등이 만든 국회의원 토론모임으로 비박이 주도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는 비박 의원들이 대거 집결했다. 이 자리에 원내대표 경선 출마가 유력한 강석호 의원을 비롯해 권성동, 김영우, 김재경, 김학용, 주호영 의원 등이 참석했다.

▲지난 9월 김무성, 정진석 의원이 주도하는 <열린 토론, 미래> 토론회 모습. (연합뉴스)

토론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무성 의원은 최근 친박이 요구하고 있는 박근혜 탄핵 끝장토론에 대한 의견을 내놨다. 김병준 위원장은 친박의 요구에 원내대표 선거 후에 '끝장토론'을 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김 의원은 "끝장토론을 하려면 수준 높은 토론을 해야 하는데 다들 보셨겠지만 이성을 잃은 대응이 나오면 거기에 대한 대응은 하고 싶지 않다"고 일축했다.

김무성 의원은 친박 당권주자들이 모인다는 소식에 "전당대회가 예정돼있기 때문에 뭐 서로 그런 모임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지금에 와서 친박, 비박 이런 얘기 나올수록 국민의 지지는 더 떨어지는 거 아닌가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조기 전당대회를 요구하는 친박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14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김 원내대표는 "지금 섣부르게 비대위를 사실상 해체하고 조기 전당대회나 개최해 달라는 사람은 지난번 의원총회에서 비대위를 선택한 그 결기를 다 잊고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새로운 변화보다 이 당을 자신들의 생각대로 유지시키고자 하는 일부의 목소리"라고 비판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친박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황교안 전 총리에 대해 "그 분도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정치를 하려면 화끈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그 분도 아마 자기의 정치적 목적보다는 문재인 정권의 국정운영 방식이나 대한민국 미래를 걱정하는 차원에서의 여러 가지 행보가 있을 뿐이지 아직까지 본인의 정치적 야심과 야망을 위한 뜻을 갖고 행하는 행보라고는 보지 않는다"면서도 "제가 생각할 때는 절대 관료 출신, 온실 속의 화초로 걸어와서 웬만큼 대중성을 확보한 사람들은 전당대회에서 제대로 못 싸운다"고 평가절하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표면상으로는 전당대회 시기를 둘러싼 갈등 구도로 읽히지만 물밑에서는 비박과 친박의 치열한 당권 다툼이 전개되는 분위기"라며 "김병준-김성태 체제는 비박의 차기 당권을, 전원책 변호사는 이와 다른 의견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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