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평양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보내온 송이버섯의 답례 차원에서 제주산 귤 200t을 군수송기에 실어 보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가짜뉴스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오죽하면 JTBC <뉴스룸>은 12일 펙트체크 코너에서 대표적인 가짜뉴스들을 새삼 확인시켜 주었다.

JTBC <뉴스룸> 펙트체크팀이 검증한 가짜뉴스는 크게 세 가지 정도였다. “미군의 검색을 피하기 위해서 육로가 아닌 군수송기를 이용했다. 송이버섯에 대한 답례 형식이지만 대북제재 위반이다. 마지막으로는 귤값 인상요인이 된다.” 등이었다. <뉴스룸>의 친절함은 칭찬해야 마땅하겠지만 <뉴스룸> 시청자 입장에서는 다소 자존심이 상했을 수도 있다. 뉴스만 꼬박꼬박 챙겨본다면 의혹이 아니라 냉소할 수밖에 없는, 허무맹랑하고 유치한 루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팩트체크] 미군 눈 피하려 군 수송기로?…'귤 답례' 사실은 (JTBC <뉴스룸> 보도영상 갈무리)

시청자 아니 시민들의 수준을 전혀 가늠 못하는 사람은 따로 있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정부의 귤 선물 소식에 SNS를 통해 “북에 보냈다는 귤 상자 속에 귤만 들어있다고 믿을 국민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글을 남겼다.

홍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한 반응은 즉각적이었고 거셌으며, 더군다나 전 방위적 반박이 이어졌다. 여당은 물론이고 야당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웬만하면 침묵했을 자유한국당마저도 지나치다는 반응이었다. 흔히 평론가 중 모두를 비판하는 경우 ‘모두까기’라고 부르는데, 홍준표 전 대표는 이번 발언으로 모두에게 까이는 ‘모두까임’ 처지가 되고 말았다. 여야가 대동단결하여 홍 전 대표에 발언에 비판을 쏟아냈고, SNS에는 패러디가 무성했다.

사방에서 쏟아진 비판으로 결국엔 자유한국당의 원죄만 불거졌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사과박스부터 시작해 과일상자에 과일 대신 엉뚱한 물건을 담는 일이야 자유한국당의 전문일지 몰라도”라고 애써 묻어둔 자유한국당의 아픈 과거를 들춰낸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도 “아마도 그렇게 살아온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말 아닐까?”라며 꼬집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연합뉴스 자료사진)

언제나 그런 것처럼 홍준표 전 대표의 막말은 자유한국당에게는 자살폭탄이 되고, 정부와 제주 귤농가에게는 선물이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홍준표 전 대표의 존재는 애증의 아이콘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송이버섯에 비해 귤 200톤은 너무 약소하지 않나. 그래서 사람들 관심이 좀 덜하지 않을까 우려도 없지 않았는데 홍 전 대표의 발언으로 일약 관심을 받게 됐으니 정부로서는 200톤 보내고 2만톤 이상의 효과를 본 셈이다. 덕분에 제주 귤이 유명세를 얻게 됐다. 이른바 홍준표 효과가 발동한 것이다.

정부의 북한관련 정책이 추진과 성과를 보일 때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는 늘 치솟았다. 그것은 곧 국민들 대다수가 다른 것은 몰라도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불만과 이견이 없음을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런 민심을 읽지 못하고 과거 차떼기 시절의 발상으로 대북정책을 건드린 것은 홍준표 전 대표의 패착 중의 패착이 아닐 수 없다.

홍준표 효과는 거기서 끝이 아니다. 홍 전 대표의 발언으로 자유한국당은 귤 선물에 대해서 어떤 말도 할 수 없는 묵언의 봉인을 당한 셈이 됐다. 여야를 막론하고 홍 전 대표의 발언에 비판을 가하는 대동단결된 분위기 속에 자유한국당조차 “과하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것은 홍 전 대표가 아니라면 누구도 못할 위력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의 특기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귤 상자에 귤 말고 무엇이 들었을까 의심하기 전에 홍 전 대표의 말을 그대로 믿을 국민이 얼마나 될지를 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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