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문재인 정부의 '경제 투톱' 교체와 환경부 장관 임명 강행에 대한 야당의 불만이 제기되자,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너무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는 인사청문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원내대표는 "야당 시절 우리가 그런(장관 낙마) 문화를 만들었다"며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왼쪽부터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연합뉴스)

12일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여야는 문재인 정부 인사를 두고 팽팽하게 맞섰다. 문 의장이 "국회선진화법 이후로 법정시한이 있어 12월 2일까지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하자,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전장에서 장수 목을 베어놓고 무슨"이라고 말했다. 국회의 예산안 심의를 앞두고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경질한 것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김성태 원내대표의 비판에 홍영표 원내대표는 "법적으로 다음 장관 임명될 때까지는 김동연 부총리가 차질 없이 할 수 있다. 다 그렇게 해왔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김 원내대표는 "순차적으로 장하성 실장부터 (경질)하고 그 다음에 경제부총리를 하라고 했다"고 반발했고, 홍 원내대표는 "바꿨더니 순서가 틀렸다고 하면 (어떡하냐)"고 말했다.

홍영표, 김성태 원내대표가 맞부딪히자, 문희상 의장이 중재에 나섰다. 문 의장은 "오십보 백보다. 어쨌거나 지난 5일 각 대표 모시고 초월회, 여야상설협의체를 했다"며 "역지사지다. 주장만 앞세우면 끝까지 해결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김성태 원내대표는 "민주당만 잘하면 대한민국 국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의장이 역지사지를 말했는데, 사실 여야 협상하면서 그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최근 민주당 행보들이 역지사지와 거리가 있는 것 같아 우려가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인사문제를 거론했다. 김 원내대표는 "지금 문재인 대통령 취임 1년 6개월 만에 국회 인사청문회 보고서 제대로 채택 안 되고 7번째 임명이 이뤄졌다"며 "박근혜 정부 4년 반 동안 전체 9명 임명 강행됐는데, 이런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지난 9월 20일 원내대표 협상도 인사청문회를 두고 했었는데, 당시 인사청문회 제도를 개선하자고 했었다"며 "그런데 이번에 또 주말에 조명래 환경부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대단히 문제 있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도 거들고 나섰다. 김 원내대표는 "여야정 상설협의체를 5일에 했는데, 정확히 5일 만에 그걸 무시해버리고 장관 임명 절차를 강행했다"며 "예의를 갖추고 절차가 이뤄지고 국정 전반적으로 협치가 이뤄지면 얼마나 좋겠느냐. 칼자루 쥔 사람이 좀 달라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야당의 비판에 홍영표 원내대표는 "야당에서는 국회가 동의를 하지 않으면 임명하면 안 된다고 하는데 저는 검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그 전에 청와대를 보면 (인재를) 찾기가 힘들고 찾아도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에 공포를 갖고 있어 본인들이 거부한다고 한다"고 말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저는 그런 측면에서 너무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는 인사청문회 제도를 개선해 장관 자리에 역량있는 사람을 모셔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무조건 야당은 낙마 시켜야 성과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홍 원내대표는 "솔직히 야당 시절 우리가 그런 문화를 만들었고, 그건 우리가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예를 들면 다른 나라에선 기업인들도 와서 일을 하고 국정에 참여해 성과를 내는데, 우리나라는 지금 기업인이 장관으로 들어오는 게 백지신탁제도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이러다보니 관료나 교수 이렇게 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과거에 우리 당으로부터 문제가 있다고 인정한다"고 재차 밝혔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법과 제도만 탓하지 말라"며 "대통령이 코드인사만 하려고 하니 힘든 것"이라고 반박했다. 문희상 의장은 "둘 다 일이 없는 말 아니다"라며 "역지사지하며 제도를 바꿔보자는 게 취합이 되면 머리를 써서 해보자"고 중재했다.

한편 이날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는 음주운전 처벌강화를 골자로 한 도로교통법 개정안·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일명 '윤창호법'을 신속하게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다른 사안에 대한 논의에는 진전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회동 후 김성태 원내대표는 "윤창호법을 빨리 처리하기로 합의했다"며 "이외에는 합의한 게 별로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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