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친정체제를 구축하고 여권의 유력한 대권주자로 키우기 위해 내세웠던 젊은 총리 카드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가 국무총리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낙마했다. 청문회 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난 몇몇 장관 후보자와 함께. 그래서 김황식 감사원장이 임기도 마치지 못한 채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됐고, 청문회를 거쳤다. 1일 국회 표결을 한다는데 큰 변수가 없으면 통과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통령이 하는 인사는 청문회나 검증 과정을 거친다. 어떤 인사들이 국가 중요 정책을 결정하고 수행하는데 적합하냐를 따지는 것이다. 우리는 당연한 절차라고 생각한다.

민선5기 김영만 옥천군수가 들어선 이후 첫 인사가 10월1일자로 단행됐다. 옥천군 행정조직 개편과 맞물려 실과의 명칭이 변경된 것을 포함해 옥천군 전체 공무원의 절반이 넘는 수가 자리를 옮기거나 인사 대상이 됐다. 역대 최대 인사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 김영만 옥천군수 ⓒ옥천신문
그러나 인사 내용이 발표되면서 공직사회 내부에서나 주민들의 반응이 싸늘하다. 첫째로 들리는 얘기는 주민들의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인사비리나 업무추진비 유용 등으로 인해 현직 군수가 징역살이를 하고 있는 마당에 민선4기 주요 보직에서 전 군수를 보좌했던 공무원들이 유임되거나 소위 핵심부서 근무자들끼리 자리이동하는 정도로 다시 중용됐다는 것이다.

이는 적어도 민선5기 들어 김영만 군수가 내세우고 있는 ‘대한민국 자치1번지’라는 군정 구호를 적절히 수행하기 위해 공직사회 일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과를 통폐합하고, 인사비리나 공직 비리가 되풀이하지 않도록 감사기능을 강화하는 참여감사과를 신설하는 등 조직개편을 단행한 명분조차 사라져 버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민선4기 당시 청경채용과 관련한 인사비리가 있을 때 인사를 담당했던 직원이, 군수 업무추진비가 유용될 당시 현장에 있던 공무원들이 그대로 자리를 보전하고 있는데 주민들의 눈에 새로 들어선 군수가 조직개편에 이어 개혁의지를 담은 인사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직 군수가 인사비리 등의 혐의로 구속되자 주민들은 군수가 바뀌고 새로 업무가 시작되면 공직사회가 판갈이가 되지 않고서는 옥천군정이 제대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죽하면 어느 주민 한 분은 1톤 트럭에 가득 세제를 사다 줄테니 새 군수가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세제를 풀어서 군청사를 깨끗하게 청소한 후에 업무를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했겠는가.

그뿐인가. 민선5기 군수가 개혁의지를 갖고 군정수행을 제대로 하려면 취임 후 첫 인사가 중요하다며, 두 눈을 크게 뜨고 첫 인사를 잘 지켜보아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주민들의 여망을 읽지 못한 결과가 결국은 개혁의지가 실종된 첫 인사를 했다는 평가로 이어지고 있다.

옥천같은 이런 작은 지역에서는 이런저런 일들이 하룻밤만 자고 나면 소문으로 다 돌아버리는 동네다. 공무원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떻게 지역에서 평가를 받고 있는 지 주민들이 먼저 안다.

그러니 국무총리나 장관 후보자들은 대통령이 내정을 하면 청문회라도 해서 인사의 적절성 여부나 따지지, 한 동네 사는, 그리고 임기가 보장된 공무원들을 놓고 지역에서 청문회를 하고 낙마를 시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참 딱하기는 하다.

‘인사는 만사’라고 했다. 연공서열대로 인사를 해도 말이 나올 수 있고, 발탁인사를 해도 말이 나올 수 있는 게 인사다. 그래도 문제가 있었으면 다른 보직으로 전보시켜야 하고 전시성일망정 공직사회 자정 결의대회나 지켜보는 주민들을 이해시킬 만한 별도의 노력이 없었음은 심히 유감이다.

신문쟁이들은 늘상 듣는 참 난감한 얘기가 있다.

대통령이 됐든, 군수가 됐든 취임을 한 후에는 적어도 6개월은 조금 잘 못하더라도 지켜봐주고, 다독거리면서 같이 갈 수 있는 방향을 찾아야지, 경험도 없는 사람을 잘못한다고 패기만 해서야 되겠느냐는 일반 주민들의 정서다.

충분히 동의할 수 있는 말이다. 신문쟁이들도 특별한 사안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흔히 하는 말대로 좋은 게 좋을 수 있다. 좋은 게 좋다는 말을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군수가 자신이 주민들에게 약속한 바를 실천하기 위한 가장 중심되는 주제가 자꾸 궤도를 벗어나려고 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취임 후 6개월이 아니라 임기 말까지도 좋은 소식 내주고, 군수 칭찬하는 기사, 홍보하는 기사를 싣고 싶다.

각자 가슴속에 커다란 소우주를 품고서 ‘소통’하고 ‘공유’하고 싶어합니다. 그 소통과 공유를 바탕으로 연대의 틀을 마련하여 이 사회를 더 나은 사회로 바꾸고자 합니다. 이제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매개체의 필요성은 두말 할 나위가 없겠죠. ‘작은 언론’입니다. 지역 주민들의 세세한 소식, 아름다운 이야기, 변화에 대한 갈망 등을 귀담아 들으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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