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선거제도 개혁에는 찬성하지만 의원정수 확대에는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의원정수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모순된 여론조사 결과다. 결국 문제는 국회에 대한 불신이란 지적이다. 하지만 지난해 조사와 비교해보면 의원정수 확대에 대한 반감이 줄어들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8일 리얼미터는 선거제도 개혁 관련 현안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사표를 최소화하고 득표율에 따라 의석수를 배분하는 방향으로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데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8.2%가 찬성 의견을 나타냈다. '매우 찬성한다'는 응답은 28.2%, '찬성하는 편'이란 응답은 30%였다. '반대하는 편'이란 응답은 13.9%, '매우 반대'한다는 응답은 79%였다.

▲8일 발표된 리얼미터 현안조사 결과. (자료=리얼미터)

반면 의원정수 확대에 대해서는 부정적 인식이 많았다.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의원의 세비와 특권을 대폭 감축하는 것을 전제로, 국회의원 수를 일부 늘리는 데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반대하는 의견이 59.9%로 나타났다. 찬성은 34.1%였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해서는 지역구-비례대표 비율이 2대1 정도가 돼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현재 국회는 지역구 의원 253명, 비례대표 47명으로 지역구-비례대표 비율이 5.4대1에 달한다. 양립할 수 없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단 얘기다.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국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뿌리깊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지난 1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2018 국가사회기관 신뢰도 조사'에서 국회는 1.8%의 신뢰를 받는 데 그쳤다. 조사 대상이 된 기관 중 꼴찌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국회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상황에서 국민들은 의원정수를 늘리는 것에 알러지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며 "다만 현재의 선거제도로는 민의 반영이 미흡하다는 것은 인정하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다만 국회의원 세비와 특권을 감축하는 것에 대한 설명이 여론조사 상 부족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엄경영 소장은 "지속적으로 홍보가 돼 국민들이 어떤 방안인지 아는 상태에서 조사돼야 한다"며 "ARS조사로 하면 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만 강조되고 나머지는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의원정수 확대에 대한 반대가 줄어들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로 지난해 9월 국회의장실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74.9%가 현재 의원정수가 많다고 응답했었다. '세비동결을 전제로 한 의원 증대'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이 74%였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단순히 의원정수 확대 찬반을 물으면 더 많은 반대가 나온다"며 "국민들이 특권 폐지가 확실히 보장된다면 여론이 바뀔 수 있다는 걸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하 공동대표는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국회의원 특권 폐지·세비 감축) 보장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용된 리얼미터 현안조사는 지난 7일 전국 성인 502명을 대상으로 유(20%)·무선(80%) 자동응답 방식으로 조사됐다. 응답률은 6.8%,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는 ±4.4%p다. 인용된 국회의장실 여론조사는 지난해 9월 25, 26일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 1019명을 대상으로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13.9%,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는 ±3.1%p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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