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러쉬가 2년 만에 콘서트로 팬을 만났다. 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진행된 크러쉬의 단독 콘서트 '2018 CRUSH ON YOU TOUR: Wonderlost'는 2년 전보다 규모가 큰 올림픽홀에서 ‘아날로그적 감수성’으로 팬에게 다가서길 원했다.

콘서트가 시작되기 전, 무대 스피커는 심장 박동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박동 소리는 커지기 시작했다. 이유가 있었다. 크러쉬는 “안 떨릴 줄 알았지만 심장 박동 소리가 무대 밖까지 들렸다”고 전했다. 크러쉬의 심장 박동 소리였다.

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진행된 크러쉬의 단독 콘서트 '2018 CRUSH ON YOU TOUR: Wonderlost' (사진제공=아메바컬쳐)

많은 경우 콘서트는 뮤지컬 무대처럼 화려한 조명이나 무대 장치로 관객을 홀릴 준비를 한다. 하지만 크러쉬의 이번 콘서트는 요즘의 콘서트 추세를 따르지 않고 영화관 혹은 오페라의 기법으로 시각화를 꾀했다.

대다수의 오페라는 성악가의 노래와 연기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시각적 효과에도 많은 공을 들이는데, 무대 위 막에 영상을 투사하는 방식으로 2000년대 초중반부터 애용되기 시작했다. 이번 크러쉬 콘서트 역시 많은 경우의 오페라처럼 막을 통해 투사하는 영상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요즘의 최첨단 영화관은 중앙 스크린 한 면에만 의존하지 않고 양옆 벽에도 영상을 투사함으로 관객이 3면에서 즐기도록 만든다. 이번 크러쉬의 콘서트 역시 크러쉬와 밴드의 중앙에만 영상을 비추지 않고 무대 속 좌우와 중앙이라는 3면에서 때로는 바닷가 파도, 때론 피아노 건반과 스티비 원더의 영상으로 영상의 입체화를 꾀했다.

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진행된 크러쉬의 단독 콘서트 '2018 CRUSH ON YOU TOUR: Wonderlost' (사진제공=아메바컬쳐)

이번 크러쉬의 콘서트 제목 ‘Wonderlost’는 크러쉬에 따르면 “잃어버린 대단한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함축하고 있다. “살면서 잃어버리는 게 많다. 그중에서도 지나간 시간이 중요하다”는 크러쉬는 “오래된 걸 유행이 지난 거라고 관심 없어할 수 있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공유하고 싶다”며 “잃어버린 감성과 행복을 찾아가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크러쉬라고 해서 콘서트 내내 열기를 강조하는 ‘온탕’만 있지는 않았다. 때로는 서정적인 선율로 무대를 가득 채우는 ‘냉탕’과, 뜨겁고 정열적인 무대를 선사하는 ‘온탕’을 왕래할 줄 알고 있었다.

남성 관객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알아챈 크러쉬는 남자들만 “세이 오 예”하라고 외치게 하자 <우정의 무대> 같은 남성들의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크러쉬 성공했네” 하며 너스레를 떨어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한 크러쉬는 그 후 인터미션 영상에서 “돈이 없어 한강다리를 건널 때 나는 음악이 있어 춥지 않았다”는 멘트로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진행된 크러쉬의 단독 콘서트 '2018 CRUSH ON YOU TOUR: Wonderlost' (사진제공=아메바컬쳐)

이후 등장한 크러쉬는 객석에 “왜 웃는 건가요, 되게 진취적으로 쓴 건데. 웃지 마”라는 애드립을 날려 객석을 또 한 번 폭소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콘서트 후반부에 크러쉬는 “잊혀진 놀라운 것을 음악을 통해 들려주고 싶었다. 여러분 앞에서 노래하는 게 꿈이었는데 열심히 일하다보니 초심을 잊고 살았다”며 “무대에 올라 잃어버린 꿈을 찾은 것 같다. 이번 두 시간을 토대로 삼아 새로운 음악을 하는 멋진 모습을 여러분에게 보여드리고 싶다”고 멘트를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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