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기사의 형태를 띤 ‘광고’가 범람하고 있다. 언뜻 봐서는 기사인지 광고인지 구분하기도 어렵다. 대형 언론이라고 다를 것은 없다. 많은 언론사들이 이러한 광고성 기사 신문, 방송 뉴스, 인터넷 뉴스 등에 게재한다. 혼선은 고스란히 독자에게 피해로 돌아가고 있다.

급기야 이 같은 문제의 해결을 위해 기사와 광고를 명확하게 구분해 편집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자 주요 일간지가 중심이 된 한국신문협회는 “시대를 거스르는 과잉 규제”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언론을 법률로 규제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 측면에서 부적절하다는 지적과 신문협회의 자율규제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함께 제기된다.

▲한국신문협회보 제 604호 (사진=한국신문협회보 홈페이지 캡쳐)

지난달 15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사와 광고를 명확하게 구분하여 편집하지 않은 자에게 2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김 의원은 “현행법에 따르면 언론사의 편집인과 기사배열책임자는 독자가 기사와 광고를 혼동하지 아니하도록 명확하게 구분하여 편집하도록 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제재규정이 없다”며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신문협회는 “(광고성 기사 제재는) 시대를 거스르는 과잉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신문협회가 발행하는 기관지 ‘한국신문협회보’는 1일 문화체육관광부에 전달한 의견서를 공개했다. 신문협회는 의견서에서 “국내외에서 네이티브 광고·애드버토리얼 등이 독자에 대한 새로운 정보전달 형태로, 그리고 신문사의 신규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해 가는 상황”이라며 “변화를 봉쇄하는 처벌조항을 신설하는 것은 시대 변화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일이며 과도한 규제”라고 주장했다.

신문협회는 ‘자율규제’를 통해 광고성 기사를 충분히 규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신문협회는 의견서에서 “현재 한국신문윤리위원회는 ‘신문광고윤리강령’, ‘신문광고윤리실천요강’ 등을 제정해 신문, 인터넷신문의 ‘광고성 기사’를 자율규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신문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기자협회는 자율감시기구인 신문윤리위를 운영하고 있다. 신문윤리위는 ‘신문광고윤리강령’, ‘신문광고윤리실천요강’ 등을 제정해 정기적으로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심의에서 '광고성 기사'로 주의 처분을 받은 언론사 (자료=한국신문윤리위원회, 정리=미디어스)

언론사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자율규제’를 통해 해소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신문윤리위의 자율규제는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 실제로 신문윤리위가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진행한 7차례의 심의 결과를 살펴보면, 자율규제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신문윤리위가 실시한 심사 결과, 심사 대상 언론사들의 주의 처분 건수는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조선일보, 동아일보, 한국경제, 매일경제, 서울경제는 매 심사마다 ‘광고성 기사’로 주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언론사가 올해 들어 광고성 기사로 인해 주의 처분을 받은 횟수는 조선일보 17회, 동아일보는 16회, 한국경제는 21회, 매일경제는 17회, 서울경제는 22회다.

문제는 신문윤리위가 주의 처분을 내린다고 해도 언론사에 별다른 제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의는 한국신문윤리위원회가 내릴 수 있는 처분 중 가장 약한 수준의 조치다. 같은 규정 위반으로 1년에 3회 이상 경고를 받으면 과징금을 부과하지만, 광고성 기사로 경고가 내려진 사례는 올해 들어 단 한 차례도 없다.

▲동아일보 7월 26일 E1면 보도 <깨끗한 물 한잔으로 여름철 건강 지키기/LG퓨리케어 슬림 정수기>와 서울경제 8월 21일 19면 보도 <간편 든든한 한끼/즉석죽 사랑 끓다>

신문윤리위의 세부 심의내용을 살펴보면 언론사의 ‘광고성 기사’ 게재는 심각한 수준으로 보인다. 가장 최근 있었던 23차(9월) 심의에서 지면에 광고성 기사를 보도해 주의 처분을 받은 언론사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신문, 문화일보, 서울신문,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서울경제, 파이낸셜뉴스, 브릿지경제, 국제신문 등 13곳에 이르며, 총 26건의 주의 처분이 내려졌다.

주의 사유를 살펴보면 동아일보, 문화일보, 서울경제는 특정 업체를 위해 지면 대부분을 할애했다. 동아일보는 7월 26일 E1면 전체를 할애해 <깨끗한 물 한잔으로 여름철 건강 지키기/LG퓨리케어 슬림 정수기> 기사를 보도했다. ‘LG퓨리케어 슬림 정수기’를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문화일보는 8월 1일 29면 <파리의 엘레강스 서울을 유혹하다/현대백 압구정본점에 ‘지방시뷰티’ 1호점> 기사를 통해 특정 브랜드를 선전했다. 서울경제는 8월 21일 19면 <간편 든든한 한끼/즉석죽 사랑 끓다> 기사를 내 사실상 ‘본죽’을 선전했다.

▲문화일보 8월 1일 29면 보도 <파리의 엘레강스 서울을 유혹하다/현대백 압구정본점에 ‘지방시뷰티’ 1호점>

한국경제, 매일경제, 서울경제, 서울신문 등은 특집 지면을 통해 부동산·브랜드·패션·여행상품·증권사 추천 상품 등을 홍보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국경제, 서울경제, 파이낸셜뉴스, 브릿지경제 등은 특정 금융상품·의약품·건강기능식품·보청기·부동산 등을 장점 일변도로 소개하고 홍보성 사진을 함께 게재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그동안 잘 했으면 이런 법안이 나오지 않는다”며 “자율규제의 정당성이 떨어지면 규제 논의가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처장은 “자율규제의 명분이 있으려면 스스로가 어떻게 잘 안됐고, 강화해 보완할 것인지 대안을 내놓으면서 반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법안을 만들면 누가 (광고성 기사를) 판단할 수 있겠나”라며 “공영방송은 미디어랩을 통해 확인할 수 있지만, 당장 종편도 자사 미디어랩을 하면서 투명하게 하지 않고 있지 않나”라고 의문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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