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는 지난 2008년 가을 개편을 맞아 김제동을 '연예가중계' MC 자리에 이어, 2009년 잘 진행하던 '스타 골든벨' 역시 갑작스럽게 전격 퇴진시키기로 결정하면서, 정치외압설에 의한 KBS 퇴출이 아니냐는 논란이 된 적이 있는데요. 그렇게 퇴출된 이후 KBS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김제동이 드디어 약 1년 만에 KBS의 예능 프로그램 '승승장구'에 출연하게 되었습니다.

김제동은 그동안 KBS에서 뿐만 아니라, 호평 속에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했던 MBC 파일럿 프로그램 '오 마이 텐트'의 정규편성 불발, 녹화까지 이미 마쳐 방송만을 앞두고 있던 케이블 엠넷의 '김제동 쇼' 불방까지... 이런 이해할 수 없는 방송사 행동들의 이유에는, 김제동이 그동안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식 사회를 보는 등 전 정권과 친분이 깊은 인물이라는 이유로 정치적 외압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왔는데요.

그러다 지난 7월 MBC의 교양 프로그램인 '7일 간의 기적' MC로의 복귀를 시작으로, 블랙리스트 논란까지 발생하며 난공불락이던 KBS에도 드디어 출연하게 되면서 방송사들의 시작된 눈치게임에 탄력이 붙어가는 모습입니다.

KBS, 드디어 새노조 파업의 효과 나타나나?

KBS는 그동안 2008년 11월 '윤도현의 러브레터'의 진행을 맡고 있던 윤도현과 '생방송 심야토론'의 진행자 정관용을 경영악화로 인한 내부직원으로의 교체를 이유로 전격 교체하면서 논란이 많이 되었었는데요. 윤도현은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이명박 정부에 비판적이고, 정관용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비판적인 기사를 쓴 프레시안의 이사라는 이유 때문에 정치적인 외압으로 퇴출시킨 것이 아니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작년 김제동까지 KBS에서 퇴출이 되고, 올해 6월 주말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의 김C마저 하차하게 되면서 그런 논란이 더욱 증폭되었는데요.

이랬던 KBS가 지난 새노조에 의한 한 달간의 파업 이후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그 효과가 드러난 것은 바로 지난 8월 윤도현의 KBS 출연인데요. KBS가 2년 전 사장이 바뀌면서 친정부 성향으로 돌변했다는 평가가 나올 무렵, 가장 먼저 철퇴를 맞았던 윤도현이 1년 4개월 만에 KBS 음악 프로그램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했습니다.

'유희열의 스케치북' 담당 연출자인 이세희 PD는 KBS 새노조의 파업 마지막날 조합원총회에서 "나도 돌아가서 투쟁을 계속하겠다, 윤도현이나 크라잉넛 등을 출연시켜 보겠다, 내가 출연시키면 KBS엔 블랙리스트 없지 않느냐"라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하는데요. 이세희 PD는 이후 "윤도현 섭외를 파업과 연결지으면 억측이 될 수 있다"고 밝히긴 했지만, 일각에서는 "새노조가 공식적으로 파업은 중단했지만 KBS 제작자들이 공정성 회복을 위해, 자기검열 문화를 조금씩 깨어나가는 분위기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번 김제동의 KBS 예능 프로그램 '승승장구' 담당 연출자 역시 '1박2일'의 신입PD로 유명한 유호진 PD인데요. 유호진 PD는 김C가 하차하기 바로 전인 지난 5월 아쉽게도 '1박2일'을 떠나게 되었지만, 2년여 동안 '1박2일'을 연출하며 '1박2일' 연출자들과 호흡을 맞추어 왔었습니다. 그리고 '1박2일' PD들은 대부분 KBS 새노조에 소속되어 파업을 주도해왔고, 유호진 PD 역시 새노조에 가입하여 파업에 동참했던 PD입니다. '승승장구'의 또 다른 연출자인 박지영 PD 역시 새노조로 파업에 동참했던 사람이구요.

아무튼 그가 이제 '승승장구'를 연출하면서 KBS에서 퇴출되었다고 알려진 김제동을 섭외하여 출연시킨 것인데요. 개인적으로 정말 KBS의 새노조가 한 달 만에 파업을 중단할 때만 해도 참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들었었습니다. 하지만 새노조가 파업을 중단하며 했던 "KBS로 돌아가 투쟁을 계속 해 나갈 것이다"라는 그 말을 잊지 않고 지켜나가며, 이제 점점 그 효과가 조금이나마 드러나는 것만 같아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렇게 젊은 PD들이 KBS의 공정성 회복을 위해 노력하다보면, KBS도 더 이상 정치적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국민을 위한 공영 방송을 해나갈 수 있겠지요.

윤도현, 김제동의 KBS 출연. 김C도 1박2일 복귀 가능할까?

그런데 김제동이 드디어 KBS에 출연한다는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김C는 어떻게 될까 하는 것이었는데요. 김C 역시 김제동, 윤도현과 더불어 KBS에서 퇴출 논란이 일었던 연예인이라, 지난 6월 하차했던 '1박2일'에도 복귀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죠. 김C는 하차 두 달 만인 지난 8월 '1박2일 지리산 둘레길편'의 나레이션을 맡으며 깜짝 출연을 하기도 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복귀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마침 MC몽이 병역비리 의혹으로 출연이 잠정적으로 유보되면서 그의 빈자리에 대해서 '1박2일'의 위기라고 할 만큼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실제로 네티즌들 사이에는 MC몽의 빈자리로 김C의 복귀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아, 복귀할 명분과 분위기는 조성이 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 다 차려진 밥상에서 '1박2일' 제작진은 숟가락만 들면 되는데요.

MC몽 출연이 잠정적으로 유보상태이긴 하나 사실상 하차한 것과 다름이 없다고 볼 때, 그동안 의리를 지키던 나영석 PD로서는 새 멤버를 영입하는 것이 쉬운 선택만은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이미 얼마 전까지 함께 했던 김C를 투입하는 것이라면 부담도 없고, 기존에도 7인 체제로 진행을 하던 것에서 MC몽 한명이 빠진 것으로 생각하면 되기 때문에 가장 최선의 선택이라고 볼 수 있는 것 같은데요.

과연 '1박2일' 제작진이 최종적으로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알 수는 없지만, 많은 시청자들이 원하는 김C의 복귀를 선택하고 '1박2일' 위기론을 잠재워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skagns.tistory.com 을 운영하고 있다. 3차원적인 시선으로 문화연예 전반에 담긴 그 의미를 분석하고 숨겨진 진의를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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