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유한국당 내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부정하는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친박을 청산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았던 자유한국당으로서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겠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 특히 한파와 싸우며 광장을 지켰던 촛불시민들의 심기는 보통 불쾌한 것이 아니다.

앞서 전원책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졸속이라고 했으며, 심지어는 헌재의 월권이라는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또 전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한 의원이 없다는 점을 들어 “열정이 없다”고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으로 내정된 전원책 변호사가 10월 4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향후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인선과 운영 방향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전원책 변호사의 거듭된 탄핵 부정 발언에 전 변호사를 조강특위에 임명한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나서 만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 때문인지 전 변호사는 다소 발언을 멈춘 듯이 보였지만 풍선효과인지 몰라도 자유한국당 다른 의원들이 탄핵 문제를 들고 나서기 시작했다.

31일 자유한국당 홍문종 의원은 “탄핵에 앞장선 사람들은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탄핵백서를 만들어 탄핵의 부당함을 밝혀야 한다고도 했다. 친박 핵심인 홍 의원의 발언은 전원책 변호사와는 같은 듯 다르지만 두 사람 발언의 배경에는 소위 ‘태극기 세력’의 자유한국당 입당 러시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전원책 변호사는 태극기 세력을 향한 은근한 러브콜을 보내왔고, 그 효과를 보고 있다. 최근 자유한국당에 태극기 부대의 대거 입당이 이뤄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친박 핵심인 홍문종 의원의 탄핵 발언이 나온 것이 이런 분위기와 상관없다고 보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구속 이후 쪼그라들었던 친박의 반격이 시작됐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탄핵 앞장선 사람 반성해야"…홍문종, 복당파에 볼멘소리 (JTBC 뉴스룸 보도영상 갈무리)

문제는 탄핵부정과 태극기 부대의 유입 등이 국민들에게 비칠 모습에 대한 고민과 두려움이 없다는 데 있다. 자유한국당은 현재 비대위 체제로 굴러가고 있다. 비대위 체제에서 박근혜 탄핵을 부정한다는 것 자체가 코미디다. 다만 박근혜당이라서 발생한 위기를 ‘도로 박근혜당’이 됨으로써 탈출하겠는 틀린 계산을 쥐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위기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 기인한다. 그 근본은 거두절미하고 탄핵을 부정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맹목적 지지를 외치는 태극기 부대를 끌어들이는 것은 비대위 체제의 자유한국당이 정작 위기를 망각한 결과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가 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형식적으로는 국회에서 단행되고, 헌재에 의해 확정된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전 국민적인 저항에 의한 결과였다. 그것을 지금 새삼 부정한다는 것은 결국 국민의 뜻을 거부한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당시 국회 탄핵 표결을 앞두고 조사된 여론도 80% 전후로 압도적인 탄핵찬성으로 기운 상태였다.

"탄핵 앞장선 사람 반성해야"…홍문종, 복당파에 볼멘소리 (JTBC 뉴스룸 보도영상 갈무리)

문재인 정부가 경제문제로 고공행진하던 지지율이 많이 빠진 이때야말로 자유한국당으로서는 지지를 높일 절호의 기회일지 모른다. 또 그러기 위해서 당사도 옮기고, 비대위 체제로 전환도 했다. 그러나 겨우 한다는 것이 탄핵을 부정하는 정도라면, 문재인 정부의 지지가 아무리 떨어져도 자유한국당이 힘을 얻기는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지금 당장은 원내 2당으로 힘을 과시하고 있지만 1년 남짓 남은 차기 총선에서 승리는 고사하고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기대도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가 급락할 때도 자유한국당의 지지도가 오르지 못하는 현상에 대한 이유를 뼈저리게 느끼지 않는 한 자유한국당의 비대위는 의미가 없으며, 자력으로 위기를 극복할 기회도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도로 박근혜당은 일부 친박에게는 헤게모니 경쟁에 무기가 될는지는 몰라도 국민들에게는 그저 악몽일 뿐이기 때문이다. 비대위 체제라면서도 위기를 절감하지 못하는 자유한국당은 먼저 위기불감증부터 치료해야 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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