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한국관광공사가 케이뱅크 설립을 위한 주주 간 계약 체결 전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출자를 결정하기 위해 이사회 의결을 거칠 필요가 있다는 법률검토의견을 받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관광공사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케이뱅크에 대해 출자하기로 결정하면서 이사회를 개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된 바 있다.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관광공사의 케이뱅크 출자에 외압이 있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관광공사 CI(위)와 케이뱅크 로고. (사진=한국관광공사·케이뱅크 홈페이지)

29일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관광공사는 인터넷전문은행 출자를 결정하기 위해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법률검토의견을 받았음에도, 이사회 개최 없이 케이뱅크에 출자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관광공사는 최초 KT의 인터넷전문은행 사업 제안을 거절했다가, 한 달 뒤 알 수 없는 이유로 그 결정을 뒤집은 것으로 밝혀졌다.

관광공사는 지난 2015년 9월 30일 케이뱅크 설립을 위한 주주 간 계약 체결하기 일주일 전인 22일, 한 법무법인으로부터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 참여에 대한 법률검토결과를 받았다. 법률검토의견서에 따르면, 출자사업 자체는 할 수 있지만, "귀 공사의 이사회 심의·의결을 거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고 명시돼 있다. 실제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17조 및 한국관광공사 정관 제35조, 출자회사관리규정 제8조는 관광공사가 타 법인에 대한 출자 또는 출연을 할 때에는 이사회 의결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관광공사는 법률검토의견서 수령 바로 다음날인 9월 23일, 경영위원회 심의를 거치면서도 연이어 개최된 24일 이사회에는 안건으로 부의하지 않은 채, 25일 업무협약 후 30일 주주 간 계약을 체결했다. 관광공사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출자를 하기 위해서는 법률과 정관에 따라 이사회를 개최해야 한다는 점을 인지하고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채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관광공사는 2015년 11월 13일 사후 이사회 의결을 진행했다. 이는 10월 16일 금융감독원이 케이뱅크 주요주주들에게 공문을 보내 공사 등 주주 중 일부가 내부절차를 거치지 않았거나, 입증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자료보완을 요청하고 "내부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출자확약이 법적으로 유효한지 여부"를 물어왔기 때문이다.

관광공사는 뒤늦게 이사회를 개최하면서도 정상적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한국관광공사 정관 제38조에 따르면 "긴급을 요하는 이사회를 개최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사항은 사장이 이를 집행한 후 다음 이사회에서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관광공사는 9월 24일 열린 이사회나 10월 27일 금융감독원이 보완 요구 이후에 소집된 차기 이사회에서 이 안건을 상정하고 승인을 구했어야 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관광공사는 해당 규정을 이행하지 않았다.

또한 11월 13일 관광공사는 서면 결의를 통해 케이뱅크에 대한 출자를 결정했는데, 정관 제39조에 따르면 서면 결의는 긴급을 요하는 사안에 대한 매우 예외적인 의결방식이다. 이 사안이 긴급을 요하는 사안이었다면 금융감독원의 자료보완 요구 직후 열린 이사회에서 의결을 했어야 했고, 긴급을 요하는 사안이 아니었다면 서면 결의방식이 아니라 정식으로 이사회를 소집해 심의·의결했어야 한다. 대법원 판결 등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 절차가 관련법이나 규정에 정해져 있음에도 결의 없이 상대방과 계약했다는 것을 상대방이 인지하고 있었을 경우 그 계약은 무효로 볼 여지가 있다는 게 김영주 의원의 설명이다.

또한 관광공사는 KT의 사업 제안에 불참을 통보했다가, 한 달 만에 결정을 뒤집은 사실도 확인됐다. 김영주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한국관광공사 케이뱅크 투자 관련 조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관광공사 사장이었던 정창수 사장은 8월 17일자 케이뱅크 사업 참여 관련 보고에 대해 관광공사가 민간컨소시엄에 참여할 경우, 공사가 보유한 관광정보를 민간에게 독점 제공하게 되는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사업 참여에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이에 따라 관광공사는 KT측에 사업 참여가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그러나 한 달여 뒤인 9월 14일, 알 수 없는 이유로 관광공사가 사업에 참여하는 것으로 결정이 뒤집혔다. 문체부는 조사결과 보고서에서 "입장이 바뀌게 된 사유가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밝히고 있다.

김영주 의원은 "관광공사는 케이뱅크에 대한 출자를 결정하면서, 관련 법률과 정관, 그리고 내부규정을 하나도 지키지 않았다"며 "게다가 법무법인의 법률검토의견을 받아 이사회를 개최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이사회를 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정식 이사회 의결 없이 체결된 계약은 무효로 볼 소지가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법률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주 의원은 "사업 참여를 거절해 놓고 한 달여 만에 결정을 번복했는데, 그 사유도 석연치 않고 은행업 예비인가를 코앞에 둔 케이뱅크가 한 달여간 관광공사의 결정을 기다린 것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최근 안종범 수첩 등에서 케이뱅크가 은행업 인가 전에 이미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선정됐다는 의혹이 밝혀진 점을 감안하면, 관광공사가 출자 결정을 석연치 않은 이유로 한 달 만에 뒤집고, 관련 법·규정을 위반한 채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 뛰어드는 과정에서 외압이 없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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