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조선일보가 IT업계 노조 설립을 두고 '노조 혐오'를 조장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민주노총 산하 노조 설립으로 경영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추측했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노조혐오는 헌법 가치에 어긋나는 '간접적 노조탄압'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29일자 조선일보는 2면에 <민노총 지휘 받는 네이버 노조, 요구사항만 124가지> 기사를 게재했다. 조선일보는 카카오 노조 설립 소식을 전하며 "지난 4월 네이버, 지난달 넥슨·스마일게이트에 이어 인터넷·게임업계에 네 번째 민주노총 노조"라고 전했다.

▲29일자 조선일보 2면.

조선일보는 "카카오 노조 '크루 유니언' 역시 다른 업체처럼 강성인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소속"이라며 "화섬식품은 지난해 파리바게뜨 제빵 기사 정규직화를 주도한 조직"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민주노총과 카카오 노조 사이에 다리를 놓아준 것은 네이버 노조였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그동안 무노조 기업으로 급성장해온 IT·게임업계에서 노조가 속속 설립되면서 경영에 새로운 변수가 생기고 있다"며 "인터넷·게임업계에선 '자동차·중공업처럼 노사 분규과 일상화하면서 경영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네이버를 제외한 각 기업의 분기별 매출 규모가 1조원이 채 안 되는데 노사 관계마저 삐끗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버틸 체력이 없다는 뜻"이라고 노심초사했다.

조선일보는 <네이버 협상 결렬…안랩은 노조에 굴복>이란 소제목으로 각 노조의 활동을 비난했다. 조선일보는 "네이버 노조는 그동안 사측에 124가지에 달하는 요구 사항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노조는 최후엔 단체 행동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노조가 이렇게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배경엔 화섬식품 노조 수뇌부가 협상에 교섭 위원으로 참여해 네이버 노조를 이끌기 때문인 것으로 업계는 분석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국내 최대 정보보안 업체인 안랩은 최근 서비스 사업부 분사 계획을 철회했다"며 "조직을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 분사를 결정했었지만 직원들이 반발해 노조(한국노총 소속)를 결성하자 두 손 든 것"이라고 비난했다. 조선일보는 "게임 업계에선 '민주노총 산하 노조들이 산별 연대 투쟁에 나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통신업계 노조에 대해서도 혐오를 드러냈다. 조선일보는 <통신업계도 노조 투쟁에 몸살> 소제목을 제시한 후 "통신업계에서도 노조의 움직임이 거세다"며 "지난해 SK브로드밴드는 100% 자회사를 설립해 협력업체 인터넷 설치 기사 4700여 명을 정규직으로 고용했다. 하지만 민주노총 산하 희망연대 소속 설치 기사들이 지난 6월부터 파업·집회를 거듭하며 올해 임금 총액 696억원을 인상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LG유플러스 본사 사옥 앞에서도 희망연대가 정규직 채용을 요구하며 농성 중"이라며 "이 회사는 SK브로드밴드의 전철을 밟을까봐 선뜻 협상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조합 설립은 헌법이 보장한 노동자의 권리다. 헌법은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 노동3권을 노동자의 권익을 향상시키기 위한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무노조 경영' 운운하며 노조 설립 자체를 비난하는 조선일보의 태도는 헌법 가치에 어긋나는 행태란 얘기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법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노동자의 권리를 이런 식으로 폄훼해서는 안 된다"며 "노조가 생기면 회사가 망하는 것처럼 불안감을 조성해 노조에 비판적 여론을 만들기 위해 프레임을 씌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이런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언론이 간접적으로 노조를 탄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노조 혐오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최근 공공기관 채용비리를 전하는 조선일보의 보도 행태는 노조, 이 가운데서도 민주노총 혐오로 점철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주 내내 민주노총과 공공기관 채용 비리를 엮기 위해 애써왔다. 이 과정에서 일부 오보가 발생하면서 원성을 사기도 했다.(관련기사 ▶ 민언련 "조선일보·TV조선, 폐간·폐방 밖에 답 없어")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조선일보의 반노동 보도의 맥락을 지적했다. 김 사무처장은 "최근 조선일보가 너무 심하게 반노동 노선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노조를 싫어하는 것은 자유지만 왜곡과 오보와 같은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처장은 "조선일보가 반노동 의견을 너무 근거없이 선동하는 수준의 기사를 계속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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