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전국 시·도교육청은 최근 5년간 유치원 감사 결과를 실명으로 공개했다. 그와 동시에 교육부는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침’을 발표했다. 교육부가 한유총(한국유치원총연합회)의 집단 휴원 등의 협박에도 흔들리지 않고 비리유치원 근절을 위한 칼을 빼든 것이다.

지금껏 하지 못한 일을 교육부가 거침없이 해낼 수 있었던 것은 비리유치원을 향한 국민적 분노 덕분이었다. 교육부 발표의 핵심은 사립유치원에 대한 국가회계관리시스템인 ‘에듀파인을 의무화’하고 국·공립유치원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특히, 국·공립유치원 증설에 대해서는 내년 늘리기로 예정됐던 500학급을 두 배로 늘리겠다는 약속을 내놓았다. 이를 위해 예산 5000억 원이 마련됐다고 했다.

[출연] 유은혜 부총리 “사립유치원은 개인 영리목적 기업체 아닌 학교” (KBS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25일 JTBC, KBS 뉴스 등에 바쁘게 출연한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이런 대책을 설명하면서도 유치원은 사기업이 아니라 ‘교육기관’이라는 정체성을 강조했다.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단설유치원을 많이 짓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사립유치원의 매입, 법인화 등의 다양한 방법을 통해 사실상 국·공립에 준하는 형태로 끌어간다는 내용이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 대책 발표를 통해 사립유치원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한유총이 이번 방안에 대해서 ‘사립유치원에 대한 사형선고’라고 반발하지만, 교육부는 꿈쩍도 안 하는 모습이다. 이처럼 교육부가 단호한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것은 여론의 지지를 받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심각하고 절박한 문제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우선 교육부의 비교적 빠른 대응은 칭찬할 만하다. 교육부 방침이 발표되자 사립유치원 비리와 적극적으로 싸워온 ‘정치하는 엄마들’을 비롯한 각종 커뮤니티 반응도 우호적이었다. 다만 이들은 교육부에 대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KBS 9시 뉴스가 인터뷰한 ‘정치하는 엄마들’ 조성실 공동대표의 말은 현재 여론의 큰 힘을 등에 업고 있는 교육부가 뼈아프게 들어야 할 내용이었다.

[출연] 유은혜 부총리 “사립유치원은 개인 영리목적 기업체 아닌 학교” (KBS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조 대표는 “비판의 초점은 (중략) 어떤 유치원에서 반복적으로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조처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던 교육당국과 정부를 향해 있다”고 강조했다. 사립유치원 비리를 모르지 않았던 교육당국의 미비한 처신에 대한 비판이었다. 이 인터뷰를 접한 유은혜 교육부장관은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으나 충분한 사과라고는 보기는 어렵다.

한편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성명을 통해 “정부가 사립유치원 비리를 늑장 대응하는 동안 횡령 등으로 기소된 유치원 운영자들은 형사처벌을 피했다”면서 정부 책임을 지적했다. 비리 유치원들이 벌을 받아야 한다면 있는 교육부 또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교육부와 교육청에 유치원 관리에 문제는 없었는지도 반드시 규명해야 할 문제이다.

어쨌든 교육부의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을 통해 비리유치원 근절을 위한 일차적 대책은 마련된 셈이다. 그렇다고 끝이 아니다. 교육부의 방안이 그대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사립유치원 비리에 대해서 입을 꾹 닫고 있는 자유한국당이다. 아무리 정부와 여당이 하고자 하더라도 자유한국당의 협조 없이는, 숱한 법안들과 마찬가지로 쓸모없는 휴지조각이 되고 말 뿐이다. 여론이 잠잠해지면 언제든 돌변할 수 있는 것이 국회 분위기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교육부의 유치원 대책법안 개정은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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