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라 불렸던 아이는 이제 스무 살이 되었다. 송유근 이야기다. 송유근 이전에도 우리에게 천재는 있었다. 김웅용과 송유근과 비슷하다. 어린 천재로 두각을 보였던 두 사람의 운명은 비슷한 궤를 보이고 있는 듯해서 더욱 안타깝기도 하다.

천재 송유근 20살 송유근;
송유근은 만들어진 천재일까? 아니면 대한민국이 담지 못하는 천재일까?

어린 천재 송유근의 신화는 박사 학위논문 표절 시비가 붙으며 끝났다. 이후 송유근의 삶은 평탄할 수 없었다. 8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대학에 진학하고 18살 나이에 최연소 박사 학위를 받으며 그의 삶은 순탄하게 가는 듯했다. 천재로서 새로운 삶의 가치를 만들어갈 것으로 기대도 됐다.

표절 논란이 있었던 부분은 인용 사실을 밝히지 않은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지도 교수의 논문을 바탕으로 자신이 새롭게 발전시킨 형태가 송유근의 박사 논문이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인용은 당연하지만, 인용을 표시하지 않으면 표절이 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SBS 스페셜 ‘천재 소년의 자화상 스무 살, 송유근’ 편

좀 더 세심하게 준비했어야 한다는 점에서 실수는 분명 존재했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송유근을 세상에서 배제해야 하는 존재로 인식하게 만드는 과정도 정상은 아니다. 송유근이 직접 언급했듯, 자신의 전문 분야와 상관없는 질문을 하고 그것에 대해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현실은 과연 정상일까?

세상에는 분명 천재가 존재한다. 소수의 천재가 다양한 뭔가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는 기초적인 깨달음을 알려준다. 이를 토대로 세상은 발전해 왔다. 그 소수의 천재 중 하나가 송유근인지 명확하지는 않다. 그 스스로도 천재라는 타이틀보다 천체물리학을 좋아하는 과학자로 불리기를 원한다.

표절 논란 후 송유근은 "두고 보자"는 다짐을 했다고 한다. 단순한 복수심이 아니다. 학자는 ‘논문’으로 답을 하면 된다는 심정으로 그는 논문에 집중했다. 그리고 그의 논문은 해외에서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다. 학교나 조직에도 들어갈 수 없다. 지도교수를 만날 수도 없는 대한민국에서 천체물리학자가 되고 싶은 송유근이 설 자리는 그 어디에도 없다. 대한민국 과학계는 스무 살 송유근을 더는 함께할 수 없는 존재라고 낙인을 찍은 듯한 모습이다.

SBS 스페셜 ‘천재 소년의 자화상 스무 살, 송유근’ 편

절망할 법도 한 상황에서 송유근은 스스로 방법을 찾아 다녔다. 해외로 다니며 연구를 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대만에서 제 1저자로 논문을 발표하는 성과도 냈다.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는 논문에 제 1저자가 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송유근의 성장은 아직 진행 중이다.

송유근은 현재 일본에 있다. 지난해 3월 일본 도쿄에서 열렸던 천문학회에서 발표했는데 당시 학자 두 분이 관심을 가져주었다고 한다. 그런 인연으로 1년 반 동안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일본 국립천문대에서 연구를 하고 있는 그는 도서관 한 자리가 그의 전부일 뿐이었다.

세계적인 학자로 불리는 오카모토 명예교수가 송유근을 공동 연구자로 일본 국립천문대에 추천했다. '오카모토 방정식'의 신화를 만들어낸 노 교수는 자신보다 60살이나 어린, 손자 같은 학자가 연구를 계속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셈이다. 남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천체물리학이 좋아 공부하고 있다는 송유근에게 오카모토 명예교수는 특별한 존재일 듯하다.

"가능성이 충분한 청년을 지금에 와서 망가뜨리는 것은 한국에서도 마이너스라고 생각한다. 그에게 정신적으로나 학문적으로 서포트가 필요하다면 나는 전력을 다할 것이다"

노 교수가 한 말이다. 이제 스무 살 어린 학자가 더욱 학문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돕는 이가 같은 동포가 아닌 일본인이라는 점은 서글프게 다가온다. 오카모토 명예교수는 봤지만 국내에서는 보지 못한 송유근의 가치는 무엇일까? 오카모토 명예교수 역시 속고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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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유근은 일본 국립천문대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이들과 어울리며 함께 연구도 하는 그 시간이 그에게는 가장 소중한 가치일지도 모른다. 여전히 열정적으로 학문에 매진하는 송유근에게 박사 학위는 중요한 가치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결과론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송유근은 학위는 중요하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교수가 되기 위해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알고 싶은 천체물리학을 위해 공부한다는 여전히 순수한 열정을 우리 사회가 감당하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당대 최고 천재라고 알려졌던 김웅용 이후에도 국내의 영재 교육 시스템은 전무하다. 송유근의 뛰어난 능력으로 1학년이 아닌 6학년으로 입학을 시킨 신한권 심석초등학교 전 교장은 그 이유로 법정에 서야만 했다. 결과적으로 조기 졸업이 이뤄질 수 있었지만 대한민국 교육부의 행태는 과거나 지금이나 크게 바뀌지 않았다.

정작 자신의 조국에서 내팽겨진 송유근. 그런 자신에게 연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오카모토 명예교수에게 '감사합니다'의 의미가 무엇인지 설명하며 반복해서 감사 인사를 하는 송유근의 모습에 그의 속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보였다. 그가 해외로 떠돌 수밖에 없는 상황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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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최초로 전국의 또래 청춘들과 함께 뛰고, 함께 생활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나는 군대 생활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하나의 순간으로 만들고 싶다“

오는 12월 24일 현역 입대를 앞두고 있는 송유근의 포부다. 단 한 번도 또래들과 함께 생활 해본 적이 없는 송유근은 군대에서 처음으로 또래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어린 시절 또래와 함께하지 않은 것에 대해 후회가 없다고 했던 아이다. 한정된 인간의 수명을 생각해보면 조금이라도 빨리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어 좋았다는 송유근은 모두가 꺼리는 군대에서 새로운 가치를 꿈꾼다.

현재로서는 국내에서 완전히 배척당한 송유근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무표정하게 힘겨운 시간을 견뎌내고, 홀로 드럼으로 그 감정을 달래는 아들을 보며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의 심정은 무엇일까? 그저 공부가 좋아서, 천체물리학에 대한 무한한 궁금증을 가진 스무 살이 된 천재는 여전히 진리에 목 말라하고 있다.

스무 살이 된 천재 소년은 더 강해진 자신을 꿈꾼다. 2017년 송유근보다 2018년 송유근이 더 발전해 있어야 한다는 그의 의지. 그게 그를 옥죄는 고통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앞으로 나아가려 노력하는 송유근의 모습은 대단하다. 그가 천재이든 아니든 그건 큰 의미가 없다. 그가 보여주고 있는 그 모습에서 진정성을 찾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일 뿐이니 말이다.

우린 어린 천재들을 품고 그들이 더 큰 성장을 할 수 있는 준비를 마쳤다고 할 수 있을까? 만들어진 천재가 아닌, 천재성을 보이는 아이들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그런 천재들을 받아들이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그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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