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KBS가 조선일보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에 언론조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앞서 조선일보는 지난 9일과 10일 양일에 걸쳐 KBS가 대북 라디오방송 송신 출력을 낮춘 것을 보도하며 "북한 주민보다 김정은 심기를 먼저 살피는 기이한 분위기"라고 색깔론을 펼친 바 있다. KBS는 "거짓정보를 통해 정치적 프레임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라고 반박했다.

지난 15일 KBS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선일보와 조선일보 인터넷, TV조선방송과 TV조선인터넷에 대한 언론조정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KBS가 문제삼은 조선일보 보도는 9일과 10일 양일에 걸쳐 보도된 대북 라디오방송 송신 출력 관련 지면기사와 인터넷 기사, TV조선의 리포트와 인터넷 기사다.

▲9일자 조선일보 보도.

조선일보는 9일자 <KBS, 대북 라디오방송 송신 출력 낮췄다> 기사에서 "KBS가 대북 라디오를 포함해 일부 AM 방송의 출력을 편법으로 낮춰 운영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며 "북한 주민을 위한 '한민족방송'이나 장애인 '사랑의소리' 방송 등이 그동안 제 역할을 못했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서울입니다' '서울말 따라잡기' 등 대북 프로를 만드는 한민족방송은 수신료 외에 연간 160억원 이상 별도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며 "라디오 출력 변화는 월별 전기 사용량으로도 추정이 가능한데, 박대출 의원실이 최근 2년간 한민족방송 자료를 확인한 결과 올해 3월 전기 사용량이 가장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9일자 조선일보 보도에 KBS는 즉각 반박자료를 냈다. KBS는 "중앙전파관리소 현장조사에서 지적된 8개 시설 중 5개 시설은 송신시설에 천재지변에 준하는 장애가 발생해 유지보수를 위해 불가피하게 단기간 출력을 저감해 송출했던 상황"이라며 "또한 한민족방송과 사랑의소리 방송을 송출하는 3개 시설은 기존의 방송 서비스 구역을 유지하면서 소모전력을 절감시키는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송신기가 도입돼 운용한 상황으로 방송 서비스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10일자 조선일보 사설.

방송 서비스에 문제가 없다는 KBS의 설명에도 같은 맥락의 조선일보 보도는 계속됐다. 10일자 조선일보는 <출력 낮춰 北 주민은 못 듣게 한 KBS 대북 방송> 사설에서 "KBS는 '전력 소비를 줄이는 새 시스템 때문'이라고 해명했으나 그 결과 주시청자인 북한 주민들이 방송을 듣는 데 어려움을 겪었을 가능성이 크다"며 "북한 주민을 위한 방송이 정작 북한엔 제대로 가지 못한 셈"이라고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색깔론'까지 꺼내들었다. 조선일보는 "이제는 공영 대북 방송마저 희미해졌다"며 "북한 주민보다 김정은 심기를 먼저 살피는 기이한 분위기가 점차 짙어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9일자 TV조선 리포트. (사진=TV조선 방송화면 캡처)

TV조선도 9일자 <[따져보니] 전기료 아끼려 출력 낮춘 KBS 대북 라디오> 리포트에서 "KBS 한민족 방송이 평상시엔 저출력으로 방송을 하다 정부 점검 때만 일시적으로 정상 출력으로 높이는 등의 편법을 사용했다"며 "방송 출력을 750에서 1349kW까지 낮춰 운영했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TV조선은 "이렇게 되면 신호가 약해진다. 송신소가 충청남도 당진시에 있으니까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잡음이 생기고, 방송 내용을 알아듣기 어렵게 되거나 주파수를 잡는 것조차 힘든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TV조선 앵커는 리포트 말미에 "전기료 때문에 대북 방송의 출력을 낮췄다, 이걸 납득하는 국민들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지난 15일 KBS는 조선일보, TV조선 등을 상대로 언론조정을 신청했다. 조선일보의 보도가 '명백한 허위보도'라는 이유에서다. KBS는 "2005년도 이후 대부분의 중파송신기에는 소자 기술의 발달로 인해 전력저감 모드 기술, 즉 서비스구역은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전력은 절감시키는 기술이 적용됐고, 그러한 신기술은 송신기 스스로가 순간적으로 사용전력을 변동시키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KBS는 "그러한 신기술은 미국 등 해외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데, 해당 기술을 최초 연구한 영국 BBC의 1988년 기술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기술을 사용할 경우 서비스 커버리지에 손실이 없다고 밝히고 있으며, 미국 FCC의 경우 2011년 9월에 해당기술을 기술기준에 반영해 서비스하고 있음에도 하등의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국내에 도입된 대출력 중파송신기에도 해당 모드가 적용돼 있다"고 밝혔다.

KBS는 "결론적으로 한민족방송 송신기에 사용되는 전력저감 기술은 방송 서비스를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전력을 절감하는 신기술로서 제작사의 기술 자료 및 KBS 자체 전파조사를 통해 충분히 입증됨에도 기사를 통해 북한 주민들이 방송을 청취할 수 없다고 보도함으로써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KBS는 "국고 예산 중 한민족방송의 송신소 전기요금 국고지원금은 연간 7억원 정도이며, 출력 저감을 통해 국고로 지원받는 예산이 남는 경우에는 정부에 반납하게 돼 있다"며 "전기료를 아끼려 의도적으로 송신 출력을 낮췄다는 보도는 허위"라고 밝혔다. KBS는 "최근 남북화해 모드에 맞춰 대북방송을 일부러 소홀히 했다는 취지로 보도한 것은 거짓정보를 통해 정치적 프레임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로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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