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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가 돈이 된다
서정은 기자 | 승인 2008.01.08 14:25

   
   
7일 첫 방송된 SBS 파일럿 프로그램 <아이디어 하우머치(How much?)>의 한 장면이다.

국내 첫 '아이디어 경매쇼'를 표방한 이 프로그램은 중소기업 CEO 20명이 스튜디오에 출연해 도전자 4명이 내놓은 아이디어를 평가하고 즉석에서 경매를 하는 내용이다. MC 서경석은 "당신의 아이디어가 돈이 될 수 있다"며 "인생역전 드라마가 시작된다. 상상 그 이상을 상상하라"고 유혹한다.

첫번째 경매에 붙여진 아이디어는 '매직워터'. 먼지가 잔뜩 낀 선풍기와 엘리베이터, TV 등 가전제품을 이 물에 넣으면 스파크가 일거나 고장이 나기는 커녕 먼지가 깨끗하게 씻겨 나간다. 집에 이런 물 한 통 있으면 정말 편리할 것 같다. 어떤 원리로 저런 물이 개발됐을까 궁금했지만 역시 방송에선 나오지 않았다. 치열한 아이디어 싸움인데 당연히 '영업 비밀'일 것이다. 경매가 200만원으로 시작한 이 아이디어는 3400만원에 낙찰됐다.

수도사용료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수도계량기는 한 대학생이 고안해 낸 아이디어인데 350만원에 낙찰됐다. 아이디어를 산 중소기업 대표는 연간매출 100억원까지 가능한 아이템이라고 치켜세웠다.

7억원의 '대박' 아이디어로 화제를 모은 것은 맞춤 정보가 뜨는 컴퓨터 화면 보호기였다. 개발자는 "화면 보호기에 내가 좋아하는 영화, 뉴스를 받아볼 수 없을까"라는 생각을 발전시켜 집도 팔고 4년간 개발에 매달렸다고 했다.

MS사도 불가능하다고 했던 기술을 4년만에 개발해 낸 도전자. 박수를 쳐줄만 하지만 정말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겠단 생각은 들지 않았다. 원하는 정보가 있으면 컴퓨터에서 바로바로 찾아보면 될텐데 왜 굳이 화면 보호기 상태로 기다리면서 봐야 할까? 이 부분은 연예인 감정단이 질문해줬다.

도전자는 "검색은 원할 때 하면 되지만, 자리를 비웠을 때 해당 정보가 자동으로 배달된다는 것에 착안했다"고 답변했다. 역시 만족할만한 대답은 아니다.

연예인 감정단의 반응도 별로였고 전문가 감정단의 평가도 부정적이었지만 경매 결과는 이날 프로그램의 최고가인 7억원이었다. 중소기업 대표는 아예 즉석에서 도전자의 입사를 제안했고, 방송 녹화가 끝난 뒤 상무이사로 취직했다. 아이디어도 팔고 취업도 했으니 좋은 일이다.

반면 너무 엉뚱해서 우스꽝스럽기까지한 아이디어 제품도 있었다. 미니 청소기처럼 생긴 일명 '파리잡는 권총'은 파리를 바람으로 흡입해 생포하는 방법이다. 살충제를 뿌리지 않아도 되고 파리가 눈 앞에서 참혹하게 죽는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되는 장점은 있다.

하지만 문제는 생포된 파리를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다. 연예인 감정단이 또다시 이 부분도 질문해 줬다. 파리채와의 경쟁력을 따져 묻기도 했다. 대답은 썰렁했다. 경매가 40만원으로 시작한 이 아이디어는 중소기업 1곳이 참가해 결국 경매 없이 낙찰됐다.
 
이 프로그램의 성공은 무엇보다 아이디어의 신선도를 얼마나 꾸준하게 유지하느냐에 달려있다. 첫 회는 아무래도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는 파일럿 프로그램인 만큼 공을 많이 들였을 것이다. 앞으로도 무릎을 탁 칠만한 기발한 발상이 계속 나와줘야 하고, 주변에서 늘 접하고 있지만 무관심하게 지나쳤던 그런 부분을 잡아내야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다. 연예인 감정단으로 나온 가수 춘자씨가 한번만 붙였다 떼면 눈화장이 완성되는 스티커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해 방청객의 호응을 얻은 것처럼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별 역할도 하지 않고 뒤쪽에 앉아있는 전문가 감정단보다 방청객으로 박수만 치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점수나 가격을 매기게 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미래의 고객이 되어줄 방청객의 호응 정도를 경매에 뛰어드는 중소기업들이 사전에 참고해서 새로운 발상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생들도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엉뚱한 상상력의 나래를 맘껏 펼칠 수 있는 계기로 삼는다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15세 미만 청소년은 시청 지도가 필요하단다. 아이디어를 돈으로 사고 파는 '경매' 방식이 자칫 청소년들에게 황금만능주의를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일까. 앞으로 정규 편성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서정은 기자  punda@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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