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떠들썩하게 했던 ‘최희진 사태’가 최희진 씨의 자작극 인정으로 일단락됐다. 최희진 씨는 SBS 연예특급에 출연해 태진아 부자가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은 것에 대한 서운함 때문에 일을 벌였는데, 생각보다 태진아 부자에게 큰 타격이 갔다며 죄송하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로 태진아와 이루는 이번 일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태진아는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는지 몸무게가 7kg이 빠졌다고 한다. 연예인으로서의 이미지가 망가지고 인격적인 모멸을 당한 것은 계량하기조차 힘들 정도의 피해라고 할 수 있겠다.

거의 처참한 수준이었다. 네티즌은 이 사건이 터지자마자 태진아 이루 부자를 파렴치범으로 단정짓고 극심한 공격을 퍼부었다. 심지어 최희진 씨가 자작극임을 인정한 이후에도 여전히 태진아를 모욕하는 댓글들이 나오는 상황이다.

동시에 최희진 씨를 강력하게 비난하는 여론도 조성되고 있다. 하지만 태진아 이루 부자가 당한 피해의 가해자가 단지 최희진 씨만일까?

애초에 최희진 씨는 주장을 했을 뿐이다. 최희진 씨가 무슨 말을 하던 그녀의 입장일 뿐이다.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다수 네티즌은 그녀의 말을 무조건 사실로 받아들이고 태진아 이루 부자를 단죄했다.

그런 과정에서 이 사태가 커지고 태진아 이루가 당한 피해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까지 확대된 것이다. 즉, 한쪽의 말만을 듣고 다른 쪽을 일방적으로 매도한 네티즌도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최희진 씨는 이제 자작극을 인정하고 죗값을 치르는 수순에 들어갔다. 하지만 덮어놓고 태진아 이루 부자를 단죄했던 네티즌은 무슨 책임을 지나? 그저 당한 사람만 억울할 뿐이다.

여론재판은 이렇게 무섭고 허탈하다. 이런 일이 다시 반복돼선 안 된다. 이번 사건에서 우린 어느 한 쪽의 말만 듣고, 혹은 어떤 의혹이 제기됐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를 집단적으로 단죄하는 행위가 얼마나 참혹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 태진아의 참혹한 피해를 보상하는 길 -

의혹이 제기만 되면 무조건 누군가를 집단적으로 찍어내는 일들이 너무나 쉽게 이루어지고 있다. 요즘엔 병역비리 의혹이 제기됐다는 이유로 MC몽을 잘라버리라는 여론이 들끓는다.

의혹과 사실을 구분할 수 있는 지혜, 사실이 드러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인내가 필요하다. 사람을 공격하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그러므로 최대한 조심해야 한다. 공격당한 사람이 입은 피해는 누구도 보상해줄 수 없다. 내가 그런 일을 당했다고 생각해보라. 얼마나 억울하고 답답할까? 단 한 명이라도 이런 피해자가 나와선 안 된다.

타블로 사태도 그렇다. 타블로에게 의혹을 제기하는 것까지는 좋다. 그런데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타블로를 파렴치범으로 단정 짓고 공격했다. 이런 식의 ‘묻지마 공격성’은 공포사회로 가는 지름길이다.

세상은 복잡하고 진실은 모호하다. 그리고 인간은 소중하다. 이것을 인정해야 한다. 누군가를 섣불리 단죄하면 사람이 다칠 수 있다. 복잡한 세상사 속에서 실체적인 진실이 드러나려면 일정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을 기다려주지 못하고 무조건 단죄부터 하면 인간의 소중함이 무너진다. 당하는 사람의 소중함도 무너지고, 그를 집단적으로 공격했던 사람들의 인격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남는 것은 황폐한 사회뿐이다. 우리 모두가 결국 피해자가 된다.

한국사회가 점점 그렇게 조급한 분위기로 흘러가는 상황이다. 어떤 의혹이 나타나면 즉각 돌팔매부터 시작된다. 이번 최희진 사태는 그런 흐름을 멈출 계기가 되어야 한다. 내가 타인에게 인내를 갖고 기다려줄 때, 타인도 나에게 그렇게 할 것이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조금은 더 따뜻해진다.

그것만이 이번에 태진아가 당한 참혹한 피해를 우리 사회가 조금이나마 보상하는 길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일을 계기로 태진아의 수십 년 전 루머를 가지고 그를 공격하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데 이건 정말 치졸한 짓이다. 내가 그런 일을 당한다면, 나의 친지가 그런 일을 당한다면 어떤 심정일지 생각해보기 바란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ooljiana.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성룡과 퀸을 좋아했었고 영화감독을 잠시 꿈꿨었던 날라리다. 애국심이 과해서 가끔 불끈하다 욕을 바가지로 먹는 아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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