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조선일보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편들기에 나섰다. 검찰이 지난달 30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차한성·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을 압수수색 한 것을 두고 "법치가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차한성·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은 현직 시절 재판거래를 지휘했거나 보고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인물들이다. 법원행정처의 홍보수단으로 이용됐다는 의혹을 받는 조선일보가 재판거래 의혹의 몸통을 비호하는 모양새다.

조선일보는 1일 자 ‘전직 대법원장이 압수수색 당하는 나라’ 사설에서 대법원장 압수수색을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검찰이 전직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을 상대로 강제 수사를 벌이는 것은 전례가 없을뿐더러, 사법부가 독립돼 있고 법치를 한다는 나라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면서 “외국에서도 그런 사례를 찾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 10월 1일 자 조선일보 사설 '전직 대법원장이 압수수색 당하는 나라'

조선일보는 “재판 거래 의혹은 법원 자체조사에서도 '사실무근'으로 결론이 난 사안”이라면서 “근거가 박약한 의혹을 갖고 전직 대법원장을 적폐로 몰자 상상하기 힘든 일이 현실이 됐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혐의가 나올 때까지 털어보겠다는 먼지떨이 수사”라면서 “재판은 불신받고 법치가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법원 자체조사에서 사실무근으로 결론이 났다는 이유를 들어 법치가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은 조사보고서에서 ▲판결을 거래나 흥정의 수단으로 삼으려고 한 흔적들이 발견되었다 ▲'재판의 독립', '법관의 독립'이라는 헌법적 장치를 사법부 자신이 부인하려고 하였다는 점에서 스스로 그 존재의 근거를 붕괴시켰다고 지적한 바 있다.

▲31일 법원행정처가 양승태 사법부 시절 작성된 재판거래 의혹 문건을 공개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조선일보는 양승태 대법원의 홍보 도구로 지목된 언론 중 하나다. 법원행정처는 상고법원 도입 추진 홍보를 위해 조선일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조선일보 보도 요청사항>(2015년 9월 작성) 문건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조선일보에 ▲상고심 사건의 소가 총액과 당사자 총수에 관한 기획 보도 ▲일반 국민 대상 설문조사 ▲전문가 지상좌담회 ▲사내 칼럼 ▲기고문 등을 요청했다. 실제 조선일보는 2015년 상고법원 도입을 촉구하는 기사와 사설을 수차례 게재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조선일보, 양승태 상고법원 추진 '홍보담당'?)

▲10월 1일 자 동아일보 사설 '초유의 전 대법원장 압수수색, 사법부 자성과 쇄신 힘써야'

동아일보·중앙일보는 조선일보와 달리 사법부를 비판하는 사설을 게재했다. 동아일보는 ‘초유의 전 대법원장 압수수색, 사법부 자성과 쇄신 힘써야’ 사설에서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에서 사법부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행정처나 대법원장이 재판에 관여했음을 입증하는 자료도 나온 바가 없다”면서 “하지만 전직 사법부 수장의 사법처리 여부를 떠나 청와대와 뒷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 것 자체가 사법부로서는 수치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사법부의 신뢰는 땅에 떨어져 갈등과 분쟁의 심판 기능을 하는 재판 제도가 흔들릴 지경”이라면서 “수사 대상에 오른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사법부 역시 자성하는 마음으로 수사에 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10월 1일 자 중앙일보 사설 '양승태, 전직 사법부 수장의 책임감과 품격 보여줘야'

중앙일보는 ‘양승태, 전직 사법부 수장의 책임감과 품격 보여줘야’ 사설에서 “양 전 대법원장은 작금의 사법부 위기는 자신 때문에 비롯된 점을 인식하고 사태 해결을 위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상고법원 설치라는 업적을 만들기 위해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법원행정처 소속 법관들을 동원해 정치권과 언론을 상대로 거래를 시도했던 의혹은 점차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면서 “양 전 대법원장은 ‘정치 보복’이라는 해묵은 주장에서 벗어나 지금이라도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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