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그 어떤 특집보다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무한도전 레슬링 특집 WM7이 마침내 1년간의 대정정에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이렇게 10주간의 레슬링 특집은 끝이 났지만 시청자들의 기억 속에는 최고의 특집 중에 하나로 각인되어, 앞으로도 두고두고 그들의 투혼과 감동의 눈물을 떠올리게 되겠지요.

가장 화려했지만 그만큼 가장 걱정되었던 3경기

9월 11일 방영된 그 마지막 방영분에서는, 그간 투혼을 통해 역경을 딛고 이번 레슬링 특집의 가장 화려했던 그 3경기와 모든 것이 끝난 뒤 각 멤버들의 소감을 전하며 조용히 끝이 났는데요. 가장 화려하고 멋진 3경기였지만 그 속에 감춰진 그들의 고통과 의지를 알기에, 경기장에서의 환호와는 관객과는 달리 시청자의 입장에서 숙연해지고 그 어떤 경기보다도 마음 졸이는 경기였던 것 같습니다.

너무도 화려하고 멋진 기술이었기에 그들이 그것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고통을 겪었을지를 떠올리게 만들었고, 경기 중 프로레슬링 특유의 오버액션을 통해 과도하게 표현을 할 때면 그것이 혹시나 진짜는 아닐까 걱정이 되었는데요. 그렇게 3경기는 그들의 과정을 보아온 시청자의 입장에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와는 전혀 거리가 멀었습니다.

경기 직후 정형돈-유재석의 포옹과 그 의미

3경기의 피날레를 장식할 가장 화려한 피니쉬 기술은 무한도전의 반장 유재석의 몫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공격에 마지막 GG를 치게 되는 사람은 바로 경기 전 구토를 하며 상태가 가장 안 좋았던 도니 정형돈이었습니다.

그렇게 바닥에 쓰러져 있는 정형돈을 두고 유재석은 탑로프로 올라가게 됩니다. 그리고 탑로프에서 양팔을 벌리고 우뚝 선 채로 분위기를 고조시킵니다. 환호하는 관중들과 바닥에서 자신을 믿고 그 피니쉬에 당할 준비를 하고 있는 정형돈을 바라보고, 드디어 탑로프에서 뛰어내려 정형돈을 덮쳐 충격을 주고 마지막 카운트에 들어가게 됩니다.

사실 이 피니쉬 기술은 가장 화려했지만, 3경기 중에서 가장 어설펐던 기술이기도 했는데요. 역시 유재석은 경기 전 구토를 하고 지금도 고통 속에서 무리를 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기에, 차마 정형돈에게 충격이 갈까봐 리얼하게 할 수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정형돈에게 최대한 충격이 가지 않게, 덮치는 것이 아니라 엉덩이를 세우고 착지를 해버렸죠.

아무튼 그렇게 카운트가 들어가고, 원, 투, 쓰리, 결국 유재석 손스타 팀이 승리를 하게 되는데요. 이 때 유재석이 가장 먼저 취한 행동은 승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퍼포먼스를 하면서 관객의 흥을 돋우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밑에 깔려있던 정형돈을 안아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고개를 파묻고 한참을 안아주는데요. 정말 그 모습이 너무도 감동적이었고 가슴이 뭉클하게 만들더군요. 사실 이번 레슬링 특집은 멤버 모두가 육제적으로 고생을 했지만, 그 중 가장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것은 바로 유재석이었습니다.

그동안 유재석은 무한도전 멤버들의 정신적 지주이자 리더로서, 정형돈과 정준하의 투혼을 바라보는 그 심정은 그 어떤 고통보다도 힘들게 느껴졌을 텐데요. 속으로는 '안 된다. 말려야 된다'라고 수없이 생각했겠지만, 5천명의 관객들이 자신들만을 기다리며 기대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차마 그럴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유재석은 이날 내내 묵묵히 바라만 보고 있었는데요. 2경기가 진행될 때도 유재석은 평소와는 달리, 시종일관 진지한 모습으로 뒤에서 말없이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끝이 나는 것을 본 다음에야 "잘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모습이었었는데요.

유재석은 연습 때 항상 제대로 하지 못해 문제였던 제 2경기 멤버들에게, 질타보다는 용기와 기운을 북돋아주기만 했었습니다. 그리고 모두 연습을 하다가 지치고 육체적인 고통에 너무도 힘들어 헤이해질 때면, 자신이 직접 나서 시범을 보이고 아프면서도 "레슬링이 아픈 것이 당연한 거지. 안 아프면 레슬링이냐?"라며 기강을 바로잡기도 했는데요.

2경기 연습 때 실망한 손스타와의 2경기 멤버들 간에 트러블이 있을 때도 먼저 회식을 제안하며, 회식자리에서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이끌어내며 서로 풀고 다시 각오를 다지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유재석은 리더로서 완벽한 무대를 보여주어야 된다는 압박감과, 힘들어하는 멤버들을 바라보는 안쓰러움 속에서 혼란스러워하며 마음고생을 참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유재석은 경기 당일 정준하는 응급실까지 다녀오며 부상투혼을 발휘하고, 정형돈은 자신과의 3경기 직전 울렁거림을 호소하며 결국에 구토까지 하는 것을 보고, 얼마나 답답하고 그들을 말리고 싶었을까요? 3경기가 시작되고 정준하와 정형돈이 입장할 때 뒤에서, 두손모아 기도하던 유재석의 모습이 가슴을 참 뭉클하게 만들더군요.

아무튼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경기는 시작되고 투혼을 발휘하고 있는 정준하와 정형돈에게, 기술을 걸고 고통을 줄 수밖에 없었던 유재석은 더욱 그 마음이 착찹했을 것 같습니다. 그 둘이 고통에 힘들어하고 무리를 하고 있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지만, 관객을 위해 리얼하게 기술을 걸고 그들을 아프게 해야만 했던 유재석은 정말 가슴이 찢어졌겠지요.

그리고 유재석은 마지막 기술을 위해 탑로프에서 환호하는 관객들을 뒤로하고 쓰러져 있는 정형돈을 바라보면서, 얼른 그 고통에서 해방시켜주기 위해 마지막 고통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탑로프에서 마침내 뛰어내렸는데요. 결국 연습 때처럼 리얼하게 성공하진 못했지만 카운트가 끝나는 순간 정형돈을 끌어안는 그 모습은, 단순히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는 안도감보다 1년여 동안 정말 잘 견뎌주고 참아주어서 고맙다는 진심어린 마음의 표현이었습니다.

그렇게 모든 경기가 끝난 뒤 경기를 마친 느낌을 묻는 장면에서 다른 멤버들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 때의 그 느낌을 짧은 탄성으로 표현을 하지만, 유재석만큼은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는데요. 다른 멤버들에게는 우리가 해냈다는 그 때의 벅찼던 감정에 대한 의미였지만, 유재석은 모든 것이 무사히 끝나고 멤버 모두 다 잘 이겨내주었다는 의미의 흐뭇함 같은 것이었습니다.

최고의 경기는 아니었지만 최선을 다한 경기였다는 무한도전. 하지만 시청자들의 기억 속에 그들의 경기는 그 어떤 경기보다도 감동적이고 한편의 드라마 같은 최고의 경기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모두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skagns.tistory.com 을 운영하고 있다. 3차원적인 시선으로 문화연예 전반에 담긴 그 의미를 분석하고 숨겨진 진의를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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