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K2의 TOP11이 모두 정해졌습니다. 최종합격자는 허각, 존박, 김그림, 앤드류넬슨, 강승윤, 김소정, 장재인, 김지수, 김은비, 박보람, 이보람인데요. 기존의 정해진 방식을 바꾸면서까지 2차 심층면접을 진행하면서, 참가자들로 하여금 마지막까지 가슴 졸이게 만들더군요.

게다가 기존에 뽑기로 한 10명에서 1명을 더 추가해서 모두 11명의 최종 합격자를 선정하였습니다. 이제 이 합격자 11명은 합숙을 하며 미션을 수행하고 다음 주 금요일 생방송 무대를 가지게 되는데요. 더욱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과연 누가 마지막에 살아남게 될지 기대감을 가지게 합니다.

그런데 이번 TOP11을 뽑는 과정에서 상당히 불만스러운 점이 하나 있었는데요. 2차 심층면접에서 참가자에 대한 배려가 너무도 없었다는 점입니다. 물론 심사위원들이 악의적인 감정을 가지고 그렇게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불합격에 앞서 한 소녀의 꿈까지 짓밟아야 했나 하는 점에서는,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는 말처럼 너무도 잔인한 행동이었습니다.

김그림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호의적인 심사위원

일단 앞서 김그림과 김보경의 라이벌 미션에서 김그림을 선택했던 심사위원들은, 최종 합격자를 선정하기 위한 2차 심층면접에서까지 다른 참가자들과는 달리 김그림과 김보경을 함께 불러 심사를 했는데요. 결국 심사위원들은 또 다시 김그림을 선택하면서 김보경을 탈락시켰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김그림과 김보경을 두고 라이벌 미션에서 석연치 않은 점을 다시 한번 비교하였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정확한 판단을 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이미 어느 정도 김그림으로 결정이 난 상태에서 그 둘을 불러 그들의 치부를 들추어 보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인데요.

결국 그 둘의 음악적인 재능에 대한 비교라기보다는 그 둘의 배경, 즉 고려대 세종캠퍼스라서 학벌이 그렇게 뛰어나지 않은(겸손일까?) 김그림과 고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께 버려져 어려운 환경 속에서 지내온 김보경을 서로 비교하면서 씁쓸한 심층면접을 만들고 말았습니다.

일단 심사위원들의 김그림에 대한 호의는 곳곳에서 드러나는데요. 먼저 이승철은 팀별 미션과 라이벌 미션에서 보여주었던 김그림의 이기적인 모습을 지적하게 됩니다. 그러자 김그림은 "자신은 일부러 이기적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선천적인 성격상 잘 그러지 못 한다"라고 대답하는데요. 심사위원들은 그런 김그림의 대답에 모두 수긍을 하면서 오히려 좋은 자세라는 듯 고개를 끄덕입니다.

게다가 박진영은 팀별 미션에서 떨어졌을 때 패자부활전에서 중간에 다시 나서지 않고 마지막에 나섰기 때문에, 김그림은 원래 그런 이기적인 성격이 아니라며 다른 심사위원을 설득시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당연했는데요. 김그림은 심사위원들이 직접 지명을 해가며 평가를 하는 가운데,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서로 자신에게 기회를 달라고 선착순으로 뽑는 것도 아니고, 언제 자신이 지명되어 기회를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마지막까지 기다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죠. 그것을 김그림이 선천적으로 이기적인 성격은 아닌 것 같다는 것에 대한 이유로 생각한다는 것은, 김그림에게 상당한 호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궤변으로 끼워 맞추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마치 김그림의 그런 이기적인 모습이 시청자들의 눈에 안 좋게 비추어질까봐, 미리 김그림을 원래 착했지만 어릴 적 사건 이후로 살기위해 이기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었던 백야행의 안타까운 여주인공 마냥 포장해주는 듯한 느낌까지 주더군요.

그리고 윤종신은 김그림을 두고 신세경 닮았다는 소리 많이 듣지 않냐고 하는데요. 윤종신은 김그림이 외모적으로 스타성이 있다고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윤종신은 김그림의 고려대 학력을 두고 "노래 아니어도 좋은 직장에 취직할 수 있지 않냐?"고 물어보는데요. 이런 질문은 보통 합격을 염두에 두고 김그림의 의지를 확인해 보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더욱 황당한 것은 "고려대 세종캠퍼스라서 그렇게 뛰어난 학력은 아니다"라는 말에 본인이 원했던 김그림의 의지를 확인하고 수긍했다는 것인데요. 차라리 김소정처럼 가수에 대한 의지가 확실하고 학위로 취직을 염두하고 있지 않다는 식의 답변이 맞는 답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단순히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뛰어난 학벌은 아니다라는 식의 말이 어떻게 윤종신이 원하는 답변이 되는지 이해할 수가 없는데요. 윤종신은 고려대지만 세종캠퍼스라서 김그림에게는 노래가 아니면 좋은 직장에 취직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생각을 한 것일까요?


김보경의 희망까지 꺾어버린 잔인한 심사위원

반면 김보경에 대해서는 참 냉정한 심사위원인데요. 박진영은 처음부터 김보경의 산만한 행동을 지적하고 시작을 합니다. 그리고 이어서 김보경의 어려운 가정사를 들추기 시작하는데요.

박진영은 김보경의 참가이유 중에 "나만 바라보시는 어머님과 동생들을 위해서"라고 적혀있는 것을 두고 아버지가 함께 있지 않냐고 물어봅니다.

"네. 좀... 버려졌어요. 저희가"

"고등학교 1학년인가? 그 때쯤 그랬는데. 제가 동생... 여동생이 두 명이 있어요.
일 년 정도를 소녀가장처럼 어머니 아버지 없이 집에서 제가 동생들을 돌봤거든요."

"학비는 나라 지원해주시는 거 있고, 생활비는 그냥 주말마다 내려가서
라이브 카페? 술집 같은 그런 곳에서 노래도 해서 용돈도 벌고..."

그리고 엄정화는 김보경에게 "가수가 되는 게 인생의 돌파구"라고 말한 것과, 라이벌 미션 때 누구보다도 합격이 절실하다며 당시 불렀던 켈리클락슨의 'because of you'이 자신의 비상구였던 첫 번째 노래라고 했던 것이 무슨 의미인지 물어보는데요.

"어머니 아버지가 이렇게 싸우시는 그런 과정에서 동생들을 지켜야 됐고,
그리고 또 어머니 아버지가 돌아서지 않게 막아야 했고...
그래서 그 답답한 마음을 어떻게 보면 삐뚤어지고 이런 식으로 나갈 수도 있었지만,
답답한 거 풀려고 찾다 보니까 빵빵 (고음을) 지르면서 느꼈던 그 희열이
되게 (저를) 숨 쉬게 하는 거 같았어요. 소리 지르면서..."

저는 김보경이 라이벌 미션 때 왜 김그림이 하자는 대로 하면서, 상대적으로 힘든 부분이었던 고음파트를 자신이 맡기로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는데요. 결국 둘 다 멋지게 잘 부르긴 했지만, 자신이 자신 있는 파트만 한껏 기교를 부리며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은 김그림이 합격을 하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켈리클락슨의 'because of you'는 김그림이 대전지역 예선 때 부른 노래이기도 했는데요. 즉 이미 수없이 연습을 했을 뿐만 아니라, 김그림이 가장 자신 있는 곡이기도 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런데도 김그림은 자신에게 불리한 파트를 맡지 않으려고, 함께 부르는 김보경을 배려하지 않은 채 몇 번이나 바꾸는 모습을 보여주었지요.

당시만 해도 저는 김보경이 그렇게 절실하다면서, 왜 파트 나눌 때는 김그림처럼 애착을 가지고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나누려 하지 않았을까 했는데요. 어제 방송을 보고 이제서야 그 이유를 알겠더라구요. 켈리클락슨의 'because of you'이라는 곡은 김보경의 인생에게 있어 정말 소중한 곡이었고, 아마도 김그림이 고음파트를 하고 싶다고 했어도 자신이 하겠다고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방황하던 시절 수없이 불러왔던 노래이기에 어떤 부분이라도 자신이 있었겠지요.

그렇게 김보경은 어릴 적 어려운 환경 속에서 답답한 마음을 풀기위해 켈리클락슨의 'because of you'의 고음을 지르면서 느꼈던 그 희열을, 슈퍼스타K라는 무대에서 다시 한 번 느껴보고 싶고 또한 그동안 자신이 노래를 불어온 인생을 검증받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보경은 절실하게 고음부분을 지르며 열창을 했지만, 한껏 기교를 살리며 시종일관 안정되게 불렀던 김그림이 합격되었는데요. 김보경은 그것을 보고 자신은 그동안 힘들었던 자신의 인생을 모두 걸고 절실하게 불렀던 노래였는데, 얼마나 씁쓸하고 허무했을지 쉽게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아무튼 그런 김보경의 안타까운 사연에 대해서 결국 돌아오는 대답은 다음과 같은데요.

이승철 : 이리저리 노래를 나이에 비해서 좀 여러군데서 해가지고
윤종신 : 그 느낌이 남아 있죠
이승철 : 그래서 올드한 느낌이 난다는 건 굉장히 큰 단점인 거지
윤종신 : 우리랑 같이 데뷔한 사람들 느낌. 그때 유행하던 느낌

게다가 박진영은 "가수가 되는 것이 인생의 돌파구"라고 말했던 김보경에게 미래는 없다는 듯한 잔인한 말을 하는데요. 물론 박진영은 소속사 대표의 입장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냉정하게 김보경의 치명적인 단점을 지적한 것이겠지만, 자신은 절대 김보경 같은 사람은 뽑지 않는다는 말은 김보경 입장에서는 충격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보경양, 제가 노래를 못하는 사람들을 뽑은 적은 많아요. 가르쳐보려고.

노래를 잘 하는데 어떤 습관들이 박힌 사람은 오히려 안 뽑아요.
그걸 바꾸는 게 너무너무 힘들어요. 가르쳐도 못 배워요.

그게 굉장히 두려워요. 보경 양을 보면,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의 걱정이에요.
다만 뽑은 유일한 이유는 보경씨 눈빛 때문에 뽑은 거에요.
근데 그것만으로 갈 수는 없잖아요.

고칠 수 있을까요?

말이 고칠 수 있느냐고 물어보는 것이지, 사실 박진영은 절대 못 고치기 때문에 절대 김보경은 뽑지 않는다라는 말인데요. 결국 이와 같은 말은 김보경에게 있어서 인생의 돌파구로 가수가 될 수는 없다라는 가수지망생에게 내린 사형선고와 같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예상대로 김그림이 합격하고 김보경은 탈락을 하고 말았는데요. 자신의 노래에 자신이 없었다는 김그림은 겸손의 의미로, 그리고 이기적인 모습은 스타가 되기 위한 집념으로 김그림에게 유독 호의적인 심사위원들의 태도는 참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반면 김보경은 신세경 닮은 외모에 고려대 학벌까지 가지고 있는 김그림에 비해, 어려운 환경 속에서 노래로 버텨왔고 이제 노래를 하는 것만이 인생의 돌파구라고 믿는 김보경에게, 그렇게 어려운 환경 속에서 노래를 한 것이 오히려 자신에게 독이 되었고, 눈빛 빼고는 뽑을 이유가 없었다는 말은 너무도 잔인했습니다.

아무튼 결과 발표 이후 눈물을 조용히 흘리면서도 끝까지 웃으려 애쓰며 괜찮다는 듯한 김보경의 모습과 자신이 없었던 자신의 노래에 자신감이 생겼다며 서럽게 우는 김그림의 모습은 참 대조적이었는데요.

정말 김보경은 앞으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오히려 올드하다며 혹평을 하는 그것을 장점과 매력으로 만들거나, 고칠 수 없을 것이라던 박진영의 판단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며 콧대를 납작하게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skagns.tistory.com 을 운영하고 있다. 3차원적인 시선으로 문화연예 전반에 담긴 그 의미를 분석하고 숨겨진 진의를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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