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의 비공개 예산정보 취득 논란으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대치하고 있다. 검찰이 심 의원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나서자 자유한국당은 "대정부투쟁에 나서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27일 오전에는 압수수색을 허용한 문희상 국회의장을 항의방문하기도 했다. 반면 민주당은 "자료를 반환하고 검찰 조사를 받으라"며 심 의원의 기재위원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27일 오전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홍영표 원내대표는 "검찰이 지난 21일 심재철 의원실을 압수수색한 데 대해 자유한국당이 야당탄압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펴고 있다. 오늘은 긴급의총까지 연다고 한다"며 "적반하장도 유분수"라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잘못을 저지른 도둑이 도리어 몽둥이를 들고서 나대는' 꼴이 아닐 수 없다"고 덧붙였다.

▲27일 오전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홍영표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번 사건의 본질은 심재철 의원실이 30개 정부기관의 47만여 건에 달하는 행정자료를 무단으로 열람하고 빼돌린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이라며 "그런데도 심 의원실은 탈취한 자료를 반환하지 않아서 정부가 검찰에 고발조치를 하고 이번 압수색이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도둑질 당한 행정자료를 되찾기 위한 정당한 법 집행이 어떻게 야당탄압이라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이것은 불법행위에 대한 관심을 딴 곳으로 돌리려는 억지 주장일 뿐"이라고 말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은 국회부의장까지 지낸 중진의원 사무실을 검찰이 압수수색했다고 노발대발한다"며 "그렇다면 국회부의장을 지낸 중진의원은 범죄행위를 저질러도 빠져나갈 수 있는 특권을 줘야 한다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오히려 법을 만드는 현직 국회의원이 그것도 국회부의장까지 지낸 분이 불법행위를 저지르고도, 온갖 변명만 하는 행태가 개탄스럽다"고 꼬집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심재철 의원과 자유한국당은 더 이상 범죄행위를 정당화하지 말아야 한다"며 "이 사건은 범죄행위를 바로잡는 것이지, 정쟁의 수단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심재철 의원실은 불법으로 빼돌린 비인가 행정자료를 정부에 반환하고, 검찰에 출두해 성실하게 조사받아야 한다"며 "자유한국당도 불법 행위를 옹호하거나 감싸려들지 말고 철저한 진상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영교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런 상태로 열흘 후 국정감사가 피감기관과 감사기관이 서로 맞고소를 한 상태에서 치러질 수는 없다"며 "국회법 48조 7항에는 '의장과 교섭단체 대표의원은 공정을 기할 수 없는 뚜렷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해당 상임위원회의 위원으로 선임하거나 선임을 요청해서는 안 된다'고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유한국당은 심재철 기재위원을 즉각 사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정애 의원은 "심재철 의원이 꽤 오래 정치를 하셨는데 최근에 가장 핫한 상태인 것 같다"며 "그런데 좋은 내용으로 언론에도 오르내리는 것이 국회부의장을 하신 분의 덕에 맞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남의 물건, 그냥 가져가시는 거 좋아하시면 안 된다"며 "빨리 돌려주시고, 원칙대로 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27일 오전 국회의장실을 항의방문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연합뉴스)

반면 자유한국당은 '야당탄압'을 주장하며 '대정부투쟁'을 예고했다. 이날 오전 김성태 원내대표는 긴급 의원총회에서 "추석 연휴 전 심재철 의원실을 검찰이 압수수색했다"며 "국정감사 기간 중 제1야당을 무력화시키고자 하는 정권의 기획되고 의도된 야당 탄압행위란 것을 국민들과 함께 인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압수수색 영장을 들고 온 검찰도 문제지만 긴급히 수색해야 할 사항이 아님에도 영장을 발부해준 사법부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얼마전 대법원 연구관 연구보고서 유출 관련 영장이 청구됐을 때도 기각했다. 법원이 줏대 없고 형편없는 짓거리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심재철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은 제1야당에 대한 강도높은 탄압으로서 결코 좌시할 수 없다"며 "우리의 결기를 결집시켜 대정부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날 김성태 원내대표와 심재철 의원 등 자유한국당 의원 30여 명은 긴급의총 후 문희상 국회의장을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신규 택지개발 관련 정보를 유출한 신창현 민주당 의원과의 형평성을 지적하며 문 의장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문 의장이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도 압수수색을 했다"고 말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어떻게 이석기와 심재철을 비교하냐"며 사과를 요구하며 고성을 내기도 했다.

항의 방문 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심재철 의원은 "(문희상 의장이) 저에게 전화 한 통 없었다"며 "미안하다는 말도 못하냐고 하자 '그건 미안하네' 겨우 한 마디 했다"고 전했다. 심 의원은 이석기 전 의원 발언에 대해 "어떻게 반국가사범과 자료취합 과정으로 시비가 붙은 것을 비교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27일 오전 국회의장실을 항의방문한 심재철 의원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심재철 의원은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청와대의 업무추진비를 사용 내역을 문제삼았다. 심 의원은 "청와대가 사용이 금지된 시간대를 비롯해 주말과 공휴일에도 업무추진비를 상당히 많이 사용했고, 술집과 BAR 등에서도 업무와 무관하게 사용한 정황도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심 의원이 공개한 자료는 검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는 비공개 예산자료 일부로 추정된다.

심재철 의원실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들어 청와대가 23시 이후 심야시간 등 비정상시간대에 지출한 금액은 231건, 4132만8690원이며, 법정공휴일 및 토·일용일에 사용된 지출은 1611건, 2억461만8390원이었다.

또한 심재철 의원은 상호명을 분석한 결과 '비어', '호프', '맥주', '펍' 118건 1300만1900원, '주막', '막걸리' 43건, 691만7000원, 이자카야 38건 557만 원, 와인바 9건 186만6000원, 포차 257만7000원, BAR 14건 139만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심 의원은 업종이 누락된 인터넷 결제 13건(500만5000원), 미용업종 3건(18만7800원), 백화점업 133건(1566만7850원), 오락관련업 10건(241만2000원) 등 사용용처가 불명확한 사례들도 상당수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규정에 어긋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후 11시 이후 사용, 주말 사용 부분은 가급적 근무시간 내에 또는 너무 심야가 아닌 저녁시간까지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내부 규정과 어긋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는 24시간 365일 일하는 조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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