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기 때문에 언제든 취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서 한국과 미국이 재개 가능한 조치를 취하는 반면 북한은 불가역적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보고, 한미 양국이 손해 볼 것이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에 조선일보는 "왜 (종전선언에) 집착하는 건가"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문 대통령을 향해 "해보고 아니면 그만이라는 것은 쇼를 하자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진행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진행되고 있는 한반도 비핵화 회담과 관련해 "한국이나 미국이 비핵화 협상을 함에 있어 전혀 손해 볼 것이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북한이 취하는 조치가 불가역적인 것인 반면 한국과 미국이 취하는 조치는 재개 가능한 것이라는 취지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취해야 되는 조치들은 핵 실험장, 미사일 실험장, 영변의 핵 기지를 폐기하는 것이고 만들어진 핵무기를 폐기하는 것"이라며 "이른바 불가역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미국과 한국, 양국이 취하는 조치는 군사훈련을 중단하는 것, 언제든지 취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취소할 수 있다"며 "설령 제재를 완화하는 한이 있더라도 북한이 속일 경우, 약속을 어길 경우, 제재를 다시 강화하면 그만"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에 크게 비핵화 약속을 한 후에 상대측의 약속을 신뢰하는 토대 위에서 이를 전개시켜 나가도 미국으로서는 손해 보는 일이 전혀 없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27일자 조선일보 사설.

27일자 조선일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종전 선언, '언제든 취소 가능'이라면 왜 집착하는 건가> 사설을 게재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종전 선언이나 대북 제재는 언제든 취소하거나 다시 강화하면 그만인 사안이 아니다. 그래서도 안 된다"며 "해보고 아니면 그만이라는 것은 쇼를 하자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조선일보 사설 본문에는 문 대통령이 종전 선언에 집착한다는 문구는 없다. "종전 선언이 '단순 정치 선언'이고 '언제든 취소 가능'이라면 북이 왜 이렇게 집착하겠나"란 북한 입장에 대한 해설이 있을 뿐이다. 사설 제목 대로라면 북한의 입장이 곧 문 대통령의 입장이라는 식이다. 현재 해당 사설의 제목은 <종전 선언, 해보고 아니면 그만이라니>로 변경된 상태다.

조선일보는 "신임 주한 미 대사는 지난달 부임 첫 기자 간담회에서 '종전 선언은 한번 선언하면 (새로) 전쟁을 시작하지 않는 한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며 "이와 달리 문 대통령은 미국에서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대변 하다시피 하면서 종전 선언을 촉구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문 대통령이 평양에서 김정은을 만나 핵 신고서 제출 같은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설득했는지는 알려진 게 없다. 대북 제재도 마찬가지"라며 "문 대통령 말과는 달리 북 기만술에 속아 다국적 기업 투자가 시작되고 석탄·석유 등 금수품 교역이 재개되면 지금 수준의 제재망은 다시 구축하기 어렵다. 이미 중·러는 이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종전 선언은 '6·25가 끝났다'는 한 줄이 전부는 아닐 것"이라며 "선언 내용에 따라 한반도 안보 지형과 비핵화 로드맵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선일보는 "문 대통령은 '유엔사나 주한미군 지위에는 아무 변화가 없다'고 했지만 북이 종전선언문을 근거로 비핵화는 질질 끌면서 '전쟁이 끝났으니 NLL도 없애라'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대북 협상의 역사가 그랬다. 종전 선언이 '단순 정치 선언'이고 '언제든 취소 가능'이라면 북이 왜 이렇게 집착하겠나"라며 "정부는 구상하는 종전 선언의 개요를 국민에게 먼저 밝히고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종전 선언이 '아니면 말고' 식이 돼선 안 된다"며 "북에 단 한 발의 핵무기도 남기지 않는 진짜 비핵화로 가야하고 그렇게 해서 결단하는 종전 선언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보고 아니면 그만이라는 것은 쇼를 하자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조선일보는 "지금 북이 종전 선언 대가로 내놓겠다는 핵·미사일 실험장 폐쇄는 실질적 비핵화와는 거리가 멀다"며 "종전 선언을 하려면 '정치 쇼'가 아니라 실제 북핵을 폐기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아 제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22일자 경향신문 사설.

그러나 경향신문은 "종전선언을 미룰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22일자 경향신문은 <뉴욕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미 중재자 역할 화룡점정해야> 사설에서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 같은 추가 조치를 취해나갈 용의가 있다고 한 것은 북핵 협상 25년 사상 처음 내놓는 제안"이라며 "영변 핵시설은 흑연감속로, 연료봉 재처리시설, 고농축 우라늄 시설 등이 밀집한 북한 핵개발의 심장부로, 이 시설들을 영구 폐기하는 것은 북한 핵능력의 상당 부분을 제거하는 중대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향신문은 "게다가 김정은 위원장은 비핵화의 '플러스알파' 조치를 취할 용의도 시사했다"며 "문 대통령은 20일 서울 귀환 후 '합의문에 담지 않은 내용들도 있다'며 '방미해 트럼프 대통령과 다시 회담을 하면 상세한 내용을 전해줄 계획'이라고 확인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이 정도의 비핵화 의지라면 미국이 '종전선언'을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한반도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비핵화 협상에 호의적이다. 2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두 통의 '특별한 편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 롯데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나는 김 위원장으로부터 두 개의 편지를 받았다"며 "이걸(비핵화를) 끝내길 희망하는 그의 태도라는 관점에서 볼 때 감명적인 편지들이다. 나는 진짜로 이걸 끝내길 원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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