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전국 당원협의회운영위원장 일괄사퇴안을 의결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인적쇄신' 카드를 꺼내든 것이란 해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효과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제기된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김용태 사무총장. (연합뉴스)

20일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전국 당협위원장 일괄사퇴안을 의결했다. 비대위 의결에 따라 전국 253개 당협 중 사고당협 22개를 제외한 총 231곳의 당협위원장이 10월 1일자로 사퇴하게 된다.

전날 김용태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이 시·도당위원장들을 소집해 이 같은 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한국당은 추석 연휴 이후 조직강화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당무감사를 통해 당협 '현지 실태조사 평가'를 진행한다. 문제가 없는 지역은 빠른 시일 내에 조직위원장 임명 절차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김병준 비대위의 당협위원장 일괄사퇴 의결에 인적쇄신 드라이브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김병준 비대위의 인적쇄신 카드가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당장 내부 반발이 제기된다는 소식부터 들려온다. 이에 대해 김병준 위원장은 "당연히 반대가 없을 수가 없다"면서도 "그러나 아마 모든 분들이 당이 비상상태에 있다고 하는 것은 인정하실 것이고 그런 점에서 선당후사의 정신에서 이해를 해주시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7월 비대위원장 취임 당시 김병준 위원장은 "솔직하게 말하자면 당 대표로서 당협위원장을 교체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과거에 (의원들이) 무슨 일을 했고, 누구와 친하고 한 것을 기준으로 이미 한 번 당협위원장을 선출하고, 조정하고 끝나지 않았느냐"고 말해 인위적 인적청산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20일 김병준 위원장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이러한 내용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인위적 청산은 없다고 하지 않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 위원장은 "인위적 인적청산은 특정인이나 특정 계파를 지목해서 그분들을 어떻게 처리하는 것을 이야기 한 것"이라며 "이건 그게 아니고 사실상 매년하는 당무감사와 같은 성격"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병준 위원장의 말처럼 이번 당협위원장 일괄사퇴가 자연스러워 보이지는 않는다. 동의를 얻어 진행된 일인 만큼 표면적인 하자는 없지만, 통상적으로 당협위원장 교체에 앞서 당무감사를 진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후 사고지구당을 지정하고 재공모를 통해 당협위원장을 바꾸게 돼 있다. 특히 당협위원장은 국회의원 공천의 기준 또는 지렛대의 성격이 강하다. 총선을 1년 반 이상 남겨둔 상황에서 당협위원장 교체는 '우물 가서 숭늉 찾는 격'이라는 지적이다.

시기가 좋지 않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인적쇄신 의지를 보여주려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여론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시기를 택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18~20일까지 남북정상회담이 진행되면서 국민들의 시선은 모두 평양을 주목하고 있다. 추선연휴가 끝나면 국회는 본격적인 국정감사에 돌입한다. 10월부터 정당이 현역의원을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내년 초로 예상되는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이후의 상황도 불투명하다. "당협위원장을 교체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김병준 위원장의 말을 뒤집어 보면, 내년 등장할 새 당 대표가 당협위원장을 교체하면 김 위원장의 인적쇄신은 물 건너가는 셈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김병준 위원장의 비대위원장 임기가 12월까지로 예상되는 가운데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상황"이라며 "유일하게 할 수 있는 당협위원장 교체를 통해 인적쇄신을 해보겠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엄 소장은 "그러나 효과는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엄경영 소장은 "이번 당협위원장 교체는 여러모로 부자연스럽다"며 "시기가 좋지 않고, 전당대회 이후 새 대표가 조직강화특위를 열어서 다시 교체한다면 소용이 없다. 공천 시기도 아닌데 당협위원장을 교체하는 건 효과를 얻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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