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보다 신뢰도에 무게를 두고 저널리즘을 회복하겠다”

지난 8월 29일 KBS 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양승동 KBS 사장이 한 말이다. 허언은 아니다. 양승동 사장은 취임 후 발 빠르게 침체되었던 KBS의 보도기능을 강화하였다. 실제로 <저널리즘 토크쇼 J> <사사건건> 등 시사를 다루는 프로그램들이 신설되었고, <심야토론>이 부활되기도 했다.

그러나 KBS의 변화는 그런 양적 증가보다는 질적 개선에 더 무게를 두어야 할 것이다. 양승동 사장 취임 이후 KBS 뉴스에 대한 호평이 증가했다. 시청률보다 신뢰도에 무게를 두겠다는 양 사장의 말은 이런 의미 있는 변화를 담고 있었다. “아직 시청자의 눈높이에는 충분하지 않지만 전반적으로 KBS 뉴스가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라는 말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양승동 KBS 사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KBS의 변화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KBS 지난 4일 홈페이지에 시청자 권익센터를 개설했다. 이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시청자 청원이 한 달 동안 1,000명의 동의를 얻을 경우 관련 책임자가 답변을 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청와대의 10만 명에 비해 대단히 적은 수의 동의에도 답변하겠다는 의욕이 우선 눈에 띄는 부분이다. 그러나 시청자 청원 게시판은 그 의욕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아직은 많이 알려지지 않아 시청자가 참여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너무도 사소한데도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시청자 청원에 동의 기능이 오작동인 것이다. 동의만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게시판이 정상 작동되고 있지 않아 보였다. 게시판의 동의 기능은 매우 기초적인 것이다. KBS가 의욕을 갖고 출범시킨 시청자 청원 게시판이 만들자마자 고장이 난 것이다. 더 문제는 아직 수정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KBS 시청자 권익센터가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고 시청자 참여가 많지 않아 신경을 덜 쓴 것일 수 있겠지만 이런 오류상황이 곧바로 확인되지 않고, 고쳐지지 않는다는 것은 무척 실망스러운 일이다.

시청자 권익센터 ‘시청자 청원’ 게시판 (갈무리)

KBS가 시청자 청원 게시판을 만든 것은 스스로 고생을 자처한 측면이 크다. 청원 동의 1,000명은 상황에 따라서는 단숨에 채워질 수 있는 조건이다. 소위 ‘좌표찍기’가 제대로 먹히면 한두 시간에도 가능한 수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답변까지는 30일의 여유가 있기는 하지만 동의수 1,000명을 넘긴 청원이 홍수를 이룬다면 KBS로도 난감하겠지만 청원의 의미가 희석될 우려도 없지 않다.

또한 30일의 답변 기일은 너무 길다는 지적도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과 달리 방송사 청원에는 보도 관련된 사항이 많을 수밖에 없고, 이를 수정하고 반영하기 위해서는 좀 더 탄력적인 요소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KBS의 변화는 자화자찬 없이 내실 있게 추진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시청자 권익센터를 마련한 것은 가장 조용한 혁신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 않아도 된다고 여겨질 정도로 시청자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는 타 방송사들과 확연히 구별되는 변화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를 퇴색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시청자 청원 게시판의 오류는 조속히 수정되어야 할 것이며, 청와대와 다른 방송사의 특성에 맞게 이용 조건들도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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