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손님이 오면 설탕물을 타서 대접하기도 했을 만큼 설탕은 귀했다. 하얀설탕이 오가는 명절 풍경도 낯설지 않은 때였다. 하지만 이제 설탕이, 단맛이 우리 몸에 좋지 않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당뇨가 우리 사회에 보편적 질병으로 등장하면서, 그와 더불어 단맛, 혹은 그 단맛의 대명사인 '설탕'은 건강에 있어 터부적 존재가 되었다. 그러나 어쩌면 그건 겉치레일 뿐이다.

단맛은 변신에 변신을 거듭해 ‘당을 올리지 않는’ 단맛이라는 매혹적인 문구로 우리를 유혹했다. 그리고 우리가 의식하지 못할 뿐 약, 각종 식재료, 심지어 담배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일상생활 속으로 깊숙이 침투해 들어왔다. 아침으로 먹은 현미 시리얼에도, 케첩 바른 토스트에도, 피자와 함께 먹은 피클에도, 얼큰하게 넣어 끓인 고추장에도 '단맛'은 빠지지 않는다. 단지 형태만 변했을 뿐이다. 심각한 건 오늘날 우리가 먹는 이 '가공된 단맛'이 우리의 몸에 더욱 해롭다는 사실이다.

바로 <MBC 스페셜- 당신, 독을 먹고 있나요?>는 끊을 수 없는 단맛의 역사와 오늘날 새로운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공된 단맛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단맛, 그 중독의 역사

MBC 스페셜 ‘당신, 독을 먹고 있나요?’ 편

단맛. 그 시작은 기원전 8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태평양 뉴기니에서 재배되기 시작한 사탕수수는 기원전 350년 전 인도로 건너가 비로소 '설탕'으로 탄생되었다. 베어낸 사탕수수를 착즙하여 불순물을 거르고 정제하여 만들어낸 천연설탕 구르(gur)가 만들어졌다. 여전히 설탕을 물에 타서 먹을 정도로 인도인에게 설탕은 삶의 일부이다. 설탕을 밀가루에 버무려 튀기고 그걸 다시 설탕물에 졸인 튀김 설탕과자 잘레비(jalebi)를 비롯하여, 설탕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단과자(스위트)들이 만들어지면 인도인들의 삶 깊숙한 곳으로 파고들었다.

인도의 설탕은 바클라바(baklava), 로쿰(lokum)으로 대표되는 스위트의 천국 터키를 지나 유럽으로 갔다. 하지만 처음부터 설탕이 모두에게 넉넉한 것은 아니었다. 유럽으로 간 설탕은 왕실과 귀족들에게 허용된 '귀한 식재료'였다. 우리나라에도 소개된,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비싼 스위트인 마카롱의 경우, 명품으로 대접받는 프랑스의 피에르 메스메 중 주문제작 상품은 약 7천 달러(778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지난 수천 년간 인류에게 설탕은 고급 식재료였다. 많은 사람들에게 설탕은 익숙한 맛이 아니었다. 오죽했으면 몇십 년 전 설탕이 선물이 되었을까. 그러나 줄리엣 비노쉬 주연의 영화 <초콜릿>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단맛을 맛본 사람들은 이에 탐닉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산업의 발달은 설탕의 대량생산을 가능케 했다. 2017년 기준 전 세계 설탕 소비량은 1억 7천만 톤이다. 이는 1800년대에 비해 24배나 증가한 양이다. 무엇보다 오늘날 단맛으로 인한 각종 사회적 질병의 문제는 급격하게 증가한 설탕 소비에 1차적으로 기인한다.

가공된 단맛 액상과당, 각종 대사질환의 주범

MBC 스페셜 ‘당신, 독을 먹고 있나요?’ 편

우리가 즐겨 먹는 아이스크림, 음료수 등의 단맛. 하지만 이건 설탕이 아니다. 1967년 일본에서 개발되어 1975년 미국에서 대중화된 '액상과당'이 그 주인공이다. 액상과당은 사탕수수에서 추출된 자연의 단맛이 아니라,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단맛이다. 포도당으로 이루어진 옥수수 전분에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과당을 첨가하여 만들어진 고과당 옥수수시럽이다. 액상과당은 설탕보다 물에 잘 녹아 가공하기가 쉽고, 저렴하여 단맛의 대량 소비에 가속화를 붙였다.

우리가 먹는 설탕은 포도당으로 전환되어 간에서 분해되고 남은 건 온몸에 에너지로 쓰인다. 반면에 과당은 간에 축적되는데, 이는 '과잉축적'을 부른다. 이로 인해 지방간이 발생하고,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도가 높아지며 당뇨 발병률을 높인다.

거대아로 태어난 존. 하지만 엄마는 따로 식이요법을 하는 대신 또래 아이들처럼 빵, 케이크, 음료수 등을 먹이며 키웠다. 그 결과 결국 2017년 소아당뇨 판정을 받았다. 혼자 신발끈조차 묶기 힘들어진 상황, 치료조차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존은 식이요법을 시작했다. 그간 즐겨 먹었던 가공된 단맛을 가진 음식 대신 하루 5종류 이상의 과일로 단맛을 대체했으며, 1시간 여의 운동을 하고, 군것질을 부른 TV시청을 하루 2시간 이하로 줄였다. 각종 음료수 대신 물을 자주 마셨다. 그것만으로도 존은 무려 18kg을 감량할 수 있었다.

제로 칼로리 음료, 노슈가 음료의 함정

과당만이 문제일까? 실험실에서 탄생한 단맛은 또 있다. 살이 찌지 않고 싶지만 단맛을 포기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탄생한 '노 슈가, 제로 칼로리 음료', 이 역시 단맛으로 인한 각종 질환의 주범이다.

설탕과 제로 칼로리의 인공감미료를 먹인 실험실 쥐. 실험 결과 제로 칼로리 단맛을 복용한 쥐는 놀랍게도 비만쥐가 되었다. 그 원인은 호르몬이다. 일반 설탕을 먹었을 때 우리 몸에서는 포만감과 함께 식욕억제 호르몬인 GLPI가 배출된다. 하지만, 칼로리가 없는 인공감미료의 경우 이 식욕억제 호르몬이 나오지 않아 계속 먹게 되는 것이다. 결국 단맛에 대한 과학의 잔꾀가 현대인의 각종 질환의 주범이 되었다. 편리함과 싼 가격, 쉽게 부패되지 않는 대량생산된 인공적 단맛이 우리의 건강을 급격하게 무너뜨리고 있는 중이다.

중독된 단맛의 대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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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심장병학회는 어린이의 경우 하루 당 허용량을 25g으로 제한했다. 하지만 각종 음식에 들어간 인공적인 단맛들로 인해 이 규정을 지키기는 어려워졌다. 이에 '법'적인 해결을 미국의 버클리 주는 도모했다. 인공감미료, 액상과당 등에 세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2015년부터 시행했다. 이런 법적제재 조치만으로도 25% 정도의 감소 효과를 나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매일 매일 자신이 먹는 단맛의 칼로리를 계산해보며 권장량과의 차이를 스스로 점검해 보는 방식을 권장한다.

인류에게 있어 단맛은 최고의 행복을 상징하는 맛이다. 하지만 어느덧 그 ‘감미로운' 행복은 인류에게 독이 되었다. 전문가들은 제안한다. 당신 몸이 받아들일 수 있는 ’진짜 단맛‘을 찾으라고. 다큐는 보리싹으로 만들어진 엿기름을 발효시키고 오랜 시간 끓여 만든 천연 당의 갱엿을 그 예로 제시한다.

새삼스럽지 않은 단맛의 경고, <MBC 스페셜>은 그 일률적인 단맛의 병폐를 액상과당과 인공 감미료를 등장시켜 보다 구체적으로 접근하고자 하였다. 물론 거기엔 전제되어야 할 것은 그럼에도 과잉 섭취된 단맛에의 ‘중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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