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사가 대학을 소유하고 병원을 관리하는 이유는 뭘까? 궁금했던 이들은 해답을 들었을 것이다. 오래 전부터 논란이 되어왔던 일이고, 실제 영리 병원이 설립 초기까지 이어지기도 했었다.

구 사장 궁지로 몬 조 회장;
영리병원 추진하는 화정그룹과 막으려는 사람들, 마지막 대결 결과는?

주 교수와 진우가 사장실을 찾아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하는 상황에 사라졌던 오 원장이 등장했다. 습격을 받은 후 병원에도 나오지 않던 오 원장이 다시 돌아왔다. 궁지에 몰릴 수밖에 없었던 오 원장을 챙긴 것은 구 사장이었다. 재벌가의 악랄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욱 하는 성격에 거칠기만 하던 오 원장은 위기 상황에 잘 어울린다. 오 원장의 복귀는 미로에 빠진 듯 방법을 찾지 못하던 의사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처럼 다가왔다. 물론 구 사장은 그런 오 원장이 불안하기만 하다.

구 사장이 4명에게 직위해제를 명한 것은 그들을 구하기 위함이었다. 조남형 회장이 어떤 짓을 할 것인지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타인의 생명도 우습게 아는 재벌가의 속성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던 구 사장으로선 이들 4명의 안위가 걱정이었다.

JTBC 월화특별기획드라마 <라이프(Life)>

아들을 기숙학교에 보낸 후 당당하게 병원으로 복귀한 오 원장의 첫 번째 임무는 빼앗긴 자존심을 찾는 것이었다. 병원 출입도 할 수 없게 만든 주 교수와 진우, 노을을 위해 구조실을 찾은 오 원장은 당당했다. 비아냥거리는 구조실장을 벽에 몰아붙이고 협박을 한 것이 너냐고 묻는 오 원장은 거침이 없었다.

오 원장은 구조실장에게 오히려 협박을 했다. 자신은 완벽하게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그리고 아들이 어디에 다니는지 알고 있다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맞서 구조실장을 당혹스럽게 만들 정도였다. 위법을 일상으로 품은 자들에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오 원장은 잘 알고 있었다.

조남형 회장은 분노했다.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 불만이다. 자신이 키워 자기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개였으면 좋았을 텐데, 아버지 사람이었던 구 사장은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그리고 조 회장은 구 사장에게 콤플렉스까지 가지고 있었다. 자신보다 뛰어나 회장의 숨겨둔 자식이 아니냐는 말까지 들었기 때문이다.

빈틈이 보였다. 구 사장이 병원에서 상황을 압도하지 못하고 있음을 감지했다. 피도 눈물도 없이 악랄하게 오직 이익을 위해 뛰어야 할 야전 사령관이 빈틈이 보인다고 판단되는 순간 조 회장은 그를 제거하려는 음모를 꾸몄다. 아무리 회장이라도 이유 없이 사장을 쫓아낼 수는 없다. 명분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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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에 올리는 뉴스를 사전에 보고 받은 조 회장의 모습에서 우리의 현실을 바라보게 한다. 뉴스를 골라 입맛대로 배치하는 여론 호도하는 장이 되어버린 포털 사이트. 그런 포털을 자신이 요구하는 대로 움직이는 재벌가의 행태가 <라이프>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세 명이 모였다.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 듯한 구 사장과 오 원장, 그리고 새로운 부원장이 된 주 교수까지 이들 셋이 함께 점심을 먹는 모습은 이상하면서도 잘 어울렸다. 마치 오래된 친구들처럼 뜬금없어 보이는 이야기들을 나누는 그들이지만 고민은 크고 복잡하다.

오 원장은 구 사장을 완벽하게 파악했다. 자신이 궁지에 몰렸을 때 가장 먼저 달려와 보호하고 방법을 알려준 이가 구 사장이었다. 상국대학병원을 영리병원으로 만들겠다는 구 사장의 발표가 그의 생각이 아닌 조 회장의 지시일 것이란 사실을 오 원장은 알고 있었다. 구 사장이 그럴 사람은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편이기를 바랐지만 그렇지 못한 세 사람은 서로 열심히 싸우자는 이야기를 동상이몽처럼 한다. "옛날 사람들만 순진한 건 아니다"라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그때는 몰랐다. 그리고 구 사장이 "저도 싸울 겁니다"라는 말의 의미도 식사 자리에서는 흘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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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를 방문한 조 회장이 기자들 앞에서 쇼를 하며 구 사장을 궁지로 모는 인터뷰. 그 속에 가장 중요한 영리 병원을 중단하겠다는 말은 없다. 그저 실행되고 있던 상업적인 방식의 운영만 그만두겠다며 대중을 속이는 조 회장의 행태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그 안에 "옛날 사람들만 순진한 건 아니다"가 담겨 있었다.

의사들은 조 회장의 극단적 행태에 분노했고,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일 수 없음을 그들은 몰랐다. 그런 방식으로 살아왔던 재벌가 회장들의 행태를 너무 잘 알고 있던 구 사장이 보기에 의사들의 모습은 순진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

화정그룹에서 집회 신고를 해서 유령 시위를 위해 회사 사람들을 병원 앞에 상주시켰다. 간호사들의 시위를 원천봉쇄한 것이다. 이 모든 것이 구 사장의 지시라 생각한 그들과 달리, 구 사장은 이미 조 회장에 의해 완전히 조롱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다.

의심을 품었던 진우는 알게 되었다. 병원 앞에 있던 화정 직원들이 구 사장을 회피하는 모습과 황당해 하는 시선 속에 이 모든 상황을 누가 지휘하는지 깨달았다. 주 교수가 구 사장이 말한 "나도 싸울 겁니다"가 어떤 의미인지 진우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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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패는 던져졌다. 화정그룹 조 회장은 구 사장을 내치기 위해 극단적인 영리 병원 이슈를 발표하게 만들었다. 복지부와 손잡고 영리 병원을 설립하기 위해 간 보기 발표를 구 사장에 시키고, 여론이 좋지 않자 책임을 구 사장에 지우고 내치는 방식이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고 조 회장은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게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모른 채 말이다.

사는 것이 전쟁과 같은 일상 속에서도 사랑은 한다. 치열한 전투가 이어지는 전쟁 속에서도 사랑은 피어나기 마련이다. 그게 인간의 속성이니 말이다. 구 사장은 이노을을 좋아한다. 노을도 승효를 좋아하지만 그 감정을 뭐라고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노을이 흐트러진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승효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그리고 노을에게 운전기사를 붙인 것은 자신을 사찰하기 위함이 아닌 보호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노을 역시 깨달을 것이다. 그게 사랑이라는 것을 말이다.

구 사장은 그저 구 사장이다. 그가 변한 것은 없다. 다만, 상황 속에서 많은 것들을 알게 되며 구 사장 스스로 판단의 기준을 새롭게 세우기 시작했다. 자신이 바라보던 세상과 다른 모습을 바라보며 변화하는 것은 그저 노을에 반한 남자의 엉뚱한 선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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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는 서현에게 아무에게도 말 하지 못한 비밀을 털어 놓았다. 이미 서로 사랑하는 감정이 있음을 알고 있던 두 사람. 진우가 찾아오자 마지막으로 외모를 확인하는 서현의 모습 속에 모든 감정이 다 담겨 있었다. 키스라는 단어를 꺼내고 자연스럽게 그 과정으로 넘어가려는 그들은 사랑이다.

중요한 순간에도 자리하고 있는 동생의 환영. 오랜 트라우마로 인해 자신의 곁에 남겨둔 아프지 않은 동생 선우. 그 사실은 이젠 고인이 된 이 원장만 알고 있는 비밀이었다. 그 비밀을 진우는 서현에게 털어놓았다. 대단한 용기이자 사랑의 힘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가장 중요한 비밀을 털어 놓았다. 두려움도 컸지만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한 행동이다.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서현이 보낸 톡이 진우를 들뜨게 만들었다. 동생 한 번 보자는 말은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들의 사랑은 그렇게 완성형으로 향해 가고 있다.

병원을 배경으로 이렇게 흥미롭고 재미있게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더욱 단순한 의사와 환자, 그리고 사랑이라는 세 가지 고리가 아닌 병원 시스템과 대한민국의 의료 문제들을 농축적으로 담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라이프>는 그런 일을 해냈다. 마지막 한 회를 남긴 <라이프>는 과연 어떤 이야기를 시청자들에게 들려줄지 궁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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