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8~20일까지 평양에서 진행될 예정인 남북정상회담에 여야 대표와 국회의장의 동행을 요청했다.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환영 의사를 표명했지만, 보수야당은 이 제안을 거절했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과거 4·27 남북정상회담 때와는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정상회담 만찬 자리에 자신들을 부르지 않은 것에 대해 '야당 무시'라며 반발한 바 있다. 그때는 '무시'고 이제와서는 동행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오른쪽)와 신보라 의원. (연합뉴스)

10일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초청을 거부했다. 자유한국당은 신보라 원내대변인 논평을 통해 "북핵 문제에 대한 입장이 서로 다른 상황에서 제1야당의 대표가 방북에 동행한다면, 정상회담의 의제와 대북 대응 입장이 충분히 사전 조율돼야 한다"며 "또 이번 방북에서 야당 대표의 역할은 무엇인지 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그런 사전 설명이나, 의제 조율도 없이, 정상회담이 일주일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정상회담 동행은 적절하지 않다"며 "중요한 사안일수록 협상과 대화의 주체는 단순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동행에 신경쓰기보다 북핵 폐기를 위해 김정은 위원장에게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낼지 더 고민해주길 바란다"며 "자유한국당은 이번 동행요청을 사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불과 4개월여 전 자유한국당의 입장은 달랐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회담 후 이어진 만찬에 자신들을 초대하지 않았다며 "입법부를 대놓고 무시했다"고 비난했다.

지난 4월 28일 자유한국당은 신보라 원내대변인 논평을 통해 "어제 남북정상회담 만찬장을 보고 갸우뚱하는 국민들이 많았다"며 "집권당 대표와 원내대표만을 회담 당일 콕 집어 은밀히 초대해놓고, 야당 대표들에게는 초청연락이나 초대도 일절 없이 만찬에 임한 것이다. 이는 대의의 전당이자 여야가 견제와 균형의 역할을 하는 국회를 청와대와 대통령이 대놓고 무시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은 "어젯밤 만찬장에는 추미애 민주당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 그리고 친여성향의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만이 정당에서는 유일하게 초대됐다"며 "원래 만찬명단에는 없었지만 회담 아침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만나 초대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자유한국당은 "스스로 청와대가 이번 회담결과를 국회와도 함께 하겠다고 했으면서 정작 회담 만찬장에 여당 대표와 원내대표만을 공식 초대하는 것은 무슨 작태인가"라며 "다분히 입법부를 무시하고 내편만 챙긴 의도한 초대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국회는 엄연히 국민이 대표로 선출한 여야가 함께 공존하는 공간"이라며 "만찬장에서 정당과 의회를 대표하는 정치인들과 함께 회담을 기념하고 그 결과를 공유하려 했었다면, 응당 국회의장을 비롯한 여야 대표를 공식적으로 초청했어야 옳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하지만 회담만찬을 국회도 함께 하는 의미 있는 자리로 만들겠다는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며 "나의 측근, 내 정치인, 내 편들만을 위한 자리로만 즐기겠다는 계획이었기에 가능한 모습이었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은 "이런 청와대의 태도만 보더라도 국정운영의 파트너로서 야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이는데, 어떻게 국회와 회담결과에 대해 향후 논의를 진중하고 신뢰적으로 이루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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