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을 수사 중인 검찰이 법원행정처 예산 전용 문제에 수사력을 기울이고 있다. 검찰은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의 입장을 대변하는 기사를 보도하는 대가로 특정 언론사에 많은 구독료를 집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은 지난 2016년 법원행정처가 박한철 당시 헌법재판소장을 비판하는 기사를 작성해 한 언론사에 제공한 사실을 파악하고 경위를 수사 중이다. 당시 박 소장은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지 못한 대법원장이 헌법재판관 3명을 지명하는 것은 헌법재판관의 민주적 정당성을 희석시키는 일"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양승태 대법원장. (연합뉴스)

검찰은 2016년 3월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00신문 기사 초안'이라는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건은 당시 고영한 대법관이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지시하고, 심의관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문건에는 당시 박한철 소장의 발언을 비판하는 기사체의 문건이 담겨있고, 이 글은 언론사에 건네진 후 별 다른 수정 없이 지면 기사로 보도됐다고 한다. 검찰은 문건을 작성한 법원행정처 소속 심의관 등으로부터 관련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의 보도를 한 'OO신문'에 대해 법조계 출입 기자들은 법률신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법률신문의 관련 기사를 보면 수긍할 대목이 적지 않다. 법률신문은 법조계를 전문적으로 취재하는 주간지로 지난 2016년 3월 25일 <박한철 헌재소장, 거침없는 발언에 법조계 '술렁'> 기사를 게재해 박한철 전 소장의 발언을 비판한 바 있다. 당시 법률신문은 "대법원을 겨냥한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의 거침없는 발언에 법조계가 술렁이고 있다"며 "특히 자존감을 구긴 일선 법원 판사들이 부글부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는 법조계가 박한철 전 소장의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반응의 익명 인터뷰가 등장했다. 법률신문은 익명의 부장판사의 발언이라며 "양승태 대법원장이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과 달리 박 소장은 헌재의 우월성을 강조하며 대법원을 무차별 공격했다"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보도했다.

또한 법률신문은 다른 부장판사의 발언이라며 "사석에서나 할 법한 이야기인데, 공식석상에서 공개적으로 한 것은 너무 경솔해 보인다"며 "만약 재판소원을 허용하면 헌재는 마비될 것"이라고도 보도했다. 그러나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박한철 전 소장을 비난한 인터뷰이는 검찰 수사 결과 법원행정처가 꾸며낸 가공의 인물로 드러났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문제의 해당 기사가 보도된 후 법원행정처가 '00신문'에 기존 계획에 잡혀있지 않던 구독료를 지급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행정처는 2016년 해당 언론사에 구독료 명목으로 7000만 원 가량의 예산을 집행했고, 지난해에도 1억3000만 원대의 예산을 투입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기사 작성자로 이름을 올린 기자는 '그런 기사를 작성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대필의혹으로 해석되고 있다.

미디어스는 법률신문의 입장을 듣고자 3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편집국장 등 책임자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법률신문 관계자는 "말씀을 전달을 드렸는데, 회의도 길어지고 해서 (답변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조선일보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 7월 31일 양승태 사법농단 특별조사단이 공개한 문건 가운데 제목에 조선일보가 포함된 문건만 9건에 달했다.

지난 2015년 4월 작성된 법원행정처 문건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상고법원 설치에 유리한 결과가 나오도록 설문조사를 벌이고 이 결과를 조선일보에 제공할 계획을 세운 문건을 작성했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조선일보에 상고법원 관련 광고 등을 게재하면서, 광고비에 설문조사 실시 대금을 포함해 지급하는 방안 등을 검토했다. 일반재판운영지원 일반수용비 중 사법부 공보홍보 활동지원 세목으로 9억9900만 원을 편성한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검토했다. 검찰은 이 같은 예산집행이 실제로 이뤄졌는지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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