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북한이 정권수립 70주년을 기념하는 9·9절 행사를 열었다. 이번 행사에서 북한은 ICBM을 등장시키지 않았는데, 한반도 대화 국면에서 미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의도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보수언론은 대북제재를 늦춰선 안 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10일자 중앙일보 사설.

10일자 중앙일보는 <ICBM 뺀 열병식만으론 안 된다> 사설에서 "어제 열린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 행사에서 관심을 모았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등장하지 않은 건 다행한 일"이라며 "9·9절을 다룬 노동신문조차 버릇처럼 쏟아내던 미국에 대한 공격을 자제했다. 북핵 협상을 의식해 미국 등 국제사회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고 썼다.

중앙일보는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낸 사실과 중국이 서열 3위 리잔수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을 북한에 보내 면을 세워준 점을 거론하며, "마이클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돌연한 방북 취소로 싸늘해진 한반도 상황에 돌연 온기가 감도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중앙일보는 대북제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하지만 북한과 우리 정부 모두 명심해야 할 대목은 이런 유화 제스처만으로는 대북 제재를 늦출 수 없다는 사실"이라며 "숱하게 지적했듯 북한은 핵·미사일 실험장 폐쇄만 했을뿐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는 한 톨도 취하지 않았다. 우리를 겨눈 핵미사일 위협은 전혀 줄지 않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10일자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열병식 수위 낮추고 4번째 친서 보내 美에 손짓한 김정은> 사설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 전달 사실을 전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생큐! 김 위원장'이라고 반색하며 북핵 문제를 다시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미 언론의 지적처럼 정치적 위기를 '김정은 카드'로 돌파하려는 의도일 수 있지만 어쨌든 비핵화 교착 국면이 활로를 찾게 된다면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동아일보는 대북제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어제 열병식에 김정은이 고대했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참석이 성사되지 못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압박을 가한 데 따른 것"이라며 "북한이 비핵화 이행 궤도에서 이탈하지 못하도록 하려면 비핵화 없이는 제재와 고립의 그물을 영원히 벗어날 수 없음을 뼈저리게 인식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0일자 한겨레 사설.

대북제재를 강조한 보수언론과 달리 한겨레는 종전선언과 비핵화 초기 조처의 교환을 주문했다. 한겨레는 <북-미 '친서외교' 재개, 폼페이오 조기 방북 기대한다> 사설에서 "북-미 정상의 편지 외교는 매번 위기에 빠진 협상을 제자리로 돌리는 데 지렛대 구실을 했다. 그런 만큼, 몇달째 헛바퀴만 굴리는 비핵화 협상이 이번 친서로 반전의 계기를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한겨레는 "북한이 9·9절 열병식을 예년과 같은 수준으로 진행한 것도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좋은 신호라고 할 수 있다"며 "비핵화 시간표 표명에 이어 친서 발송과 절제된 열병식은 모두 북한이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이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행동으로 답할 차례"라며 "가장 필요한 것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을 조속히 재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는 "김 위원장이 '비핵화 실현 시간표'를 이미 제시한 만큼, 미국이 마음만 먹는다면 종전선언과 비핵화 초기 조처를 교환하는 조건을 마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10일자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미국의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했다. 경향신문은 <ICBM 없는 북 9·9절 열병식, 미국은 기다리기만 할 건가> 사설에서 "북·미가 다시 대좌할 환경이 최적화됐다고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라며 "특사단 방북과 9·9절 열병식에서 드러난 북한의 대화 의지를 미국은 전향적으로 수용해 북·미 협상에 적극 나설 것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양측이 비핵화 협상을 진전시킬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창의적인 대안이 나올 수 있다"며 "문재인 정부도 협상 재개를 위해 각고의 노력에 나서줄 것을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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