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충청북도 옥천군은 언론의 도시다. 김규홍(한중합작 잡지 향강 발행)·조동호(상해임시정부 기관지 독립신문 창간)·정지용(경향신문 주필 역임)·송건호(한겨레 초대 사장) 등 언론계에 한 획을 그은 언론인이 배출됐으며, 안티조선운동의 성지였다.

한국에서 유일한 언론문화제가 개최되는 곳이기도 하다. 매해 신문의 날(4월 7일)과 방송의 날(9월 1일)에 관련 행사가 열리지만 순수한 의미에서의 언론 축제로 보긴 힘들다. 지역·소속 매체와 상관없이 모든 언론인이 화합할 수 있는 행사는 옥천 언론문화제가 유일하다.

오는 7~8일, 옥천군에선 ‘2018 청암 송건호 언론문화제’가 개최된다. 오한흥 언론문화제 조직위원장(옥천신문 대표)은 “7년 만에 열리는 문화제”라며 “이번 문화제를 시작으로 옥천을 언론특화도시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오한흥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충청북도 옥천군에는 옥천군 출신 언론인 벽화가 자주 보인다 (사진=미디어스)

Q. 옥천군에서 언론문화제가 열린 것은 2011년 이후 7년 만이다.

A. 처음에는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옥천에서 언론의 미래를 생각한다’는 취지로 문화제를 열었다. 당시는 안티조선이란 주제가 바탕이었다. 그러다가 2011년을 끝으로 7년간 문화제가 멈췄다. 시대적 환경의 요인이 있었다.

Q. 그만큼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A. 행사를 진행하지 않는 동안 그 불씨가 다 죽은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다시 보니 그 불씨가 여전히 살아 있었다. 이번 언론 문화제는 이전에 옥천에서 열렸던 언론 축제를 다시 한번 살려보자는 취지다. 옥천에서 걸출한 언론인이 많이 배출됐는데 이 맥을 이어서 언론 대안 운동으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Q. 문화제를 개최할 때 예산 확보가 필수였을 것 같다

A. 이번에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언론 관련 사업 공모를 했다. 송건호기념사업회가 언론 문화제 공모를 신청했다. 다행히 선정됐고, 문화제를 열 수 있었다. 미미하지만 아직 살아 있는 옥천의 정신을 계승할 수 있을 것이다.

Q. 한국에서 언론 관련 행사는 옥천 언론문화제가 유일하다.

A. 맞다. 지금 언론을 소재로 한 축제는 작은 축구·야구·족구 대회가 전부다. 축제가 없다. 앞으로는 옥천 언론 문화제와 비슷한 방향의 축제가 자주 열려야 한다. 우리도 지속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번 문화제는 그 시작이다. 축제 앞에 ‘2018’이 붙은 이유는 2019년, 2020년에도 계속 이어가겠다는 뜻이다.

Q. 언론문화제가 계속 열린다면 옥천군은 어떻게 변할까

A. 언론의 도시가 되었으면 한다. 옥천이 언론인, 언론지망생에게 꼭 한번 가 보고 싶어 하는 도시가 되었으면 한다. 그러려면 언론 특화 도시가 되어야 하고, 언론기념관 등도 만들어져야 한다. 한국 언론을 있게 만든 선생님들의 기념관이나 관련 자료를 가지고 있는 그런 기념관 말이다. 이번 축제가 그 시작이다.

▲2018 청암 송건호 언론문화제 일정표 (사진=송건호기념사업회 제공)

Q. 한국 언론의 신뢰도는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해법이 있을까

A. 모든 사람은 언론이다. 주민들이 나누는 담소도 언론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일부 주민이 왜곡된 정보를 유통하고, 그 소문이 마을에 퍼진다면 어떻게 될까. 공동체가 붕괴할 것이다.

지금 한국 언론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언론이 건강하지 못하다. 특히 조선일보로 대표되는 언론의 프레임 설정은 큰 문제가 된다. 이들은 한국 사회와 시민을 바꾸려 든다. 언론과 사회가 그들을 따라간다면 공동체가 붕괴할 것이다.

Q. 이번 행사를 가고 싶지만 망설이고 있는 언론인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A. ‘기레기’ 소리를 극복하려면 옥천으로 와야 한다. 그동안 언론인 간의 취재 경쟁은 많았지만, 함께 공유하는 고민을 나누는 여유가 없다. 옥천이라는 한적한 공간에 모여 마음을 정화하고,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다. 그러는 과정에서 언론인으로서의 성찰과 성장이 있을 것이다.

옥천이 거리상으로 가깝진 않다. 하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사건이 있고 소재가 있으면 현장에 가야 하는 것이 언론인의 숙명이다. 옥천이 그렇다. 옥천 언론 문화제에서 모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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