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군 면제를 받았다. 군 면제와 관련해 국내만이 아니라 해외에서 이토록 큰 관심을 보인 것은 유례가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손흥민이 차지하고 있는 위상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선수로서 한창 성장하고 있는 그가 합법적 방식으로 군 면제를 받았다는 점에서 모두가 행복해 하고 있다.

손흥민은 되고 진은 안 된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팝 스타들의 기록과 같아진 방탄소년단

아시안게임이 치러지는 동안 전 국민이 오직 손흥민의 군 면제를 바라는 듯한 모양새가 되었다. 영국 현지에서도 국내 못지않게 손흥민의 군 면제 가능성에 대한 언급이 이어졌다. 말레이시아 전 패배 직후 영국 언론은 손흥민의 미래를 걱정하는 기사까지 나올 정도로 민감하게 대응했다.

국내와 해외에서 손흥민에게 이렇게 관심을 가지는 것은 그만큼 그의 존재감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손흥민이 불러온 군 면제 문제는 결국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하게 되었다. 같은 스포츠 스타이지만 몇몇 야구 선수들의 병역 혜택에 대한 국민들의 저항감은 크다.

1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2-1로 승리하고 우승을 차지한 U-23 축구대표팀 손흥민이 태극기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축구와 야구는 국내에서 가장 인기 스포츠다. 그리고 아시아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유사하다. 그럼에도 군 면제와 관련해 온도 차가 이렇게 극심하게 나는 이유는 뭘까?

선수 선발 과정의 불투명성과 실제 경기에서 우려가 현실이 되며 비난은 더욱 강력해질 수밖에 없었다. 오죽했으면 우승 가능성이 가장 높은 야구 대표팀에게 은메달을 바란다는 말까지 나왔을까. 다른 참가국들과 차원이 다르게 프로 선수들을 출전시키며 리그 중단까지 한 야구 대표팀은 금메달로 목표 달성은 했지만 국민적 저항은 여전하다.

오지환 선수에 대한 비난 여론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선동렬 감독은 군 면제를 위한 선택이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이들 선수를 기용했다. 그러면 최소한 다른 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했지만, 이들은 경기 후반 몇 차례 교체 선수로 나온 것이 전부였다.

군복무는 대한민국 남자로 태어나면 의무적으로 행해야 하는 일이다. 물론 이에 반하는 자들은 분명 존재한다. 여의도에 가면 군대에 가지 않은 자들이 군에 대해 언급하는 진풍경을 보게 된다.

1일 오후 (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결승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3-0으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한 한국 오지환(오른쪽)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 Ⓒ연합뉴스

박정희가 시작하고, 전두환이 확장한 스포츠 스타에 대한 군 면제는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대한민국이라는 특수성이 만든 군 면제는 분명 대단한 당근 역할을 한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군에 가지 않고 자신이 하는 일을 하게 되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크기 때문이다.

문제는 왜 스포츠와 클래식을 전공하는 이에게만 한정적으로 군 면제를 주는지 이해하기 어렵단 점이다. 두루뭉술하게 '국익'에 혁혁한 공헌을 한 이들에게 군 면제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법령은 모호할 수밖에 없다.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으며 다양한 꼼수도 가능한 상황이니 말이다.

병역 특례 제도는 국위 선양과 문화창달에 기여한 예술·체육 특기자에게 군 대신 예술·체육요원으로 복무하게 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현행 병역법에 따르면 올림픽 3위 이상 입상자,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 국제예술경연대회 2위 이상 입상자, 국내예술경연대회 1위 입상자 등은 공익근무 요원으로 편입된다고 나온다.

고전음악 콩쿠르에서 1등 하면 병역 특례가 가능하다. 클래식은 가능하지만 대중음악은 그런 혜택 자체가 없다. 왜 그런 것일까? 고전 음악과 대중음악에 대한 차별이 만든 결과다.

방탄소년단은 올해 '빌보드 200'에서 두 차례나 1위를 달성했다. 역사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1년도 안 되어 발매한 두 장의 앨범이 모두 '빌보드 200'에 1위를 차지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전 세계 음악의 중심이라는 미국에서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대단할 수밖에 없다.

방탄소년단(사진제공=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대한민국 대중음악 사상 처음으로 빌보드 1위를 차지한 이들도 방탄소년단이었다. 그 역사적인 기록을 스스로 경신하고 새롭게 써내려 간 이도 방탄소년단이다. 싱글 차트에서 싸이가 올린 기록이 가장 높기는 하지만 그도 1위를 해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 어려운 일을 방탄소년단은 해냈다.

'LOVE YOURSELF 結 'Answer''는 발매 후 '빌보드 200' 1위에 올랐다. 'Love Yourself: 轉 'Tear''로 대한민국 가수 중 최초로 '빌보드 200' 차트 1위를 한 지 불과 3개월 만이다. 더 대단한 것은 방탄소년단의 지난 앨범들인 'LOVE YOURSELF 承 'Her''와 'Love Yourself: 轉 'Tear''로 각각 44주와 14주째 '빌보드 200'에 존재한단 점이다.

어쩌다 1위를 할 수도 있다. 그럴 가능성조차 거의 없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니 말이다. 하지만 차트 인 상황에서 44주나 되는 동안 남아 있다는 것은 운으로 만들 수 없는 결과다. 그런 점에서 방탄소년단은 우리시대 가장 위대한 대중음악인 중 하나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방탄소년단과 한국 음악계에만 중요한 일이 아니라 2010년대 팝 음악계 전체에 의미 있는 일이다. 한 그룹이 12개월 안에 '빌보드 200' 1위를 두 번 한 것은 2014년 영국 그룹 '원 디렉션' 이후 처음이다"

미국 포브스 보도를 보면 방탄소년단이 얼마나 대단한지 다시 확인하게 해준다. BTS의 기록을 분석하며 그들은 단순히 방탄소년단과 한국 음악계에만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2014년 '원 디렉션' 이후 1년 이내에 두 개의 앨범으로 '빌보드 200' 1위를 한 그룹이라는 점은 대단한 일이란 평가다.

엘비스 프레슬리, 프랭크 시나트라, 비틀즈, 레드 제플린 등 전설적인 이들과 방탄소년단이 어깨를 나란히 했다고 한다면 여전히 부정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현재 성취하고 있는 기록들은 전설적인 팝스타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단 점에서 방탄소년단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대단한 존재이다.

그룹 방탄소년단이 18일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더 윙스 투어 인 서울'(THE WINGS TOUR in Seoul) 콘서트를 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이번 고척 스카이돔 콘서트를 시작으로 총 9개국 11개 도시에서 19차례 공연을 펼치며 월드 투어에 나선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 연합뉴스]

서울에서 시작된 BTS의 월드 투어는 내년 2월까지 이어진다. 이미 79만 장의 티켓이 매진된 상태다. 티켓 구매가 말 그대로 전쟁일 정도로 BTS 공연 티켓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은 유튜브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횟수를 늘려 달라는 현지 팬들의 요구가 빗발칠 정도로 방탄소년단의 존재감은 세계적이다.

그저 말 뿐인 월드 투어가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월드 투어를 시작한 BTS는 왜 병역 특례를 받을 수 없는 것일까? 스포츠 스타들과 고전음악 콩쿠르 1위에게만 병역 특례 혜택을 주는 것은 부당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대중적인 파급력과 인지도를 생각해보면 BTS가 그 어떤 이들보다 ‘국위선양’을 하고 있는 중이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며 합법적으로 병역 의무를 다한 손흥민. 그와 동갑인 방탄소년단의 진은 전혀 다른 상황에 처해 있다. 손흥민은 군 면제를 받았지만 동갑내기 진은 군 입대를 해야 할 상황이다. 병역 특례제도의 형평성은 어디에 있는지 그래서 많은 이들이 다시 묻고 있는 중이다.

방탄소년단이 만든 기록을 보면 병역 특례를 몇 차례나 줘도 부족할 정도다. 그들만큼 국위선양을 제대로 하고 있는 이들이 누구인지 따져 묻고 싶으니 말이다. BTS의 진을 시작으로 대중음악에서 혁혁한 공헌을 한 이들에게도 병역 특례를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제는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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