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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스페셜’- 잠이 사치인 시대, 과학은 과연 우리를 꿀잠으로 인도할 수 있을까?[미디어비평] 톺아보기
meditator | 승인 2018.09.03 17:28

인생의 1/3에 해당하는 시간에 소요되는 잠, 길지도 않은 인생에 잠자는 시간이 너무도 아깝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아마도 인생의 어떤 시기에서 이런 생각을 안 해본 사람이 있을까? 다큐에 나온 고3 수험생은 계산한다. 하루에 한 시간, 그게 24일 모이면 하루, 내가 자는 그 시간 누군가가 깨어서 공부를 한다는 게 두렵다고. 그 예전 이른바 ‘4당5락’이라 불리던 입시 괴담의 2018년 버전이리라. 

그런데 입시만 끝나면 잠을 실컷 잘 수 있다던 로망은 이 시대에 불가능한 꿈이 되었다.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의 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 49분으로 꼴찌. 그런데 이 평균 수면시간에 대한 대다수의 사람들의 생각은 '세상에 7시간이나 잔다고?'가 아닐까? 직장인 10명 중 8명이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 내일의 더 나은 삶을 위해 학교에서 직장에서 잠을 포기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7시간은 꿈의 수면시간처럼 보이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그렇게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상황이 이어지며 이제는 잠자는 시간조차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잠이 사치가 된 세상에서 막상 잠을 자려 해도 숙면을 취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 된 것이다. <SBS 스페셜> ‘다시 쓰는 불면 일기’를 기획한 작가 최성욱 씨는 늘 졸음에 시달린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은 그를 포근한 잠자리 대신, 자판 위의 끄덕이는 졸음으로 대신하게 하고, 정작 잠을 자려 해도 쉽게 들지 않고 잠을 자도 개운치 않다. 

잠보다 무서운 수면장애 

SBS 스페셜 ‘다시 쓰는 불면 일기, 잠은 죽어서 자나?!’ 편

이렇게 잠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직장인 오지용 씨는 늘 졸리다. 운전 중에도 졸음과의 전쟁을 벌이는 그, 하루 7시간 정도 자는데도 그는 졸리다. 숙면을 취하기 위해 운동까지 하지만, 그의 수면과의 전쟁은 쉬이 나아지지 않는다. 

늘 졸리기야 방송국 피디만 한 사람이 있을까? 오학준 피디는 자타공인 ‘잠보’다. 하지만, 그의 일상은 미래를 위해 잠을 강탈해야 하는 처지, 밤을 새워 겨우 작업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잠자는 시간이 아까워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을 한다. 그래서일까. 그는 '단기 기억상실증'을 우려할 정도로 현격한 기억력 감퇴에 시달린다. 

5번째 수능을 준비하고 있는 조하영 씨는 겨우 잠자리에 들어서도 불면의 밤을 보낸다. 잠을 줄여 공부에 보탠 시간은 그녀에게 수능 성적으로 보상을 해왔었다. 그게 습관이 되어버린 이제, 잠은 그녀에게서 멀리멀리 달아났다. 

SBS 스페셜 ‘다시 쓰는 불면 일기, 잠은 죽어서 자나?!’ 편

삶에서 잠을 빼앗아 자신의 꿈을 위해 썼던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크건 작건 수면부족부터 수면장애까지, 잠과 관련된 각종 스트레스와 질환에 시달린다. 그래서일까. 어느덧 대한민국에서 잠과 관련된 산업 시장이 2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잠(Sleep)과 경제(Economics)의 합성어인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가 등장했다. 잠이 부족한 직장인들을 위한 수면 카페가 등장하고, 숙면을 위한 각종 상품이 불티나게 팔린다. 목침 하나 궤면 달콤한 낮잠에 빠져들던 옛사람들의 여유는 저리 가고, 침대는 과학에 이어 베개의 과학까지 우리의 지갑을 열도록 만든다. 

이렇게 <SBS 스페셜>은 잠을 줄이도록 강요된 사회에서 결국 수면장애까지 앓게 된 현대인들의 사정을 사례별로 다룬다. 그렇다면 이제 잠을 자고 싶어도 잘 수 없게 된 상황에 대한 해법은 어땠을까? 안타깝게도 시대가 현대인들의 부족한 잠을 해결해 줄 수 없듯이, 다큐의 처방은 또 다른 '침대의 과학'으로 귀결된다. 

과학이 숙면을 인도하리라? 

SBS 스페셜 ‘다시 쓰는 불면 일기, 잠은 죽어서 자나?!’ 편

다큐는 등장했던 사람들을 수면 검사실로 인도한다.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다양한 수면의 내용을 들여다본다. 너무도 잠을 잘 자서 활동명조차도 슬리피가 된 가수 슬리피, 검사 결과 그는 잠을 잘 자는 게 아니었다. 심한 코콜이로 인한 수면 무호흡증과 부정맥, 그것들이 그를 자도 자도 또 잠을 자도록 만들었다는 결론에 이른다. 수면장애를 보이던 출연자들은 대부분 검사 과정에서 잠에 빠져드는 시간이 길었다. 또한 수면 과정 중 깨어나는 각성도 빈번했다. 반면, 하루 4시간만 자도 20시간을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다던, 이른바 ‘나폴레옹 수면법’의 김쌍규 씨는 입면도 쉬웠으며 수면 도중 깨는 각성 없이 깔끔하게 수면의 사이클에 몰입했다. 

사람이 잠을 자는 과정은 총 4단계로 나뉜다고 한다. 그중 1, 2단계는 주변의 소음에 무뎌지면서 잠에 빠져드는 단계다. 대부분 수면장애에서 잠이 드는 데 힘들어 하는 사람들은 이 과정에 문제가 있다. 다음 3단계는 깊은 잠에 빠져드는 단계, 이 과정에서 몸과 뇌가 휴식을 취하며 손상된 세포가 복구되고, 노폐물들을 배출하여 새로운 활동을 할 수 있는 몸의 상태가 된다. 이 단계가 순조롭게 되지 않았을 때 면역성이 저하되어 당뇨와 같은 성인병이나 각종 암, 감염 등에 취약해질 수 있다고 한다. 잠을 자는 도중 자꾸 깨는 경우, 이 3단계의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게 될 가능성이 크다. 

SBS 스페셜 ‘다시 쓰는 불면 일기, 잠은 죽어서 자나?!’ 편

다큐는 김쌍규 씨와 같은 깔끔한 입면과 각성이 없는, 이상적 잠의 상태를 위해 '과학'을 제시한다. 우선 슬리피나 직장인 오지용 씨의 경우에서처럼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수면을 방해하는 수면 무호흡증의 사례를 살펴보고, 작가 최성우 씨 사례의 이갈이 치료법도 소개한다. 더불어 암막커튼과 가습기, 안락하고 적절한 침구 환경을 제시한다. 결국, 슬리포노믹스의 범주이다. 

과연 자본 2조원의 슬리포노믹스는 우리를 수면장애에서 구할 수 있을까. 밤샘 작업이 필요한 방송국의 작업 환경, 다섯 번째 도전해야 하는 수능, 남보다 한 시간 더 자는 게 불안으로 이어지는 고3의 시간, 4시간 자면 개운하다는 사장님 앞에서 조금 더 자는 게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처럼 고개를 숙여야 하는 회사 생활. 과연 이런 현실의 스트레스에도 불구하고, 암막 커튼과 푸근한 침구가 수면장애로부터 구원해 줄 수 있을까? 단지 현대인을 위한 당의정 같은 플라시보 해법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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