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TV조선 간부에 대한 고발장이 접수됐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 등 4인은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하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3일 오전 안진걸 소장, 박석운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기록기념위원회 공동대표, 박진 퇴진행동 기록기념위원회 팀장, 정연우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 공동대표 등 퇴진행동 실무진 4명은 TV조선 정석영 부국장과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했다. 앞서 뉴스타파, 시사저널 등은 정석영 TV조선 경제부장이 2016년 박근혜 게이트 당시 안종범 전 수석과 수차례 연락을 주고 받으며 사건이 커지지 않게 하기 위해 조율을 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관련기사 ▶ TV조선 부국장의 '최순실 게이트' 은폐 의혹)

▲3일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 박석운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기록기념위원회 공동대표, 박진 퇴진행동 기록기념위원회 팀장, 정연우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 공동대표 등 4명이 정석영 TV조선 부국장,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사진=퇴진행동 실무진 제공)

고발인들은 고발장에서 "TV조선 정석영 부국장 등은 2016년 7~8월 TV조선 보도본부 국정농단 사건 취재팀의 취재 및 보도 업무를 조직적으로 계속 방해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진상규명을 바라는 온 국민의 열망을 짓밟는 반사회적 행위였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언론의 기본적인 소명인 권력에 대한 감시와 진실 보도 의무를 저버린 중대한 잘못으로서 형사적으로도 업무방해죄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행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크다"고 지적했다.

고발인들은 "동시에 박근혜 청와대와 안종범 전 정책수석 등이 TV조선 내 취재팀의 취재와 보도를 방해하고, 나아가 TV조선 국정농단 사건 취재기자들의 핵심 취재원이면서 공익적으로 내부제보를 하던 이들의 입을 막으려 했던 과정에서 직권을 남용한 범죄(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공범 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기에, 이를 철저히 수사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고발장에 따르면 정석영 부국장, 안종범 전 수석 외에도 ▲정석영 부국장과 함께 취재 방해에 협조한 성명불상의 TV조선 내부 관계자들 ▲TV조선 펭귄팀의 취재 및 보도 방해 관련 범죄를 인지 또는 보고 받고도 은폐·묵인한 한웅재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장, 노승권 당시 중앙지검 1차장 검사, 이영렬 당시 서울중앙지검장 등을 비롯한 검찰 관계자들도 피고발인 명단에 포함됐다.

지난 7월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정석영 TV조선 부국장은 미르재단의 배후에 최순실, 차은택 씨 등이 있다는 사실을 폭로한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과 안종범 전 수석 사이에서 연락책 역할을 했다. 2016년 7월 미르재단과 안 전 수석 사이의 연결고리가 있다는 TV조선 보도가 나간 직후 정 부국장은 이 씨에게 전화를 걸어, "안종범 수석님은 개입 사실을 부인하고 단지 도와준 것에 불과하다는 입장만 유지하면 아무런 문제도 없을 것"이라는 대답을 들었다. 정 부국장은 이를 안 전 수석에게 전달했다.

▲뉴스타파 보도화면. (사진=뉴스타파 유튜브 캡처)

2016년 8월에는 이성한 씨가 녹음파일이 공개되면 최순실, 차은택이 재단설립·운영에 관여한 사실이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명확히 밝혀질 것이고, 안종범 전 수석이 신뢰를 주면 목에 칼이 들어와도 녹음파일을 유출하지 않겠다고 말한 녹취를 안 전 수석에게 전달했다.

이성한 씨가 통화에서 말한 녹취는 2016년 10월 JTBC 보도를 통해 공개된 것으로, 미르재단에 대해 최순실 씨가 회의를 하는 내용이다. 미르재단과 최 씨의 관계를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다. 정석영 부국장은 이 녹취의 존재를 통해 미르재단에 안종범 전 수석, 최순실 씨의 개입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이를 묵인했다.

이성한 씨는 미르재단 관련 정보를 누설하지 않겠다는 문서를 작성했는데, 이 문서는 안종범 전 수석에게 전달됐다. 그리고 이 문서를 전달한 인물이 바로 정석영 부국장이었다. 문서 작성 과정에서 정 부국장이 이 씨와 함께 있었던 사실도 재판에서 드러난 바 있다.

이진동 전 TV조선 부국장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취재한 후기를 작성한 <이렇게 시작되었다>에서도 정석영 부국장이 취재를 방해한 내용이 담겨있다. 2016년 7월 정석영 부국장이 "미르재단에서 협찬을 받기로 돼 있는데, 이 기사가 나가면 곤란할 것 같다"고 발언한 대목이다.(관련기사 ▶이진동 "TV조선의 실체, 미르 첫 특종부터 제동")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최초 취재를 이끌었던 이진동 전 TV조선 기획취재부장. (사진=오마이뉴스)

이진동 전 부국장은 시사저널, 오마이뉴스 등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사실을 털어놨다. 이 전 부국장은 "7월 25일 본부장실에 가니 그 간부(정석영 부국장)가 먼저 와 협찬 문제를 지적했다더라. 그때 미르재단 협찬을 받아선 안 된다고 내가 펄쩍 뛰었다"고 밝혔다.

이진동 전 부국장은 "그리고 나흘 뒤인 29일 보도본부장이 다시 불러 가니 '밖에서 이런 찌라시가 돈다'며 문자를 보여줬다"며 "거기에 '미르재단에서 3억 원을 받아야 하는데 관련 보도로 TV조선 주최 행사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써 있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그 간부 스스로 만든 '셀프 찌라시'였다"고 말했다.

이진동 전 부국장은 "검찰에 압수된 안종범의 휴대전화에서 이 간부가 보내준 녹음파일 3개가 나온다"며 "하나는 2016년 7월 28일 우리 펭귄팀(TV조선 박근혜 게이트 취재팀)이 '안종범이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의 사퇴요구를 했다'는 보도를 내보낸 직후, 이성한 전 총장과 대책을 협의하는 전화통화다. 또 하나는 8월 16일 미르·K스포츠재단 배후에 최순실이 있다는 내용이 담긴 전화통화 녹음 파일"이라고 말했다. 이 전 부국장은 "이들 통화시간이 각각 26분, 15분 정도 분량이니, 상당히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눈 것"이라며 "이미 안종범에게 넘겨준 녹음파일 내용이 전부 공개되면 더 심각한 사안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진동 전 부국장은 "그리고 또 하나 8월 19일 파일도 있다"며 "최순실이 이성한을 한강으로 불러내 회유하는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리고 이성한이 안종범에게 사죄하고 더 이상 우리 펭귄팀 취재에 응하지 않고 입 다물겠다는 각서를 썼는데, 이것도 안종범 휴대폰에 들어있다. 물론 사진을 찍어 안종범에게 보내준 사람도 TV조선 경제부장"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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