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2010년 전자소송제도가 도입된 이래 8년간 법원에 접수된 전자소송의 815만 건이 지급명령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급명령은 금융사가 채권의 시효를 연장시키거나 '죽은채권'을 부활시키기 위한 간단조치로, 국민의 권리실현을 위해 마련된 전자소송제도가 더 많은 국민들을 더 오랜 기간 추심에 노출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010~2017년 전자소송 건수 및 지급명령 비율, 액수. (자료=제윤경 의원실 제공)

3일 제윤경 더불어민주당이 법원행정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자소송제도가 본격 도입된 2010년 68만 건의 전자소송이 접수된 것을 시작으로, 2017년에는 301만 건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 가운데 전자방식으로 접수된 지급명령이 차지하는 비율이 57%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급명령이란 채권자의 간단한 신청에 따라 채무자 변론 및 증거조사 없이 금전지급을 명하는 간이추심제도다.

전자소송 건 중 지급명령이 차지하는 비율이 2010년도에는 99.9%에 달했고, 이후 전자소송제도가 보편화되면서 각종 소송이 전자방식으로 이뤄지면서 지급명령의 비율은 점차 줄어들기는 했다. 그러나 최근 3년간 지급명령이 차지한 비율은 47%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채무자가 반론을 제기할 기회도 없이 이뤄지는 간이추심제도가 전자소송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법원이 지난 8년간 전자소송을 접수받으면서 거둬들인 수익은 8519억 원에 달한다. 소송접수시 일정수준의 신청 수수료를 납부하는데, 법원이 전자소송을 통한 수익은 2010년 93억 원에서 2017년 2155억 원까지 늘어났다.

제윤경 의원은 "지난 8년간 전자방식으로 접수된 지급명령만 800만 건이 넘고, 이는 전체 전자소송의 57%에 해당한다"며 "국민 권리실현과 당사자 편익증진을 도모하겠다던 제도취지와 달리 실상은 채무를 지고 있는 다수의 국민들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데에 일조한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제윤경 의원은 "조금 더 편리하게 채무자를 추심하게 해주는 대가로 수천억의 국고수입을 벌어들인 게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법무부는 전자소송 도입취지를 무색케 하는 지급명령 제도에 대해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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