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왕 김탁구에서 탁구와 마준은 팔봉빵집에서 2차 경합까지 진행이 되었었는데요. 사실상 그 2차 경합에서 그 둘의 대결은 승패가 결정났지만, 팔봉선생은 죽음을 맞아 그 둘에게 3차 경합 과제를 전하며 앞으로 살아가면서 행복한 빵을 만들라는 가르침을 줍니다.

그리고 그 3차 경합인 행복한 빵 만들기는 이제, 거성가의 후계자를 두고 탁구와 마준이 거성식품의 신제품 개발 미션을 통해 이루어질 듯한데요. 과연 마지막에 웃는 자는 누가 될지 상당히 흥미로워지는 것 같습니다.

구일중 회장의 노림수는?

뇌출혈로 쓰러졌던 구일중 회장이 눈을 떴습니다. 이 모든 것이 구일중의 주위 사람들까지도 완벽하게 속이는 치밀한 계략이었는데요. 구일중이 이렇게까지 하면서 쇼를 한 것은 탁구를 거성가의 후계자 구도에 올려놓기 위함이었습니다. 하지만 탁구는 구일중이 다시 돌아와 달라는 부탁에도 거절을 하면서 거성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을 분명히 밝혔는데요.

그래서 구일중은 탁구의 성품을 잘 알고 있기에 자신이 쓰러지고 회사에 대한 자신의 권리와 지분을 강제로 위임을 하면서 박변호사가 옆에서 부추기면, 탁구는 어쩔 수 없이 경영 일선에 뛰어들어 거성가로 돌아올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은 그의 의도대로 진행이 되었죠.

하지만 구일중은 단순히 자신이 탁구를 후계자로 하겠다고 해서 탁구가 후계자가 되지 않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사회에서 인정을 받아야 진정한 후계자로서 앞으로 거성식품을 이끌어 갈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일단 탁구를 거성가로 들어오게 만들고 이사회에 출석 시키는 데에 성공한 구일중은 이제 공식적으로 탁구와 마준의 후계자 경쟁을 선포하고 탁구가 이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주려 합니다.

바로 그것은 현재 거성식품이 경영상에 어려운 점을 신제품 개발을 통해서 극복하고, 그 신제품 개발에 대한 것을 두 명의 후계자 후보에게 맡겨서 그 역량을 시험하겠다는 것인데요. 그렇게 탁구와 마준은 후계자 경쟁을 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빵을 만들기 위한 마지막 3차 경합을 벌이게 되는 것입니다.

구자경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그동안 구자경은 뭔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 같았지만, 이상하리만큼 구일중, 서인숙, 한승재, 김탁구, 구마준의 사이에서 방관자적 입장을 취하고 있었는데요. 김탁구파 VS 구마준파의 대결 속에서 결국 최종적으로 웃게 되는 것은 어부지리로 구자경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재밌는 점이 있는데요. 구일중이 쓰러지고 누워있는 동안 서인숙, 구마준, 구자경 들어왔다 갑니다. 그리고 구일중이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하고, 그동안 숨겨왔던 자신의 속마음을 고백하기 시작하는데요.

그렇게까지 하셔야 했어요? 아버지. 그렇게 아버지가 가진 모든 걸 그 자식한테만 주고 싶으셨어요? 난 대체 뭐에요? 아버지에게 대체 난 어떤 아들이었죠? 이젠 됐어요. 나도 더 이상 아버지에게 구걸하지 않을거에요. 매달리지 않을거에요. 그리고 그 자식한테 아무것도 빼앗기지 않을거에요. 제발 그만하라고 애원하고 사정할 때까지 그 자식을 밟아 버리고 또 밟아 버릴 겁니다. 두고 보세요. 내가 그렇게 하나 못하나. 당신이 그렇게 사랑하는 그놈을 내가 어디까지 고꾸라트리는지 어디 한번 보시라구요. 아버지.

그런데 그 중 구자경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구일중을 바라보기만 하는데요. 구일중에게 섭섭함을 결코 드러내지 않고, 그 상황을 냉정하게 분석하려 합니다. 결국 구자경의 속마음은 거성가 사람들 중 유일하게 구일중에게 들키지 않은 상태이지요.

사실 경영자의 자질만으로 볼 때 탁구도 마준도 아닌 구자경이 가장 뛰어난데요. 구자경은 어릴 때부터 자신이 거성식품을 이을 것이라는 목표 아래 공부도 열심히 하고, 현재도 거성식품의 경영 일선에 뛰어들어 활약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지 남아사상에 젖어있는 구일중과 서인숙의 마인드 때문에,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장녀임에도 불구하고 후계자 구도에서는 배제되어 있는 상태죠. 그러나 현재 구자경은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상황을 주시하는 발톱 감춘 호랑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또한 현재의 상황을 극중 누구보다도 잘 파악하고 있는 것은 바로 구자경입니다. 어릴 때 할머니가 죽던 날 서인숙이 팔찌를 찾아 헤매던 것과 그것을 마준이 가지고 있는 것, 그리고 현재 그것을 알게 된 서인숙이 당황하는 것을 통해 그 둘 사이에 할머니 죽음과 관련하여 무언가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는데요.

뿐만 아니라 구자경은 탁구와의 대화를 통해서 탁구가 거성식품의 후계자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자경 : 너 정말 이집에 들어오기로 작정한 거니? 아무도 널 환영하지 않을 뿐더러 다들 널 불편해해. 그런데 이렇게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오는 거 예의가 아니잖아?

탁구 : 회장님 깨어나실 때까지만 있을 겁니다.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다닐거구요. 정 뭣하시면 아래층에 따로 묵어도 됩니다. 아침저녁으로 회장님 문안만 들일 수 있게 해주세요. 그거면 됩니다.

이것은 곧 탁구는 자신의 견제 대상이 아니며, 구일중의 의도대로 되지는 않을 거라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그렇다면 남은 후계자인 마준은 서인숙과 함께 할머니 죽음과 어떤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밝혀지도록 만들기만 하면, 자신이 후계자가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아무튼 탁구와 마준의 이번 신제품 개발 미션은 둘 다 최선을 다해서 이기기 위해 노력을 할텐데요. 그 과정에서 서인숙과 한승재는 탁구를 모든 더러운 방법을 다 동원해서 막으려 하겠지요. 하지만 구일중이 앞서 심어놓은 스파이 진구에 의해 탁구는 위험에서 벗어나고, 결국 승리는 탁구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데 저는 탁구가 승리를 하더라도 구일중이 깨어난 것을 알면, 후계자는 마준에게 넘겨준 뒤 거성가를 떠날 것 같은데요. 그렇게 탁구는 거성식품을 이어받아 이것저것 지시하면서 문서나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행복한 빵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자신의 빵을 먹일 수 있는 팔봉빵집으로 돌아가 팔봉선생의 후계자가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탁구가 그렇게 거성식품의 후계자 자리를 포기하고 마준에게 넘겨주더라도, 마준은 그것을 고맙다며 받지는 않을 텐데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탁구에게 극도로 열등감을 느껴왔던 마준이기에, 탁구가 넘겨주는 후계자 자리를 자존심 때문이라도 이어받지는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게 마준은 거성식품을 떠나 유경과 함께 자신만의 회사를 만들어 새로 시작할 것 같은데요. 거성식품을 뛰어넘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김탁구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생각하고, 자신만의 길을 걷지 않을 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후계자 경합을 벌이던 탁구와 마준이 모두 떠남에 따라, 구자경은 자연스럽게 어부지리로 후계자로서 거성식품을 이어받겠지요. 극중 내내 남아사상의 피해자로 인식되던 구자경은, 결국 우리나라의 시대상을 대변하여 1980-1990년대 초 여성 전문경영인의 등장을 알리는 역할을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skagns.tistory.com 을 운영하고 있다. 3차원적인 시선으로 문화연예 전반에 담긴 그 의미를 분석하고 숨겨진 진의를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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