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유재석의 조잘美 폭발! <유 퀴즈 온 더 블럭> (8월 29일 방송)

tvN 새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

‘퀴즈와 토크를 핑계삼아 사람을 여행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오프닝 자막. 사실 퀴즈 자체가 재밌었던 건 아니다. 퀴즈 수준이 정말 탁월하다든지 내용이 신선하지는 않았지만, 오프닝 자막처럼 퀴즈를 매개로 사람을 만나는 예능이었다.

한 곳에서 약 40년 간 열쇠 수리점을 운영한 어르신은 유재석과 조세호에게 과거 이곳의 사진을 보여줬다. 소화전도 없어지고 시민 게시판도 없어졌지만 열쇠 수리점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폭염 속에서도 선풍기 한 대와 자연 바람에 느긋하게 몸을 맡기며 앉아있던 어르신은 “돈이 많아야 불편한데 돈이 없으니까 편하다”는 우문현답까지 내놓았다. 국민대 근처에서 40년 넘게 식당과 슈퍼를 운영한 덕분에 이제는 국민대에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그래서 여기를 떠날 수 없다는 슈퍼마켓 주인도 인상적이었다.

tvN 새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

퀴즈 풀 사람을 섭외하기 위해 시민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말을 걸다가 운이 좋으면 퀴즈를 권유하는 식이었다. 그래서 국악 수업을 들으러 가는 초등학생부터 40년 째 열쇠 수리공 일을 하고 있는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 다양한 직업군의 시민들을 만날 수 있었다. 정말 길 위의 시민들을 만나면서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는, 과거 MBC <무한도전>에서 종종 유재석이 했던 길거리 인터뷰를 아예 프로그램 콘셉트로 잡은 셈이다. 유재석의 장기인 ‘조잘조잘 수다’를 잘 살린 예능이다.

특히 로드쇼만이 만들 수 있는 날 것의 재미를 그대로 살린 점도 좋았다. 버스 경적 소리 등으로 토크가 수시로 막혔던 경우, 모든 인터뷰 상대가 수려한 대답을 해주지 않아 ‘국민 MC’ 유재석을 적잖이 당황시켰던 경우. 다시 말해, 잘 다듬어진 토크만 내보낸 것이 아니라 첫 방송이기에 어쩔 수 없는 삐걱거림을 온전히 내보낸 것이 재미 포인트 중 하나였다.

tvN 새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

<무한도전>에서 동료들을 챙기며 프로그램을 이끌고 가던 ‘리더’ 유재석의 모습은 잘 찾아볼 수 없었다. 케이블 채널이 주는 자유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한껏 풀어지고 건방진 모습도 간혹 보이며 수다 떨기 좋아하는 ‘아재’에 가까웠다. 프로그램 제목이기도 한 ‘유퀴즈’는 tvN에서 나의 예명이라면서, 조세호에게 “넌 나의 보조일 뿐”이라고 이죽거리는 유재석에게서 순간 ‘무조건 내 위주’를 외치던 박명수의 모습이 겹쳐 보이기까지 했다.

어떻게든 토크 분량을 채우기 위해 온갖 에피소드를 늘어놓는 조세호에게 “죄송한데 토크 없이 걸어가면 안 될까요?”라며 토크를 중단시키고 급기야 골목 기둥 뒤로 데려가 입을 막아버리기도 했다. 양보와 배려의 아이콘이었던 유재석이 내 위주로 만들어가는 예능이라 더 신선했다.

이 주의 Worst: 너무나 인위적인 관찰 예능 <현실남녀2> (8월 31일 방송)

이특이 집 청소를 하고 은혁을 초대해 야식을 먹는다. 한은정은 지인과 효소찜질을 갔다가 스태프들과 내기 볼링을 친다. 윤정수와 청하는 매운 음식을 먹고 복권을 사러 갔다가 달콤한 아이스크림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MBN 예능프로그램 <현실남녀2>

과연 MBC <나혼자 산다>와 다를 게 뭘까. MBN <현실남녀2>의 기획 의도는 현실적인 상황에서 남녀의 차이를 알아보는 관찰 예능이라고 쓰여 있지만, 남녀 차이를 부각시키는 에피소드는 없다. ‘스트레스 해소법’이라는 소주제 아래 출연자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관찰 예능에 불과하다. ‘깔끔남’ 이특, ‘어르신’ 한은정 등 출연자들의 캐릭터를 뚜렷하게 만들어 나가는 방식도 <나혼자 산다>와 비슷하다.

하지만 속속들이 살펴보면 <현실남녀2>는 분명 <나혼자 산다>와 다르다. <나혼자 산다>의 경우 출연자의 일상이 하나의 스토리로 연결되면서 그것이 그들의 캐릭터로 정착되는 반면, <현실남녀>는 ‘스트레스 해소법’이 소주제이면 출연자들이 스트레스 해소법을 1차원적으로 체험하고 소개하는 식이다. 한은정이 지인과 효소찜질을 하러 갔다가 효소 찜질이 끝나면 스태프들과 내기 볼링하는 장면으로 갑자기 전환된다.

MBN 예능프로그램 <현실남녀2>

이특은 청소로, 한은정은 효소찜질과 볼링으로, 윤정수와 청하는 매운 음식과 아이스크림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스토리가 아닌 체험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흐름이 뚝뚝 끊길 수밖에 없다. 각각의 활동이 하나의 스토리로 이어지지 않고 단편 에피소드로 증발해버리는 느낌이다.

특히 24살 차이 나는 윤정수와 청하의 조합은 실패작이었다. 두 사람이 그다지 친한 사이가 아니다보니 매운 음식을 먹을 때도 먹는 것에만 집중하고, 복권 번호를 정할 때도 각자 번호를 정하기 바빴다. 말 그대로 스트레스 해소법 체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청하 씨가 부장님이랑 데이트한다”는 양세형의 평가가 정확하다. 그만큼 어색하고 불편하다는 뜻이다. 당사자뿐 아니라 보는 사람도.

MBN 예능프로그램 <현실남녀2>

연예인과 스트레스는 떼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 스트레스에 대한 대화는 윤정수와 청하의 마지막 코스인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약 1분 정도에 불과했다. 청하는 가수 활동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부분에 대해 얘기하자, 윤정수는 대중 앞에 서야 하는 직업이니 어쩔 수 없다고 조언했다. 그 두 마디가 전부였다.

스트레스 해소법 체험을 매개로 해서, 출연자들이 스트레스를 언제 받고 그것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그 사람의 속내를 알아볼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남녀2>는 출연자들에게 스트레스 해소법을 어떻게든 많이 체험시키려는 욕심으로 가득 차 있다. 즉, 출연자들의 자연스러운 일상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주 주제에 맞춰 체험 활동하는 모습을 인위적으로 보여준다는 인상이 강하다. 그들이 보여준 스트레스 해소법 자체는 현실적이었을지 몰라도 그걸 풀어내는 방법은 비현실적이었다. 과연 <현실남녀2>를 ‘리얼 관찰’ 예능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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