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중규모 개각을 단행했다. 이번 개각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감찰했던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에 임명되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런데 이 밖에도 눈에 띄는 인사가 있었다. 현직 기자가 문화재청장에 임명된 것이다.

30일 문재인 대통령은 중앙일보 현직 기자인 정재숙 기자를 문화재청장에 임명했다. 정 기자는 서울경제, 한겨레신문, JTBC, 중앙일보 등 언론사에서 문화 분야를 다뤄온 문화전문기자다. 최근까지 문화재청 궁능활용심의위원회 위원, 국립현대무용단 이사를 맡고 있기도 했다.

문화재청 홈페이지 화면 캡처

다만 현직 기자가 곧바로 차관급인 문화재청장으로 임명된 것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고재열 시사인 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개각에서 가장 충격적인 인사는 문화재청장이 아닐까 싶다"며 "정재숙 씨를 쓰려면 문화재청 공보관 정도로 쓰는 게 맞았을 것 같다"고 비판했다.

고재열 기자는 "문화 전문기자와 문화재 전문기자는 다르다"며 "누구보다 기자들이 이 차이를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고 기자는 "그런데 그저 로또 맞은 기자 보듯 정재숙을 바라본다"며 "문화재 전문기자라고 할지라도 청장은 다른 문제다. 문화재 위원도 언감생심"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성우제 전 시사저널 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하고 비슷한 연배지만 나는 과거 미술 기사를 쓰면서 정재숙 기사를 모범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성 전 기자는 "눈 밝고 강건하며, 선하고, 심지어 따뜻하다"고 평가했다.

언론계 관계자 A씨는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기자 윤리에서는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출입기자 B씨는 "청와대에서 문화 분야에 오래 있었던 기자라는 부분을 높게 평가한다고 했다. 분명 이해가 되는 부분은 있다"면서도 "다만 문화재청장이라는 자리의 전문성을 기자가 담보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기자는 "기자로서 취재영역에 대해 가지는 전문성과 공직에서 공적인 일을 하는 것에 대한 전문성은 다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치학 교수 C씨는 "전문성이 있다면 문제가 없다"며 "문화재청은 상당한 고도의 판단이 필요한 곳"이라고 말했다. C교수는 "출신만 갖고 얘기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언론학 교수 D씨는 "기자도 직업선택의 자유가 있는데 비판이 적절한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며 "직업선택의 자유에 대해서는 양해를 해야하지 않나"라는 의견을 내놨다.

과거 비슷한 임명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해 국방전문기자로 활동하다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11월 국방부 대변인에 임명된 김민석 중앙일보 논설위원이다.

김민석 위원은 2010년 11월부터 2016년 1월까지 5년 2개월간 국방부 대변인으로 활동하며,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이 됐다. 이후 중앙일보에 복귀한 김 위원은 2017년 1월부터 자신이 대변인으로 근무했던 국방부를 출입하며, 국방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을 지내고 있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2014년 KBS 뉴스9 앵커에서 박근혜 청와대 대변인으로 직행한 바 있다. 당시 민 의원의 행보에 대해 "윤리적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