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한해를 정리하면서 <교수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는 '旁岐曲逕(방기곡경)'이었다. 샛길과 굽은 길로서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큰 길이 아니라는 뜻으로, 바른 길을 쫓아서 정당하고 순탄하게 하지 않고 그릇된 수단을 써서 억지로 함을 비유하는 말이다. 절차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말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12월 17일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인 서대구방송에 대해 재허가를 거부 한 것이 취소됐다. '旁岐曲逕(방기곡경)'의 사례다.

▲ 서울 세종로 방송통신위원회 ⓒ미디어스
서울행정법원은 방통위가 서대구 방송의 재허가 거부시 시청자 의견 청취를 위해 홈페이지나 관보 등에 게재했지만 이는 시청자의 의견을 충실히 청취했다고 볼 수 없다며 서대구 방송의 손을 들어줬다.

방통위는 절차상의 문제일 뿐. 재허가 거부 사유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항소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방통위의 입장은 일면 타당하다. 당시 서대구 방송은 기준점수인 심사항목에서 650점에 미달했고, 특수관계자를 부당하게 지원하는 등 다양한 문제점이 있었다. 이 때문에 방통위 또한 억울한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방통위가 아무리 정당한 결정을 내렸다고 해도 절차상에 문제가 있으면 그 결정이 취소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방통위가 그동안 절차상의 문제를 소홀히 여겨왔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방통위가 절차상의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안이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방통위는 연내 종합편성채널을 선정하기 위해 공청회를 진행하는 등의 절차를 밟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절차상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민주당이 추천한 상임위원인 이경자, 양문석 위원은 헌법재판소에 제기된 부작위소송의 평결이 나올 때까지 선정 절차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방통위는 이 같은 주장을 '나몰라'라 하며 연내 종편 사업자 선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한번 따져보자. 민주당은 종편 도입을 위한 방송법 개정 과정을 두고 적법성 논란을 제기하고 있다. 헌재에 부작위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방통위는 이에 대해 "헌재평결은 국회의장의 국회 구성원에 대한 표결권에 대한 인정여부를 판단하는 게 주요내용이고 방송법에 대한 내용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과연 방통위의 입장이 맞는지에 대해선 논란이 일고 있다. 즉 법적 완결성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일정을 강행하는 것이 절차상 맞는 것인지에 대한 문제제기다.

또한 헌재가 민주당의 손을 들어줄 경우, 연내 종편 사업자를 선정을 진행한 방통위는 또 다시 비판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 때문에 절차상 헌재 판결 이후에 사업자 선정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게 된다.

하지만 방통위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선 귀를 막고 있다. 예비사업자와 정치적 논리에 휩싸여 연내 종편 사업자 선정만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대구 방송의 재허가 거부 결정 취소가 방통위에게 주는 의미는 크다고 할 수 있다. 절차상의 정당성을 확보하지 않는다면 이 같은 망신은 또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방통위가 귀 기울여야 할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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