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는 어느 때와 비교할 수 없는 고조된 평화 분위기가 만들어져 있다. 남북의 긴밀한 협조와 강한 의지로 많은 어려움을 극복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4월 남북 정상이 만나 선포한 판문점선언은 단지 선언에 그치지 않는 실천과 도전으로 이어졌다. 판문점선언은 세계 언론이 세기의 회담이라고 의미를 부여한 북미정상회담의 초석이 되었고, 이로써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선언에 한 발짝 큰 발걸음을 뗄 수 있었다.

판문점선언은 성실하게 이행 중에 있다. 중단됐던 남북고위급회담이 이어졌고, 가장 최근에는 남북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졌다. 또한 아시안게임에 공동입장을 한 것은 물론이고, 단일팀도 연일 흐뭇한 소식을 전하고 있다. 남북단일팀 최초로 금메달을 딴 용선 500m 소식은 남북 공조의 긍정적 효과를 극적으로 증명한 쾌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판문점 선언 발표하는 남북 정상 (연합뉴스 자료사진)

판문점선언으로 남북은 통일과는 조금 다른 큰 꿈을 꾸기 시작했다. 평화와 번영이다. 당장 통일로 가지 않더라도 단지 남북이 평화가 보장되고, 그로 인해 숫자로 다 표기할 수 없는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 내륙을 통해 유럽으로 향하는 길을 막고 있었던 북한이 열리는 미래는 흥분을 금치 못할 번영을 약속하는 것이다.

판문점선언은 평화와 미래의 번영을 위해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 국회비준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지난 16일 여야5당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도 그와 같은 사실을 강조한 바 있다. 법제처 역시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9월 평양에서의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예정된 만큼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을 서둘러야 할 시점에 온 것이다.

국회가 이에 대해서 국민 여론을 물었다. 한국갤럽 조사에 의하면, 국민 71.8%는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동의에 대해 찬성을 했다. 반대는 13.6%에 그쳤다. 판문점선언에 대한 평가도 이와 비슷했다. 1·2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잘됐다’가 73.5%, ‘잘못됐다’가 14.3%의 결과가 나왔다. 국민 열 명 중 일곱 이상은 판문점선언에 대해서 긍정적이고, 국회가 이를 비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국민 71%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 찬성”…문희상, 표결 시사 (KBS 뉴스9 보도영상 갈무리)

그러나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 야당들은 이에 부정적이다. 자유한국당은 비핵화 조치가 우선이라고 반대하고, 바른미래당 역시 비슷한 이유로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는 명백히 국민 여론에 반하는 것이며 동시에 자신들의 발언을 뒤집는 이율배반적 태도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20일 “냉전반공주의, 대결적 인식으로부터의 인식적 전환을 통해 평화를 지향하는 안보정당으로 자리매김 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 대다수가 지지하는 판문점선언을 북한 비핵화가 다 이루어진 후에야 하겠다는 말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판문점선언은 북한 비핵화를 이루기 위한 열쇠와도 같은 것이다. 문을 꽁꽁 틀어막고 밖으로 왜 나오지 않느냐고 몽니를 부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국민 71%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 찬성”…문희상, 표결 시사 (KBS 뉴스9 보도영상 갈무리)

이에 대해 문희상 국회의장은 표결을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국회에서 치열한 토론은 하되,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 표결을 통해서라도 판문점선언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지 표명이라고 해석된다. 그러나 가급적 판문점선언 국회 동의는 표결보다는 여야가 합의하는 모양새를 갖추기를 국민들은 원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이라는 대의에 겸허히 동참하기를 촉구한다.

한편, 이번 여론조사는 국회의장실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21일부터 이틀 동안 전국 성인남녀 천여 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전화조사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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