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갖는 정부 비판 기능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만큼 중요하다. 그러나 건강한 비판이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가 다소 하락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썩은 비판'이 판을 치고 있어 우려가 된다. 펜은 검보다 강하는 말은 ‘기레기’의 시대에도 유효해서 언론의 영향력은 크다. 전무후무한 대통령 탄핵을 거치면서 언론들은 반성도 하고,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일부 언론의 불공정 보도와 왜곡 보도는 계속해서 문제가 되어왔다.

그런 언론의 행태는 문재인 정부가 잘하는 것은 감추고, 못하는 것은 최대한으로 부풀리는 식이다. 대표적으로 최저임금에 대한 집중포화를 들 수 있다. 그 방법도 다양하고, 공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유는 최저임금 비판이 먹힌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최근 며칠 동안 마치 보도자료를 받아 쓴 것처럼 같은 "지난해 음식점 10곳 문 열 때 9곳 폐업"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쏟아졌다. 참 이상한 일이다. 6년 전에도 같은 제목의 기사가 많았다. "경기 음식점, 지난해 10곳 창업 9곳 폐업"이라는 2012년 경향신문 기사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서울 종로구의 한 폐업처분 할인점. 소위 땡처리 점포는 오래 전부터 존재해왔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최근 일부 매체에 의해 보도되고 있는 자영업 폐업률 기사들은 의도를 가진 언론의 민낯을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2017년 문제를 지적하려고 했다면 적어도 몇 년의 통계는 확인했어야 했다. 게다가 그 통계가 정말 작년 것인지도 분명치 않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보다 못한 다른 매체에서 이런 왜곡을 지적하고 나섰다. 최근 보도되고 있는 식당 폐업률이 문재인 정부 들어 최악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밝히고 있다. 매해 자영업 폐업은 80만 건이 넘었다. 그런데 기사 제목을 굳이 "지난해 자영업 폐업 80만 넘어"라고 쓰는 데서는 의도가 읽혀진다.

文에 독박씌운 '음식점 90% 폐업'의 진실” (노컷뉴스)
박근혜정부 폐업률로 문재인정부 때리기” (미디어오늘)

통계청 ‘사업자현황 통계’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7년까지 신규사업자 대비 폐업 평균치가 90.9%인 데 반해, 일부 매체들은 마치 2017년에 최고를 기록한 것처럼 왜곡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박근혜 정부 때의 통계치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기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문제는 해당 매체들이 팩트를 몰라 틀린 것이 아니라 알고도 왜곡했다는 의심을 갖기에 충분하다는 사실이다.

23일 <썰전>의 박형준 교수는 최저임금인상을 “총상에 반창고를 붙이는 것”에 비유했다. 이철희 의원은 외환위기 때의 금융권이나 기타 대기업의 도산 사태에 천문학적 정부예산이 투입되는 것은 투자고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것은 낭비냐고 맞받아쳤지만, 박 교수는 다른 때보다 자신감 넘치는 어투로 강고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 배경에는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 하락과 그 이유로 꼽히는 경제문제라는 기류가 존재할 것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23일 보도에 의하면 2017년 고소득층의 소득은 최대폭으로 상승했고, 저소득층은 그 반대인 양극화 심화현상이 일어났다. 많이 버는 사람의 소득을 줄일 수는 없다. 그렇다면 저소득층의 소득을 올리기 위한 거의 절대적인 방법인 최저임금인상은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소득분배가 10년 만에 최악이라는 말에 목소리를 키우지만, 그 해결을 위한 최저임금인상에는 극구 반대하는 것이 언론들이다.

최저임금인상에 대한 언론의 공격은 소상공인의 위기라는 프레임을 통해서 쏟아졌다. 그중에서도 편의점주들이 대정부공세의 선봉에 서는 모습이었다. 최저임금이 올라 못살겠다는 주장들 사이로 임대료와 폭발적으로 증가한 편의점수를 지적하는 팩트들은 오히려 숨을 쉬지 못했다.

자영업자의 폐업은 당사자에게는 피눈물 나는 현실이다. 누구든 타인의 불행으로 장난쳐서는 안 된다. 최저임금인상을 공격할 때에는 자영업자를 퍽이나 위하는 것처럼 하더니 그 자영업자들의 불행으로 장난을 쳤다는 사실에 분노를 참을 수 없다. 하긴 박근혜 정부 때는 전기요금 인하에 대해 '찰떡궁합'이라고 치켜세우더니 문재인 정부의 전기요금 인하는 배임일 수 있다고 할 정도니 따로 할 말이 없기도 하다. 정부가 잘못할 때 언론이 이를 지적하고, 비판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기능이다. 그러나 지금 언론들이 하고 있는 것은 비판인지 이간질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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