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방송되었던 <다큐 1박2일 지리산 둘레길을 가다>는 3년을 넘어선 그들에게 새로운 전환점으로 다가올 듯합니다. '다큐 1박2일'이라는 부제와 함께 각자가 스스로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이 되어 지리산 둘레 길을 걷는 과정은 나영석 피디가 기획하고 멤버들이 만들어낸 <1박2일> 최고의 작품으로 기억될 듯합니다. 

다큐 1박2일, 좋지 아니 한가

오프닝만 30여 분이 넘는 <1박2일>은 자칫 지루할 수도 있었습니다. 여기에 다큐멘터리를 찍겠다는 예능 피디의 선언은 더욱 아찔하게 만들 뿐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만들어낸 특별한 감동은 다큐멘터리 형식을 가지고 진행했기에 가능했던 축복이었습니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 주의보 속에서 산행을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더욱 무리한 산행은 안 하니만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그러하듯 장황하게 진행되는 오프닝은 무더위와 상관없이 오늘도 여전했습니다.

강호동 특유의 장황한 이야기에 새롭게 바뀐 CP의 인사말까지 그들의 오프닝은 30여 분을 넘기며 이어졌습니다. 여기에 문제가 있는 MC몽과 김종민을 꼭 집어 지적하면서 현재 <1박2일>의 문제를 의도적으로 드러낸 것은 해법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하겠다는 의지로 보여졌습니다.

여섯 명이지만 <1박2일>에 몰입하는 이는 단 둘 뿐이라는 말은 농담처럼 전해졌지만 현재의 상황에 대한 가장 적나라하며 무서운 평가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드라마 촬영에 열중하느라 온전히 여행을 즐기지 못하는 승기, 여전히 신혼에 2세를 걱정하는 지원, 방송에서 말하기조차 힘든 몽, 8개월 째 묵언수행 중인 종민이라는 평가는 현재 그들 모습의 전부이기도 합니다.

이수근의 과도함이 만든 문제와 강호동의 근본적인 문제 등도 많은 이들의 질타를 받기도 하지만 강호동이 농담반 진담반 내놓은 자신들에 대한 적절한 평가였습니다. 새로운 책임피디로 들어 온 이동희 CP는 "고여 있고 젖어있어서 많은 개혁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함으로써 쳐졌던 그들의 분위기에 변화를 줄 수 있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어떤 변화가 어떤 형식으로 다가올지는 알 수 없지만 오늘 방송된 '다큐 1박2일'은 그들이 어떤 변화를 시도하고 나아갈지에 대한 고민과 의지가 명확하게 보여졌습니다.

제주 올레 길과 함께 멋진 트레킹 코스가 될 지리산 둘레 길은 완성되면 총 320km에 달하는 삼 개도를 아우르는 국내 최고의 트레킹 코스로 자리 잡을 최고의 관광지입니다. 현재까지 완성된 5개 구간 70km를 여섯 명이 나눠 각자 주제를 정해 자신들만의 다큐멘터리를 찍는 게 이번 여행의 핵심입니다.

다큐멘터리에 필요한 특수효과 장비들을 각자 알아서 선정하고 내레이션까지 집어넣는 방식은 그들이 추구하는 그들 방식의 예능과 다큐의 결합이었습니다. 다큐멘터리 내레이션으로 능력을 인정받은 김C가 오랜만에 <1박2일>에 목소리로 참여하는 즐거움까지 전해주었습니다.

게임을 통해 얻은 용돈과 자신들이 선택한 스테디 캠, 헬리 캠, 전문 촬영 작가 등 그들만의 여행을 돋보이게 만들 특별함이 함께 했습니다.

1코스 '주천-운봉'의 종민은 새로운 해피선데이 총 피디와 함께 하는 길로 쉽지 않은 그의 여행이 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자신에게 되물을 수밖에 없는 이 질문은 고행 같은 여행을 통해 종민이 얻어내야만 하는 가장 어려운 주제였습니다.

시청자들이 그에게 건넨 스스로 하차하라는 질타에 눈물까지 흘려야 했던 종민으로서는 이번 산행을 통해 <1박2일> 속 김종민의 존재감과 자신감을 모두 찾아낼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2코스 '운봉-인월'의 승기는 홀로 떠나는 여행의 풍미를 보여주기 위한 준비에 초점을 맞춰 '아름다운 청년 이승기의 아름다운 여행'이라는 제목으로 그만의 다큐멘터리를 시작했습니다. 땡볕에 평지를 여행하는 승기는 다른 팀들의 고생담을 예측해보는 재미로 홀로 하는 여행의 한계를 극복해 갔습니다.

3코스 '인월-금계'는 가장 길고 다채롭다고 합니다. 강호동과 은지원 팀은 다른 곳과는 달리 역방향으로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둘이 함께 한다는 즐거움과 함께 KBS 헬기가 동원된다는 점에서 그들의 역할은 다른 팀들과는 다른 특별함이 담겨 있었습니다.

멋진 다랭이 논과 함께 자연은 그 자체만으로도 풍성했습니다. 지리산 둘레 길의 축소판 같은 3코스는 최고의 여행지라는 평가처럼 그들이 보여줄 여행은 <1박2일> 여행의 새로움으로 다가올 듯합니다. 헬리콥터 촬영이 잡혀 있어 시간과의 싸움을 해야만 했던 그들은 초반부터 고된 산행을 이어가야만 했습니다.

가장 멋진 장면을 찍을 수 있는 시간대와 그 장소에 자신들이 함께 있음을 확인하는 과정은 약속의 소중함과 방송인인 그들이 할 수 있는 시청자에게 드리는 가장 값진 모습이었습니다.

4코스 '금계-동강'은 엠씨 몽은 사진작가와 함께 첫 번째 도착지인 의중 마을로 향했습니다. 그 마을에서 처음 접한 집으로 들어서 할머니들과 함께 편안한 시간을 보내는 그의 모습은 다른 이들과는 달리 그 곳에 사는 이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가 현재 처한 상황으로 인해 그의 이런 모습들마저 가식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음은 그가 넘어서야만 하는 가장 큰 장벽이 될 듯합니다. '스마일 로드'라는 웃는 여행이 과연 그만의 웃음이 아닌 모두가 함께 웃을 수 있는 여행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5코스 '금강-수철' 수근은 시골에서 자란 경험 때문인지 자신의 고향 같은 이 길들이 전혀 낯설지 않아 정겹기만 했습니다. '탐구생활'이라는 주제로 시골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통해 추억을 추억하게 만들었습니다. 강아지풀로 할아버지 놀이를 하고 청개구리를 소개하는 과정 등은 수근만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여행이었습니다.

너무 익숙했던 김C의 내레이션도 즐거웠지만 항상 함께 하던 여행을 자신만을 위한 여행으로 포맷을 잡았다는 점에서 나피디의 선택은 무척이나 탁월했습니다. 많은 논란들이 이어졌고 <1박2일>이 하향세라며 위기설이 파다하게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선택은 스스로를 돌아보며 새로운 시작을 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었습니다.

멤버들에게는 자신을 돌아보고 현재 자신의 위치를 확인해 보는 여행이 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더불어 자신들과 함께 했던 멤버들에 대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속마음을 들어본다는 것도 특별함으로 그들에게 다가왔을 겁니다. 함께가 아닌 혼자이기에 멤버들에 대한 소중함을 더욱 간절하게 느낄 수 있었던 그들의 여행은 '여행 버라이어티'가 가질 수 있는 소중한 깨우침에 도전하고 있었습니다.

<1박2일> 자체로서도 여행 버라이어티의 장점보다는 멤버들 간의 게임에 집중하며 그들 방송의 존재감이 모호해지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나피디 표현대로 휴가철이라는 상황이 주는 한계와 함께 여행의 참맛보다는 게임에 집중했던 상황들을 타개하기 위해 건넨 '다큐 1박2일'은 과거 백두산 등정이나 시청자들과 함께 했던 1박2일을 뛰어넘는 의미 있고 특별한 1박2일이 될 수밖에는 없을 듯합니다.

지리산 둘레 길을 가장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방법과 멤버들 각자에게 자연 속에서의 사색과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만든 선택은 탁월했습니다. 여행지를 알리면서 동시에 자신들의 방송 속 정체성을 고민해 볼 수 있도록 해 그들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여행의 재미가 무엇인지를 느낄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이번 '다큐 1박2일 지리산 둘레길'편은 그들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값지고 의미 있는 여행이 될 듯합니다. 여행 버라이어티로서의 가치와 가장 힘들 수 있는 현재를 스스로 뒤돌아 보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게 하는 방식은 최고였습니다. 다음 주 그들의 여행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