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예능을 보면서 숙연해진다는 것이 이런 것이겠지요. 이번 주 무한도전 멤버들의 부상투혼을 보면서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봅슬레이 특집, 댄스스포츠 특집에 이어, 이번 프로레슬링 특집도 무한도전의 장기 프로젝트 중에서 레전드로 자리 잡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의지와는 달리 고통에 망설이는 그들

경기가 다가올수록 무한도전 멤버들은 점점 조바심이 나기 시작하는데요. 장충체육관의 4,000여장의 표가 47초 만에 매진이 되었다는 소식에 그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이 먼저 앞서게 됩니다.

그렇게 비장한 각오 속에서 다시 훈련을 시작하게 되지만, 쌓여가는 피로감과 늘어가는 부상들로 멤버들은 힘겨워하는데요. 볼수록 안타까운 마음에 걱정이 들더라구요. 사실 그들의 평균연령은 35.7세인데요. 10대 20대 초반 휠휠 날아다니는 시기도 아니고, 바쁜 스케줄 속에서 그렇게 무리를 하는 것은 그 피로감이 쉽게 없어지지 않고 부상 역시 금방 낫지도 않습니다. 원래 운동신경이 좋고 운동을 꾸준히 하던 사람들도 아니고 말이죠.

특히 박명수는 한 달 전만 해도 새 기술인 토네이도 DDT를 가볍게 해내다가, 경기 2주를 앞두고 몸이 굳으면서 잘못된 낙법으로 머리와 어깨를 바닥에 부딪치면서 자신감이 떨어지게 됩니다. 이후 이 기술에 대해서 소극적으로 변해버린 박명수를 두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솔직히 이것은 다른 멤버들이 부상투혼을 발휘했다고 해서, 박명수에게 그 정도도 못하냐고 비난을 할 일은 아닙니다.

저도 예전에 학창시절 춤을 추면서 많이 다치곤 했는데요. 한손으로 백덤블링하는 것을 하다가, 한번 실수로 바닥에 머리를 부딪친 적이 있습니다. 그 뒤로는 제 의지와는 달리 몸이 그것을 기억하며, 평소 잘 되던 백덤블링이 잘 되지가 않더라구요. 자연스럽게 넘어가지 못하고 몸이 저절로 주춤하면서 더 큰 부상으로 이어질 뻔 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박명수는 경기 전날 힘들어서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은 좀 아쉽긴 했는데요. 그것을 극복하려면 두렵더라도 자꾸 해보면서 자신감을 익혀주는 것이 좋은데, 박명수는 힘들고 생각처럼 몸이 안 따라주다 보니 꺼리고 결국 하하가 대신하더군요. 하지만 그래도 그것을 극복하기엔 박명수에게 시간이 부족하기도 했고, 마냥 그것을 비난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손스타의 열정

무한도전 멤버들은 누적되는 피로와 부상으로 힘들어 위축이 되어 있는데요. 그렇게 힘들어 하는 무한도전 멤버들을 보면서도 다가오는 경기 일정 때문에 멈출 수 없어 손스타는 마음 아파 합니다.

그런데 점점 부상자가 속출하고 분위기가 다운되면서, 그런 분위기에 휩쓸려 제대로 훈련을 하지 않는 멤버들을 보고 손스타는 얼굴이 굳어 가는데요. 특히 2경기 팀(하하, 노홍철, 박명수, 길)의 경우 순서도 숙지가 되어 있지 않아, 손스타는 답답한 마음에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손스타는 경기까지 2주 남은 시점에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보충훈련을 제안하지만, 각자 바쁜 스케줄로 연습은커녕 일정 잡는 것부터가 쉽지 않습니다. 손스타는 그런 멤버들을 보면서 마음이 착잡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가라앉아 있는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유재석은 회식을 제안하고, 삼겹살을 먹으러 식당으로 가게 됩니다.

회식을 하면서 손스타는 속에 담아두었던 이야기를 하는데요. 프로도 아닌 손스타가 무한도전 멤버들을 가르치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수근거리고, 그런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서 1년 동안 정말 열심히 했는데 2주 남은 시점에서 이런 경기력이 나오니까 답답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돈을 지불하고 보러온 관객들이 있는데, 그 앞에서 우스갯거리가 되는 것보다는 문제가 많은 2경기는 아예 안 하는 것이 낫다고 하는데요.

프로레슬링을 그 누구보다도 사랑하고 1년 동안 무한도전 멤버들과 함께하며 레슬링을 가르쳤기에, 그것이 장난 같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은 손스타의 마음이 정말 진실 되게 와 닿았는데요. 손스타는 자신이 본 프로레슬링 경기 중에 이번과 같이 많은 관중들이 온 것은 처음이라며, 멋진 경기장과 멋진 옷에 경기만 잘 하면 되는데 열심히 해보자고 합니다.

이후 유재석의 말도 참 인상적이었는데요. 자신은 그렇게 과격한 프로레슬링을 보면서 안 아픈 장치가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라 모든 아픔과 고통들을 참고 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놀랐다고 합니다. 프로레슬링 선수들이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는데요.

프로레슬링 협회는 무한도전이 프로레슬링을 모독했다고 하지만, 무한도전 레슬링 특집은 시청자들에게 직접 경험 속에서 우러나오는 유재석의 말과 무한도전 멤버들이 부상투혼 속에서 열심히 하는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보여주면서, 화려해 보이는 프로레슬링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멤버들이 부상에 시달리는 것뿐만 아니라, 손스타 역시 갈비뼈에 금이 가 있었는데요. 그런데도 참으며 훈련을 속행하며 시범을 보이는 손스타를 보니 정말 그 열정과 책임감이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오죽하면 정형돈이 그런 손스타를 보고 "안 괜찮다는 말은 안 배웠냐?"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그런데도 손스타는 끝까지 괜찮다며 훈련을 이어가더군요. 이런 손스타를 보고 과연 누가 "아마추어가 무한도전 멤버들을 가르친다"며 비난할 수 있을까요?

정형돈의 부상투혼

무한도전 레슬링 특집에서 에이스는 유재석과 정준하, 그리고 바로 정형돈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에이스인 만큼 상대적으로 어려운 기술들을 많이 사용하면서 위험에 노출이 많이 되곤 합니다. 특히 정형돈은 자꾸 머리를 바닥에 부딪치게 되면서 고통스러워하는데요.

경기 2주 전 유재석과 3경기 피니쉬 기술을 연습하던 중에, 정형돈은 바닥에 얼굴부터 떨어지게 되면서 큰 충격을 받는데요. 그 전까지는 아파도 억지로 웃으며 견뎌냈던 정형돈이 이번에는 너무도 큰 충격에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그대로 굳어버립니다.

경기가 1주일 전으로 다가오면서 실전 연습에 들어가게 되는데요. 정준하와 정형돈은 정말 리얼하게 훈련에 임하게 됩니다. 그런데 초크슬램을 하면서 또 다시 머리를 바닥에 부딪친 정형돈은 일어나지를 못하는데요. 그렇게 한참을 고통스러워하던 정형돈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게 됩니다.

그렇지만 일어나자마자 비틀거리다 다시 쓰러지고 마는데요.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힘들어하자 링 밖에서 휴식을 취하며 잠깐 쉬게 됩니다. 그렇게 쉬면서 다른 멤버들이 훈련하는 것을 지켜보던 정형돈은, 좀 괜찮아지자 다시 훈련을 시작하게 됩니다.

오후에는 의상까지 갖춰 입고 실전 연습을 하게 되는데요. 정형돈은 괜찮은 것처럼 장난도 치면서 등장을 하지만, 오전의 초크슬램의 충격이 남아있어 조그만 충격에도 머리가 아파 힘들어 합니다. 정형돈은 그래도 억지로 참고 해보지만, 그것은 억지로 해보겠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었는데요. 결국 훈련은 이어지지 못하고 정형돈은 병원을 다녀오게 됩니다. 그리고 병원에서 가벼운 뇌진탕 증세 진단을 받게 되죠.

정준하의 불굴의 의지

드디어 경기 당일, 시작 전까지 그들의 몸은 만신창이인데요. 그들은 파스를 붙이며 의상을 입고 준비를 하면서도, 긴장감 속에서 몸이 부서져도 참으며 잘 해보자고 독려하게 됩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카메라 리허설을 하는데요. 이때 정형돈과 1경기 리허설을 하던 정준하는 갑자기 표정이 안 좋아지며 힘들어하게 됩니다. 가까스로 리허설을 마치고 돌아온 정준하는 몸에 힘이 하나도 없다며 땀을 계속 흘리며 힘들어 하는데요.

결국 3경기 리허설을 들어갔다가 시작하기 전에 쓰러지게 됩니다. 그렇게 정준하는 리허설을 하지 못하고 부축을 받아 나오는데요. 경기 시작 2시간이 남은 시점에서 1, 3경기를 뛰기로 되어 있는 정준하가 못 한다는 것은 멤버들과 스텝 모두에게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정준하는 처음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지금 병원가면 언제 돌아오냐고 병원을 가지 않으려 하지만, 멤버들이 설득시켜 병원을 가게 됩니다. 병원에 도착한 정준하는 먼저 진통제를 맞고, 척추 부상 의심으로 X-ray 촬영을 하게 되는데요. 링거를 맞으며 진단을 기다리던 정준하는 근육 쪽에 손상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리고 의사는 현재 레슬링은 하기 힘들다고 하죠.

비록 결과는 각종 기사들을 통해 먼저 알고 있지만, 그 과정이 어떠했는지 보면서 정말 정준하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 수 있었는데요. 그리고 다음주면 어떤 불굴의 의지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는지도 보여지겠지요.

아무튼 이번 주 그렇게 고생하는 무한도전 멤버들과 손스타를 보면서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이었는데요. 그렇게 1년여의 대장정을 마무리하게 될 다음 주 방영분에서는, 그동안 그렇게 고생하고 부상에 시달리며 힘들게 노력해 온 무한도전 멤버들과 손스타의 마지막 결실을 볼 수 있겠지요. 부상 속에서도 결코 멈추지 않고 팬들을 위해 투혼을 발휘하는 그들을 보면서, 이번 주 그런 그들의 부상투혼은 다음주 결실을 맺기 위한 감동과 눈물의 전초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 주는 정말 그들의 경기를 보는 내내 눈물이 날 것 같군요.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skagns.tistory.com 을 운영하고 있다. 3차원적인 시선으로 문화연예 전반에 담긴 그 의미를 분석하고 숨겨진 진의를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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